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요?" 한숨 푹…제자가 선생님 퍽퍽, 책가방엔 녹음기

최지은 기자 2024. 5.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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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에서 현직 교사들은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교권 5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아동학대처벌특례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등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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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한 유대 사라지고 불안·걱정 늘었다…'스승의 날' 씁쓸한 교사들
/사진=뉴시스 /사진=이무열

"다시 태어나서 초등교사할 거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할 거 같아요. 법적 책임은 너무 높고 보호책은 부족하거든요."(2년 차 초등교사 A씨)
"'아이가 기분이 상한 채 집에 왔다'며 학부모에게 민원 전화를 받았어요. 교사들은 '우리 아이 기분상해죄'라 불러요."(4년 차 중등교사 B씨)
"스승이라는 말과 멀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봐요. 아이들에게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니까요."(5년 차 초등교사 C씨)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에서 현직 교사들은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교권 5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아동학대처벌특례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등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툭하면 아동학대 민원·소송에 녹음기까지 아이 가방에…교사들은 갈수록 지친다
/사진=뉴스1
현직 교사들은 교사와 학부모·학생 사이 신뢰 하락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아동학대 등 소송 위험에 노출된 것은 물론 증거 수집을 위해 학부모가 학생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겪은 교사를 주변에서 보거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교사도 적잖다. 경기 지역 초등학교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이번 달에 어떤 선생님이 학생에게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교사가 학생을 제지하면 바로 신고를 당할 수 있어 그냥 맞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반 학생 중에 성희롱 발언을 한 아이가 있어 즉시 분리 조치하고 교무실에 데려가 1대1 면담을 하도록 했는데 학부모로부터 과잉 반응하는 것 아니냐며 민원을 받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4년 차 교사 B씨는 "다 공지해 준 내용인데 아이가 제대로 듣지 못해 기분이 상해 돌아왔다며 항의 전화를 받았다"며 "이 역시 정서적 학대로 분류돼 교사들은 이를 '우리 아이 기분 상해죄'라고 부른다. 학부모들의 기본 의식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주의"라고 밝혔다.

'녹음기 공포'는 교사들의 활동을 더 위축시킨다. 언제, 어떤 상황에 한 말이 녹음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공포로 다가온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녹음기를 걸러내는 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A씨는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던 선생님 반에서 녹음기가 나왔다"며 "이를 본 한 선생님이 녹음기가 나올까 봐 아이들을 지도하는 게 무섭다'고 했다. 교사들끼리 어떻게 녹음기를 걸러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5년 차 교사 C씨는 "자기방어용으로 수업 내용을 녹음하거나 영상으로 찍는 선생님도 많다"고 설명했다.
'교실=권리 다툼 장'으로 변질…교사 10명 중 8명 "다시 태어나면 교직 선택 안 해"
/사진=김휘선 기자
교직 만족도 하락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13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9.7%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교총이 2012년부터 진행한 9번 설문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3월부터 교권 5법이 시행됐지만 응답자의 67.5%는 현장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전보다 많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5.9%였다.

C씨는 "아이들과 소통하며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끼던 교사들이 징계를 받거나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게 되면서 교사로서 느끼던 행복감을 상실해가는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끈끈한 유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스승이라는 의미와도 멀어진 삶을 사는 듯하다"고 말했다.

교권 단체는 교실이 권리 다툼의 장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학교가 행복한 배움터, 교육 공동체라는 말로 대체되기도 하는데 어느 때부턴가 왜곡된 인권 의식이나 권리가 강조되면서 권리 다툼의 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의 의식과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교권 5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법과 제도를 아무리 좋게 만들어도 의식과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시도 교육청에서도 법이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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