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구조적 손상' 진단, 어깨 권위자의 2차 의견도 듣는다...무리한 돌진→규정타석 미달 불가피

노재형 2024. 5. 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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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AP연합뉴스
이정후가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옆에는 밥 멜빈 감독이 이정후의 글러브와 모자를 챙겨 함게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의 어깨 부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MLB.com 샌프란시스코 담당 마리아 구아다도 기자는 15일(이하 한국시각) '자이언츠 구단에 따르면 이정후는 왼쪽 어깨에 구조적 손상(structural damage)을 입었다. 오는 17일 닐 엘라트라체 박사로부터 검진을 받고 두 번째 의견을 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역 유력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수잔 슬러서 기자도 '이정후의 어깨에 구조적 손상이 나타났다. 그는 어깨 권위자인 닐 엘라트라체 박사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의견은 샌프란시스코 구단 지정 정형외과 켄 아키주키 박사가 내놓은 것이다. 구조적 손상은 뼈와 인대, 근육 등 어깨를 이루는 각 부위에 심각한 파열, 골절, 염증 등이 생겼다는 것을 말한다.

보스턴 레드삭스 유격수 트레버 스토리가 지난달 6일 LA 에인절스전에서 땅볼을 다이빙 캐치로 잡으려다 어깨가 탈구돼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한 바 있는데, 밥 멜빈 감독은 전날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수술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부상 정도에 따라 수개월의 치료와 재활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6월 이내는 물론 전반기 복귀도 난망한 상태다.

이정후가 1회초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우중간 2루타를 잡으려고 점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정후가 데이브 그로슈너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엘라트라체 박사는 어깨와 팔꿈치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다. 류현진의 2015년 어깨 수술, 2022년 토미존 서저리를 그가 집도했다. 2018년 가을 오타니 쇼헤이, 2022년 여름 워커 뷸러의 토미존 서저리도 엘라트라체 박사가 맡았다. 그가 이정후의 수술 여부, 치료 및 재활 방법,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재활 기간에 대한 구체적인 소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지난 13일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 리드오프 중견수로 출전해 1회초 수비 때 다쳤다.

2사 만루서 우타자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큼지막한 우중간 플라이를 잡기 위해 전력질주로 쫓아가 펜스 그물망 앞에서 낙하지점을 판단한 뒤 그대로 점프해 글러브를 뻗었다. 공은 펜스 상단 쿠션을 맞고 안으로 떨어졌다. 이정후는 쿠션에 부딪힌 뒤 그물망을 훑으며 그라운드로 낙하해 나뒹굴었다. 이어 몸을 일으켜 세워 앉더니 왼쪽 어깨를 만지며 고통을 호소했다.

데이브 그로슈너 트레이너와 통역 한동희씨가 쏜살같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가 상태를 살폈지만, 고통스러운 표정은 가시지 않았다. 밥 멜빈 감독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트레이너의 뒤를 따랐다. 이정후는 결국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 경기에서 교체됐다.

멜빈 감독은 경기 후 "내일 MRI 검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지금 상태는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이정후는 전력을 다해 뛰어갔다. 바람에 공이 더 날아갈 수도 있고 덜 날아갈 수도 있는 걸 알지 못한 것 같다. 펜스에 부딪힌 뒤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좋은 느낌이 아니다"고 밝혔다. 무리하게 쫓아갈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정후가 동료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더그아웃으로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정후는 왜 충돌 위험을 알고도 전력으로 달렸던 것일까. '쿠션'이 안전하다가 믿었던 것일까. 칸델라리오의 타구는 2루타가 돼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발사각 24도, 타구속도 104.3마일, 비거리 407피트였다. 처음에는 홈런 판정이 나왔을 정도로 매우 크게 날아갔다.

애초 이정후가 잡기는 어려운 공이었다. 이정후는 지난 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쪽 발을 맞고 타박상을 입어 3게임 연속 결장한 터였다. 복귀 첫 날 무리한 수비를 하다 다쳤는데,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의욕이 강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정후는 이번 부상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목표치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일단 규정타석을 채우기 힘들 전망이다. 한 시즌 162경기에 대한 규정타석은 502타석이다. 이정후는 37경기에서 158타석에 들어가 경기당 4.27타석에 섰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마지막으로 출전한 신시내티전을 포함해 121경기가 남아 있었다. 50경기를 결장할 경우 71경기에 출전하는데, 4.27을 곱하면 303타석, 기존 타석을 합치면 461타석에 그친다.

이정후는 최근 6경기 연속 안타를 뽑아내며 적응에 속도를 붙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장기간 결장 후 복귀할 경우 적응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할 수 있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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