"이뻐죽겠다" 사령탑의 특급 칭찬…배트 무게 증량→벌써 13홈런, 마음의 짐 덜어낸 '천재타자'가 깨어난다 [MD수원]

수원 = 박승환 기자 2024. 5. 1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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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5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한화-KT의 경기. KT 강백호가 4회말 2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때린 뒤 포효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몰입했다"

KT 위즈 강백호는 14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4차전 홈 맞대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1볼넷 1도루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지난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에서 KT의 선택을 받은 강백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천채타자'로 정평이 나 있었다. 재능은 방망이에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운드에서는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릴 만큼 야구에 대한 DNA가 남달랐다. 강백호는 큰 기대 속에서 데뷔 첫 시즌 138경기에 출전해 무려 29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타율 0.290 OPS 0.880으로 활약, 단 한 번 밖에 받지 못하는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강백호는 2019시즌 116경기에서 147안타 13홈런 타율 0.336 OPS 0.911로 2년차 징크스 없이 좋은 흐름을 이어갔고, 2020시즌에는 129경기에서 23홈런 타율 0.330 OPS 0.955, 2021년에는 142경기에 나서 179안타 16홈런 102타점 타율 0.347 OPS 0.971로 대부분의 타격 지표를 새롭게 작성하는 등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2022시즌부터 강백호가 갑작스럽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강백호는 2022년 62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고, 타율 또한 0.245로 '커리어로우'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해 또한 여러 문제들로 인해 71경기 출전에 그쳤고, 63안타 8홈런 타율 0.265로 허덕임이 이어졌다. 2020 도쿄올림픽 당시의 껌 논란을 비롯해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리머니사(死) 등으로 인해 빗발치는 비난·비판 여론이 강백호의 멘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이었다.

2024년 4월 3일 오후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KT 이강철 감독이 9회초 포수로 출전한 강백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4월 4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KT의 경기. 2회말 KT 강백호가 기아 이의를 상대로 2루타를 때리고 있다./마이데일리

시간이 흐르고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반등의 계기가 마련되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낸 채 시즌을 준비한 강백호는 올해 완벽하게 부활했다. 이강철 감독도 강백호의 활약에 함박미소를 지었다. 사령탑은 "원래 잘했던 선수인데, 지난 2년간 없던 선수가 됐었다. 포수를 하고, 팀의 축이 되면서 생활도 좋아지고 얼굴도 밝아졌다. 결국 멘탈이 좋아진 것이다. 직구도 잘 치니, 변화구도 치더라. 이뻐죽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계속해서 사령탑은 "이전에는 조금 그랬지만, 지금은 타석에 들어가면 항상 기대감이 있다. 2아웃 스코어링 포지션에 있어도 70~80% 정도는 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걸 해주고 있다. 타점이 많은 이유가 2사에서 많이 쳐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강백호의 방망이는 이날도 불타올랐다.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안타와 도루를 기록한 뒤 3회 무사 1루와 5회 2사 2, 3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강백호는 7회 결정적인 한 방을 때려냈다.

1-3으로 패색이 짙어가던 7회말 멜 로하스의 주니어가 안타, 김민혁이 볼넷을 얻어내며 강백호 앞에 다시 한번 주자가 깔렸다. 이때 롯데는 '필승조' 최준용을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는데, 강백호가 최준용의 5구째 145km 직구를 힘껏 잡아당겼고, 이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시즌 13호 홈런이자, 역전 스리런포. 활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강백호는 4-4로 맞선 8회말 1사 1, 2루에서 진해수를 상대로 볼넷을 얻어내며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고, 후속타자 장성우가 결승타를 터뜨리는데 일조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강백호는 "앞선 타석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좋은 찬스들이 있었는데, 못 쳤던 것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 보니 게임에 엄청 빠져들었다. 집중도가 굉장히 높았다"며 홈런 상황에 대한 질문에 "무조건 넘어갔다는 확신이 있었다. 원하던 방향으로 가장 베스트의 타구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타석에 들어설 때부터 '내가 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내가 투수에게 덤비는 타입이라 가라앉히려고 되새겼고 '내 스윙을 하자'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강백호가 손에 꼽을 정도로 몰입도가 강했던 경기라고. 그는 "그 상황에서는 정말 집중도, 몰입도가 엄청 높았다. 정말 손에 꼽을 수 있다. 그 정도로 집중을 했고, 가라앉히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뻤다. 앞선 원정(두산전)에서 좋은 흐름이었는데, 아쉽게 세 경기를 내줘서,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투수들이 너무 잘 막아주고 있는데 점수를 내지 못했던 미안함이 있었는데, 이를 한 번에 씻은 홈런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2024년 4월 4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KT의 경기. KT 이강철 감독이 4회말 솔로 홈런을 때린 강백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5월 9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KT의 경기. KT 강백호가 3회말 2사 2루에서 장성우의 역전타에 득점을 올린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강백호는 이 홈런으로 현재 리그 단독 1위 자리로 올라섰다. 내친김에 타이틀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 특히 13경기 연속 안타를 칠 정도로 페이스가 좋은 배경에는 방망이 무게를 늘린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강백호는 "홈런이 많이 나오는 이유를 꼽자면 방망이 무게를 늘린게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원래는 880g 정도를 썼는데, 지금은 900~920g 정도를 사용한다. 야구를 하면서 가장 무겁다. 원래는 '가벼운 방망이로 빠른 스피드를 내서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자'는 생각이었는데, 무거운 방망이로 똑같은 스윙 스피드를 내니 훨씬 좋더라"고 설명했다.

평소 친한 선수들과 방망이 교환을 많이 하는 강백호, 이 과정에서 무거운 배트를 받게 됐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강백호는 "시즌 중에 친한 선수로부터 방망이를 받았는데, 너무 좋아서 덕분에 잘 치고 있다. 방망이 무게를 바꾸면 적응을 못할 수도 있다. 배트의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이다. 원래는 좌투수를 상대할 때만 무거운 배트를 썼는데, 모든 투수들에게 사용을 해보니 좋더라. 때문에 강한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내게 맞는 무게를 찾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역대급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강백호. 하지만 고민이 없지는 않다. 그는 "성적이 잘 나오고 있지만, 팀에 도움이 되는 성적을 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 그래도 항상 어디든 아팠었는데, 올해는 아프지 않다 보니 더 자신 있게 하고 있다. (장)성우 형의 피드백이 나를 번뜩이게 만들어줬고, 타격 파트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나 혼자만으로 잘하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팀은 선배들이 있어야 잘할 수 있는 팀이다. 시즌 막바지에는 우리 선배들이 잘하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내가 못할 때는 선배들이 잘해 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음의 짐을 덜고, 건강까지 되찾은 '천재타자' 강백호의 질주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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