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기업 회귀? 글로벌 플랫폼?…고심하는 네이버

오동현 기자 2024. 5. 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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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란 절박함 속에 태어난 꽃" 라인 日에 내줄 판
라인야후→라인플러스→10여개 동남아 종속사…"동남아 사업권 넘겨라"
시장에선 라인 지분10조 이상 가치…"해외 사업권 뺏기지 말아야" 목소리도

[서울=뉴시스] 오동현 최은수 기자 =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지 않고 시장이 작기 때문에 반드시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現 네이버 GIO)가 한 말이다.

그런 절박함 속에서 탄생한 것이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이다. 네이버는 글로벌 시장서 통할 만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 계속 해외 문을 두드렸고, 마침내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다.

'라인'은 현재 월 이용자 수가 1억9600만명(작년 12월 말 기준)에 달하는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했다. 일본 9600만명, 태국 5500만명, 대만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 등 아시아 지역에선 한국의 카카오톡 같은 간판 메신저 앱이다. 상품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대한민국 IT신화로 자리잡은 '라인'. 하루아침에 그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갈 처지다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한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와 이에 따른 소프트뱅크의 지분 매각 요구 탓이다.

버티자니 네이버가 가장 많은 공을 들여온 일본 사업의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그렇다고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내줄 경우, 당장 일본 뿐만 아니라 십 수년 간 공들여 개척한 동남아 시장까지 송두리째 빼앗길 우려가 크다.

만약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라인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투자하더라도, '라인' 만큼 해외에서 지배력을 가진 서비스를 다시 만들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이유다.

현재 라인이 주도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의 2025년 디지털 경제 규모는 인도네시아 1090억 달러, 태국 490억 달러, 베트남이 450억 달러로 전망된다. 구글, 테마섹, 베인&컴퍼니가 '2023년 동남아시아 디지털경제 보고서'에서 밝힌 전망이다.

네이버가 만든 동남아 넘버1 '라인'

"지분 몇 주에 10년 동남아 미래시장 날아갈 수도"

[서울=뉴시스] 지난 2021년 3월에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 A홀딩스를 설립했다. 최근 소프트뱅크는 일본 정부의 물밑 지원을 받으며 네이버로부터 라인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라인 메신저 앱은 현재 소프트뱅크와의 합작사인 라인야후로 통합되기 전에도 있던 서비스다. 네이버가 2011년 일본에 우선 출시한 후 전세계 230개국에 출시하며 역량을 넓혀 왔다.

네이버가 라인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건 지난 2019년이다. 당시 네이버 일본 법인이었던 NHN재팬이 메신저 앱을 출시한 지 8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전 세계 각국에 라인 앱을 비롯해 여러 서비스를 출시하며 이용자 수를 늘려왔다. 대표적으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는 전세계 6400만명(지난해 10월 기준)이 이용한다. '라인뱅크'는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에서만 약 84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특히 대만 라인뱅크는 2년 연속 글로벌 100대 디지털 은행에 선정됐으며, 지난해 3분기 기준 가입자 수가 160만명을 돌파, 카드 거래 건수 및 거래액 기준 15개월 연속 업계 1위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인도네시아 라인뱅크는 최대 8개까지 멀티 계좌 개설, QRIS 거래, 간편한 디지털 대출 등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며 400만 앱 다운로드 수를 돌파했다.

라인야후는 현재 자회사 119개(지난해 말)를 둔 빅테크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50으로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가 라인야후의 지분 6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라인야후의 핵심 자회사는 대한민국에 소재한 라인플러스다. 동남아 등 해외 서비스는 라인야후의 한국 자회사인 라인플러스에서 도맡고 있다.

라인플러스는 포털 및 기타 인터넷 정보매개 서비스 등 모바일 서비스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2013년 2월 28일에 설립돼 경기도 분당에 본사를 두고 있다. 라인플러스 지분은 라인야후와 라인플러스 사이의 중간지주회사인 Z중간글로벌주식회사(Z Intermediate Global)가 100% 보유하고 있다.

라인플러스는 다시 ▲미국 소재의 라인 유로-아메리카스 ▲한국 소재의 라인플레이, 라인스튜디오 ▲대만 소재의 라인 타이완 유한회사, JDW Co, JDW 택시 ▲태국 소재의 '라인 컴퍼니(태국) 유한회사' ▲중국 소재의 '라인 디지털 테크놀로지(상하이) 유한회사' ▲인도네시아 소재의 'PT. 라인 플러스 인도네시아' ▲베트남 소재의 '라인 배트남 컴퍼니 유한회사' 등 국가별 자회사를 두고 있다.

사실상 라인플러스가 라인야후의 글로벌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A홀딩스 지분을 넘기라는 건 라인야후 뿐 아니라 라인플러스, 이에 종속된 동남아 서비스·사업의 지배구조를 모두 달라는 얘기와 다름 없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에서 10년간 축적된 라인 관련 모든 플랫폼과 서비스의 경영권을 소프트뱅크가 확보하게 된다"며 "일본 소프트뱅크에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의 금융과 모바일 생태계 등 수백조 이상의 미래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네이버가 일본 소프트뱅크와 절반씩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 글로벌 메신저 '라인'의 경영권을 일본 총무성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요구에 따라 일본 기업에 내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의하겠다고 했고, 정부는 네이버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 필요 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 한 라인프렌즈 매장 모습. 2024.05.13. hwang@newsis.com

팔까? 말까? 네이버의 선택은

향후 관전 포인트는 네이버의 선택이다. 14일 대통령실과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야후가 오는 7월 일본 총무성에 제출할 행정지도 관련 보고서에 네이버의 지분 매각 내용이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네이버 지분 조정을 '없던 일'로 했다기 보다 총무성이 제시한 보고서 제출일까지 소프트뱅크와의 지분 협상을 마무리 짓기 어렵다는 얘기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소프트뱅크 측과 (지분 조정과 관련돼) 협의 중인 사안으로, 보고서 제출 이행시기(7월1일)까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소프트뱅크와의 지분 조정 협의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그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부연 설명했다.

오히려 업계에선 일본 정부의 압박을 버티면서 네이버가 끝내 자신의 지분을 고수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모바일·통신·금융· 데이터 등의 규제사업에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의사에 반할 경우 라인·웹툰 등 현지 사업에 불이익이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만약 네이버의 라인 지분 매각이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면, 앞으로 네이버가 얼마나 유리하게 소프트뱅크와 매각 협상을 타결할 지가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A홀딩스 가치가 10조 이상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라인은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꽉 쥐고 있다. 이 시장을 결코 호락호락 넘겨선 안 된다"고 전했다.

특히 메신저 라인의 일본 사업 지배력을 넘기더라도, 동남아 사업권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경우 라인야후의 라인플러스 지분구조를 재조정해야 하는 절차가 숙제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소프트뱅크와 맺었던 경영 통합 계획서에 어떤 조항이 담겼는 지에 따라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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