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가 될 수 있었을 텐데[꼬다리]

2024. 5.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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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풋살팀 ‘KHFS(행복풋살)’ 선수들이 지난 4월 20일 서울 용산구 한 실내 풋살장에서 친선 경기에 앞서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KHFS 제공



풋살을 시작한 지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기자협회가 개최하는 풋살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2회째인 이번 대회에는 총 29개 팀이 참가한다. 1회에 12개 팀이 참가했으니 참가팀이 2배 넘게 늘었다. 경향신문 풋살팀 ‘KHFS(행복풋살)’ 역시 신생팀 중 하나다. 지난 2월 5일 선수 9명으로 만들어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엔 현재 12명의 선수와 6명의 코치진이 모여있다. 매주 토요일 정기훈련이 끝나고 나면 단톡방은 훈련 사진과 영상, 서로에 대한 격려로 북적인다.

스포츠를 즐기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와 콘텐츠는 이미 차고 넘친다. 문제는 그 좋다는 운동이 내겐 너무 ‘노잼’이었다는 것이다. 동기 부여가 잘되지 않아 헬스장은 한 달도 제대로 못 갔다. 끈기가 없는 탓이려니 했다. 중학교 때 잠깐 앓았던 천식 탓을 하며 ‘운동은 맞지 않는다’라고 합리화했다. 공은 특히 트라우마의 대상이었다. 학창 시절 피구를 하다 얼굴에 공을 정통으로 맞은 이후다. 경향신문 입사 전 모 방송사 합숙 면접에서 피구가 프로그램에 포함된 것을 보고 ‘망했다’ 생각한 적이 있다. 실제로 피구 경기에서 맨 먼저 탈락했고, 최종면접도 떨어졌다.

풋살을 시작하면서 운동 궁합이 따로 있단 걸 알게 됐다. 피구와는 상극이고, 혼자 하는 운동은 지겹지만 풋살은 즐겁다. ‘회사 사람과 하는 운동이 뭐가 재밌냐’며 놀라는 이도 있지만 그래서 재밌다. 업무 이야기 말고 공통의 대화 소재가 생기는 재미. 연차, 직함, 부서는 중요하지 않다. 경기장에선 길쭉한 다리로 공을 낚아채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입사 8개월 차 막내 기자의 목소리가 제일 크다. “진작 시작했으면 나도 메시가 됐을 것”이란 농담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공간을 누빈다’라는 말의 참뜻도 알겠다. 공을 찰 수 있는 거리는 선 자리가 어디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로 20m, 세로 40m의 풋살장이냐, 그보다 4배 큰 축구장이냐. 이 같은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선 별도의 비용과 시간, 노력이 든다는 것도 배웠다. 서울시 공공체육시설의 대관을 진행하는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 예약’은 아이돌 콘서트 예매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하다. 용산에 있는 한 실내 풋살장은 24시간 운영임에도 새벽까지 팀 운동을 하려는 이들이 줄을 선다. 비싼 가격에도 24시간 풋살장이 북적이는 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마음껏 공을 굴릴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공간도 사라지고 있다는데 오죽할까 싶다가도 집 근처 초등학교의 텅 빈 운동장을 보면 기분이 묘하다. 목동 학원가는 아이들을 나르는 자가용이 쉴새 없이 오가는데 말이다. 지난 5월 3일 발표된 ‘2024년 어린이의 삶과 또래 놀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들이 쉬는 시간을 보내는 장소 1위가 교실(90.4%)이라고 한다.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과 놀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은 38.3%였고, 이들 중 81.9%가 그 이유로 ‘학원·학습지·온라인 학습’을 꼽았다. 아이들은 모를 것이다. 어른이 되면 운동장도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것을. 이들이 주어진 공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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