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돌이'일 뻔했던 서울올림픽 마스코트…'호돌이'는 이렇게 탄생했다 [스프]

권종오 기자 2024. 5. 1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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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포츠+]


여러분은 올림픽 마스코트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요? 저는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마스코트였던 '호돌이'가 바로 연상됩니다.

마스코트는 올림픽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마스코트는 해당 올림픽 대회의 상징물이기 때문에 올림픽의 붐 조성과 흥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합니다. 올림픽 성공 요소 가운데 하나가 마케팅 수익인데 마스코트는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마스코트 인형은 물론 가방, 티셔츠, 모자, 수건, 찻잔 등 올림픽 기념품들이 수십 종 되는데, 여기에 마스코트 캐릭터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첫 공식 마스코트는 1972년 뮌헨 올림픽부터

1972년 뮌헨 올림픽의 마스코트 '발디'

올림픽 마스코트는 1968년 그르노블 동계올림픽 때 첫선을 보였지만 이때 마스코트는 '공식 마스코트'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올림픽 사상 첫 공식 마스코트는 1972년 뮌헨 하계올림픽 때 등장한 '발디'라는 애칭을 가진 개 닥스훈트였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많이 기르는 개 닥스훈트를 마스코트로 선정한 것입니다. 동계올림픽에서는 1976년 인스브루크 대회 때 마스코트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마스코트는 단일 캐릭터로 선정하는 경우도 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처럼 5가지의 캐릭터를 개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는 7월 개막하는 2024 파리 올림픽 마스코트는 '프리주'(Phryge). 프리주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절대 왕정에 맞서 싸운 시민군이 쓴 '프리기아 모자'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프랑스 대혁명 이전에도 고대 로마 시절 해방된 노예가 자유민의 신분을 얻고 쓴 모자도 '프리기아 모자'여서 흔히 '자유의 모자'라고도 합니다. 그러니까 파리 올림픽 마스코트는 모자인 것입니다.
 

'히트' 친 마스코트 호돌이와 미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폐회식 때 우는 모습의 '미샤'

역대 마스코트의 면면을 살펴보면 큰 인기를 끈 것도 있지만 대회가 끝난 뒤 바로 잊혀진 '졸작'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호돌이가 특히 기억에 남는데요, 외국 스포츠 기자에게 물어봐도 "역대 3위 안에 들 수 있는 히트작"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호돌이는 한국의 전통을 잘 살린 데다 친근한 이미지까지 선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 1980년 모스크바 하계올림픽 마스코트 '미샤'(곰)도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샤는 당시 소련을 상징하던 동물 '곰'이었는데, 테디 베어를 연상케 할 만큼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특히 폐회식 때 '미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역대 올림픽 폐회식 가운데 단연 압권으로 꼽힐 만한 장면이었습니다.
 

호랑이와 토끼의 치열한 경합

1981년 9월 서독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서울은 일본의 나고야를 압도적인 표 차이로 꺾고 개최권을 따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1982년 9월부터 10월까지 국민 공모가 진행됐는데 130종 이상의 상징물들이 추천됐습니다. 그야말로 별의별 게 다 있었는데 인삼, 금관, 첨성대, 고려청자, 장승 등도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최종 심사에 오른 상징물은 호랑이, 토끼, 다람쥐, 원앙이었고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게 호랑이와 토끼였습니다. 둘 다 한반도 지도 모습을 닮은 동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좌) 1982년 9월 22일 동아일보, (우) 1982년 11월 10일 조선일보

당시 서울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는 내심 토끼가 되길 바랐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우리나라가 군부 독재국가라는 이미지가 전 세계적으로 강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맹수 호랑이가 마스코트가 되면 혹시라도 한국의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씨가 "토끼는 무슨 토끼냐? 호랑이로 하라!"고 해서 호랑이로 최종 결정됐다는 후문입니다. 호랑이 외 나머지 3종(토끼, 다람쥐, 원앙)은 나약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입니다.
 

상모 쓴 호랑이, 대박 친 '호돌이'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이렇게 호랑이로 결정된 다음 서울 올림픽조직위에서 구체적으로 호랑이 캐릭터를 만들 7명의 디자이너를 불러 경쟁을 붙였습니다. 호돌이를 디자인한 김현 디자이너는 "나를 포함한 7명의 디자이너에게 3개월의 시간을 주고 1인당 두 점의 호랑이 캐릭터를 그려오게 했다. 운이 좋게도 내가 제출한 캐릭터 중 하나로 결정됐다. 그게 호돌이였다"고 말했습니다. 김현 씨에 따르면 맹수, 무서운 호랑이 이미지 말고 귀엽고 친근하게 만들려고 노력했고, 어떻게 하면 한국적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머리에 달린 '상모'였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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