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고, 바르고, 버무려…집밥을 요리로 만드는 ‘비밀 병기’

정유미 기자 2024. 5.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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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샘표·삼양식품, 저마다의 ‘소스 DNA’로 밥상 공략
오뚜기, 국내 케첩·마요네즈의 ‘원조’…55년째 소스 1위, 250여종 구비
샘표, 양식 ‘폰타나’ 필두로 동남아·중식 맛과 향 살려…현지 역수출도
삼양, K매운맛 세계로 전파…불닭볶음면 수프로 만든 ‘불닭소스’도 인기

고물가 시대에 연일 외식가격이 치솟으면서 집밥을 맛깔스럽게 즐길 수 있는 ‘비밀 병기’가 주목받고 있다. 다채롭고 이색적인 한국의 소스가 그 주인공이다. 극강의 매운맛은 물론 전문점 수준의 중국 요리에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소스까지 음식의 맛을 배가하는 ‘가성비’ 소스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소스류 출하액은 2016년 1조9000억원대에서 2020년에는 2조3000억원대로 증가했고 2022년에는 3조원을 돌파했다. 대표 주자는 오뚜기, 샘표, 삼양식품이다. 오랜 전통과 노하우를 가진 식품기업답게 저마다 남다른 ‘소스 DNA’로 식탁을 공략하고 있다.

오뚜기 “최초·최고 소스 원조”

1970년대 ‘오뚜기 마요네스’ 광고. 오뚜기 제공

케첩과 마요네즈를 한국에 최초로 알린 오뚜기의 소스 DNA는 원조(元祖)다. 1969년 창립 후 50여년간 소스 시장 1위를 지켜온 오뚜기는 타사와 비교가 불가할 만큼 지금까지 250여종의 다양한 소스를 선보였다.

원조라는 자부심은 1971년 한국에 첫선을 보인 토마토 케첩에서 비롯됐다. 1972년에는 자체 기술로 한국형 마요네즈도 내놨다. 지난해까지 케첩의 누적 판매량은 300g 튜브형 기준 52억개, 마요네즈는 55억개를 기록 중이다.

오뚜기가 팔색조처럼 소스류를 쏟아낸 것은 2019년부터다. 비건(채식) 인구를 위한 소이마요(2019년), 100g당 칼로리를 28㎉까지 낮춘 키위·오리엔탈·그린애플 발사믹 냉장 드레싱(2023년), 로 슈거(Low Sugar) 케첩(2023년) 등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트렌드를 적극 반영했다. 스터디셀러는 재창조돼 마요네즈와 케첩에 할라페뇨로 매콤한 맛을 더한 케요네스(2021)는 풍미를 더했다.

MZ 입맛 겨냥한 오뚜기 ‘마라장’. 오뚜기 제공

캠핑족을 겨냥해서는 삼겹살 제주식 멜젓소스(2020년)와 와사비 고추장소스(2022년)를 선보였고 튀김요리에 잘 어울리는 튀만전 찍먹소스와 알싸한 마라장 등까지 최근 20여종의 신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오뚜기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 식탁에 다채로운 소스를 올려두고 집밥 요리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면서 “국민 소스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소비자 요구에 맞게 최적의 맛을 가진 소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샘표 “장독대의 풍부하고 깊은 맛”

샘표 아시안 푸드 ‘티아시아 커리’. 샘표 제공

샘표의 소스 DNA는 장독대에서 묻어나오는 진하고 깊은 맛이다. 1946년 창립 후 간장과 된장 등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져온 만큼 소스에도 오랜 맛 연구 노하우를 오롯이 담고 있다.

샘표 소스는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미식을 가정에서 제대로 즐기자는 데 핵심 가치를 두고 있다. 서양 요리 브랜드 ‘폰타나’, 아시아 음식 ‘티아시아’, 모던 중식 ‘차오차이’ 브랜드까지 전문점 수준의 집밥 요리를 자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 정통 프리미엄 소스를 표방한 폰타나(2003년)는 차별화된 재료와 정통 조리법으로 풍미 가득한 소스를 빚어내기로 유명하다. 최근 ‘크리미페퍼 소스&딥’ ‘투움바 그릴드 머쉬룸 크림 파스타소스’를 선보이는 등 국내 크림파스타 소스와 액상 수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안 푸드 전문 티아시아는 2019년 론칭과 함께 쌀국수, 팟타이 등으로 관심을 모은 데 이어 2021년에는 획일화된 국내 카레 시장에 마크니·푸팟퐁·마살라 등 색다른 맛의 카레로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태국과 인도의 왕실요리 셰프와 공동 연구해 출시한 티아시아 카레는 8개월 만에 1000만개, 즉 2초에 1개씩 팔아치우며 일찌감치 스테디셀러에 등극했다.

야심작은 5년여 연구 끝에 최근 선보인 모던 중식 차오차이(超菜)다. ‘빼어난 요리’란 뜻의 차오차이는 상하이 동파육, 뉴욕 차오멘, 타이베이 고추잡채 등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중화미식을 19종으로 집약했다. 중국 현지 최상급 향신료에 차오차이만의 130도 조리법으로 화구와 웍의 불맛을 입히는 등 현지 맛을 제대로 담아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샘표 관계자는 “셰프, 요리과학자, 인문학자 등 전문가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맛을 연구하는 것이 타사와의 차이점”이라며 “폰타나와 티아시아의 경우 국내 인기에 힘입어 중국 등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삼양 “한국인 맵부심 알리는 국가대표”

K매운맛 대표하는‘불닭소스’. 삼양식품 제공

한국인의 매운맛을 지구촌에 알린 ‘불닭’ 브랜드는 K콘텐츠 인기와 함께 ‘맵부심’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2년 불닭볶음면이 세계를 강타하면서 현재 90여개국에 수출되는 등 지난해까지 까르보·치즈 등 불닭볶음면 18종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57억개를 넘어섰다.

눈길을 끄는 점은 붉닭소스가 불닭볶음면의 수프에서 탄생했다는 데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닭 챌린지 열풍이 불면서 소스만을 따로 구입하고 싶다는 소비자 요청이 빗발치자 2017년 창립 56주년을 맞아 ‘불닭볶음면 소스’를 한정판으로 5000상자(상자당 소스 10개)를 내놨고, 추가 생산에 들어가 총 2만6000상자를 판매했다. 이후 정식 출시 요청이 쇄도하자 불닭소스로 이름을 바꿔 2018년 12월 첫선을 보였다. 불닭소스는 까르보·핵불닭·불닭마요 등 총 8종으로 나왔고 최근에는 멕시칸 풍미를 더한 불닭치폴레마요(2023년)로 지구촌 식탁을 공략하고 있다.

불닭소스 돌풍은 실적이 증명한다. 일본, 중국, 미국 등 40여개국에서 판매되는 불닭소스 매출은 2021년 213억원(국내 129억원, 수출 84억원)에서 2022년 290억원(국내 171억원, 수출 119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381억원(국내 220억원, 수출 161억원)을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 인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불닭의 거침없는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신제품 개발과 함께 국내외 외식업체와 불닭소스 메뉴를 공동 개발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멕시카나 불닭치킨을 비롯해 파파존스, 이삭토스트, 본죽, 엔젤리너스 등 국내는 물론 중국 만두 프랜차이즈 위안지윈자오, 말레이시아 KFC 등 해외에서도 불닭소스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삼양 관계자는 “SNS를 통해 새로운 조합이나 맛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이색 소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불닭소스를 타바스코, 촐룰라 등과 같은 글로벌 핫소스로 키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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