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에게는 '한 방'이 없다?

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2024. 5.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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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세훈 서울시장. 황진환 기자


서울시청을 출입하는 기자라고 필자를 소개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그러고선 으레히 나오는 말이 '오 시장은 인물은 괜찮은 것 같은데 뭔가 '한 방'이 없는게 아쉽다'라는 평가다.

기자도 자주 듣는 얘기니 오 시장도 이런 세간의 평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오 시장이 지인 또는 시민들과 이른바 '먹방'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유튜브 '서울식구' 시리즈 12회분 '노을바비큐' 편에서 비슷한 질문이 나왔다.

질문자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그 기자회견의 핵심을 '파이팅 스피릿'이라고 보는 분들도 계신데 반면에 시장님은 이런 부분이 약간 아쉽다는 의견들이 종종 있다고 알고 있다"고 질문을 던진 것.

가벼운 자리에서 던진, 가볍지 않은 질문이었고, 아마도 오 시장이 그런 형식을 빌어서라도 직접 대답하고 싶은 질문이기도 했던 모양이었다.

오 시장은 "그걸 고상하게 '파이팅 스피릿'이라고 표현했지만 한마디로 '깡'이잖아 '깡'"이라며 "민희진 씨도 결정적 위기순간이니까 그 카드를 꺼내든 거지 그런 카드는 자주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유튜브 오세훈TV '서울식구' 캡처


그러면서 "변명 겸 정신승리하기 위해서 얘기하자면 나는 하루하루 충실하게 일 열심히 해서 승부하는 스타일이지 어느 날 갑자기 확 뒤집기 하는 그런 정치? 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총선이 국민의힘 참패로 귀결되고 선거를 이끌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잠행에 들어가면서, 반대급부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말 한마디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 시장은 어떤 순간의 개인기보다는 꾸준함에서 나오는 성과가 더 중요하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 한 신문에 직접 기고한 칼럼이나 자당에 대한 쓴 소리도 당 중진으로서 내야 할 목소리를 낸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평소 설득력 있는 행보, 내실 있는 정책으로 꾸준히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으면 요즘 국민들은 선거 전에 몇 달 동안 있었던 발표나 입장의 변화나 일종의 제스처나 이런 것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지난 9일 아부다비 출장길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언급도 결국 꾸준하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적을 쌓아가야 한다는 평소 자신의 지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약자와 동행하는 '따뜻한 보수'를 내세운 오세훈 시장은 여의도의 어법과는 다른 자신만의 방식으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쪽을 택했다. 

서울시 제공


해외 출장 중이라 속내가 나올 법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총선 결과나 현 정국에 대한 언급은 교과서적인 수준 이상으로 나가지 않았다.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답변을 피해갔다.

총선 이후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을 비췄지만 이른바 '파이팅 스피릿' 또는 '깡' 아니면 '한 방'은 내보이지 않았다. 아직은 그런 카드를 꺼낼 때는 아니라는 판단인 모양이다.

오세훈 시장의 한 측근이 말했던 '미숫가루'론이 생각난다. 먹지 않을 때는 잔 아래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시기 직전에는 꼭 한 번 저어 주지 않느냐고.

무상급식 논란에 사표를 던지고 떠났다가 10년의 야인 생활 끝에 다시 드라마처럼 '서울시 모든 동에서 승리', '4선 서울시장'이라는 기록을 쓴 오세훈 시장인지라 '미숫가루를 저어야 할 타이밍'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더 체득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래서 오 시장에게서 '한 방'이나 '깡'을 보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대신 그가 말한대로 "설득력 있는 행보, 내실 있는 정책"으로 '일잘러 오세훈'의 이미지를 쌓는데 주력할 것이고, 필자 또한 계속 비슷한 질문을 받게 될 것 같다.

아직 언제인지 모를, '미숫가루를 저어야 하는 그 시점'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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