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스라엘과 10억달러 규모 무기 거래 추진”…갈팡질팡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

손우성 기자 2024. 5. 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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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미 의회 관계자 인용해 보도
탄약 보급 중단 선언 며칠 만에 지원안 마련
“이스라엘 향한 메시지 흐릿하게 만들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무기를 이스라엘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안을 미 의회에 제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라파 전면전을 단행할 시 공격용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신규 무기 지원안을 마련한 것이다.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WSJ는 이날 익명의 미 의회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측과 10억달러 이상의 새로운 무기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고 의회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원 패키지엔 탱크 탄약과 전술 차량, 박격포탄 등이 포함됐다. 다만 실제 무기 이송까진 많은 단계가 남아 있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까지 이스라엘군의 라파 지상 작전 개시에 우려를 표하며 전면전으로 비화할 경우 더는 공격용 무기를 보내지 않겠다고 경고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CNN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이스라엘군)이 라파에 들어가면 이제껏 라파와 다른 도시에서 사용됐던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고, 같은 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고폭탄성 탄약 1회분 배송을 일시 중단한 사실도 공개했다.

WSJ는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가 나온 지 불과 며칠 만에 미국 정부가 새로운 무기 지원안을 마련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갈등이 커지는 것을 꺼린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라파 전면전을 반대한다면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이스라엘에 군사 지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 정책이 확실한 기준 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중동민주주의센터 무기 전문가인 세스 블라인더는 WSJ에 “미국 정부가 탄약 선적을 중단한 지 며칠 만에 이스라엘을 위한 대규모 무기 지원을 결정했다”며 “이는 이스라엘 압박 시도를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을 향한 메시지를 흐릿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알자지라도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는 라파에 대한 자신들의 방침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며 “미국에서 모순되는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에서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이스라엘군은 이날 라파 주거지역에 전차를 투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가디언은 “라파 동부 지역으로 진격한 이스라엘군 전차들이 주요 도로를 건넜고 일부는 주택가까지 밀고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라파에 머무는 유엔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군이 사무실에서 불과 2㎞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집트와 라파 국경 근처에서 하마스와 근접전을 벌여 다수의 무장 테러리스트를 제거했다”며 “라파 동쪽에선 하마스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라파 동부 알살람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수송 차량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맞섰다.

라파에서의 충돌은 휴전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이날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 경제포럼에서 “지난 몇 주간 휴전 협상에 탄력이 붙었지만, 불행하게도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거의 교착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라파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협상을 후퇴시킨 원인”이라며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을 비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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