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과 자기 착취 사이[신간]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

마크 코켈버그 지음·연아람 옮김·민음사·1만5000원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기술과 관련된 담론을 이끌며 세계적 명성을 쌓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기술철학자 마크 코켈버그가 AI 시대에 자기 계발의 의미를 묻는다.

요즘 사람들은 기술 발달에 따른 일자리 감소 전망과 함께 평생 학습과 끝없는 자기 계발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측정과 분류, 비교와 검색, 정보 제공 기능을 갖춘 편리한 기술 도구를 활용해 업그레이드된 자기 계발을 수행하고 잉여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지속해서 자신에게 채찍질한다.

저자는 기술 발달로 무한히 확장하는 자기 계발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강박적인 자기 계발 문화를 탈피할 새로운 시각을 모색한다. 해로운 자기 계발 문화를 형성한 근원을 찾기 위해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해 스토아 철학, 기독교 전통, 루소와 근대인문주의, 실존주의까지 자기 관리와 수양 문화의 뿌리가 되는 사상을 탐구하고 자아에 대한 집착이 만연해진 사회를 파헤친다.

고대 철학자들이 추구한 자기 계발은 이상적인 인간에 도달하기 위한 자기 수양이었으나 최근의 기술 발달은 우리가 완성하려는 인간의 모습 그 자체를 바꾸고 있다. 디지털 기기는 건강과 외모, 경력, 인간관계, 나아가 인성과 노력까지도 ‘수치화’한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기 계발 과정과 성패를 중계하며, 고백하고 비교한다.

저자는 자본주의 경제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심화한 자기 착취 양상을 분석해 감시 자본주의와 건강산업, 데이터 경제하에서 자기 계발이 개인 정보와 데이터까지 상업화하는 데 활용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기술은 인간의 자기 계발을 더 고양할까, 아니면 자기 계발의 여지를 없애 버릴까? 더 나아가 ‘자기 계발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힌트를 준다.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정문정 지음·문학동네·1만6000원

얕잡아 보이지 않으려 센 말을 내뱉고, 분노를 참지 못해 큰 소리로 화를 내고, 관계가 틀어질까봐 해야 할 말도 꾹 참다가 밤잠 설치며 후회한 적이 있는가? 이 책은 열정만큼 긴장과 실수가 잦은 사회 초년생부터 경험치가 쌓여 본의 아니게 ‘꼰대’가 돼가는 조직의 리더까지 말과 글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부드럽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

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현아율 옮김·돌고래·2만2000원

생물학적 남자로 태어나 2세부터 여성의 자의식을 확고히 내보인 니콜이 공동체의 조력 속에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거듭나는 여정을 다룬다. 니콜의 트랜스젠더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삶을 걸고 싸우는 가족과 고유한 개인으로서의 성장을 응원한 선생님, 존재를 인정해준 친구와 학부모 등이 협력하며 함께 성장한다.

마음을 알아주는 마음

김지호 지음·은행나무·1만6800원

언어치료사인 저자가 완벽한 말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의 곁을 지키며 알게 된, 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담았다. 이 책은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숙한 아이들, 특히 장애아동을 보는 어른의 마음은 늘 초조하다. 20여 년간 아이들 곁에서 마음이 말로 맺어지는 순간을 기다려온 저자는 아이가 피어나는 때를 기다려 함께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자고 말한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