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만의 만남…시진핑과 푸틴의 브로맨스 [푸틴 방중 5대 포인트①]

구자룡 기자 2024. 5.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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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관계 이해에 둘의 개인적 친밀감 중요
‘전범’ 방문, 품앗이 전승절 행사 참석도 눈길
1살 차이 연배…주요 계기마다 서로에 도움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과 에모말리 라몬(오른쪽) 타지키스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79주년 열병식 참석 후 이동하고 있다.2024.05.15


[서울=뉴시스]구자룡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72)이 16일과 17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71)과 회담한다. 임기 6년의 다섯 번째 대통령직에 7일 취임한 뒤 첫 외국 방문이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육지와 해상 진출 실크로드 프로젝트) 정상회담에서 만난 이후 7개월 만이다.

푸틴은 2년 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됐다. 이번 방문은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돼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숨통이 트이는 외유’다.

푸틴은 지난해 8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7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직접 가지 못하고 화상으로 참석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임기 5년의 세 번째 국가 주석에 취임해 올해 두 정상의 만남은 모두 ‘사실상 종신집권’을 굳힌 뒤 만나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는 중국과 러시아(구소련 포함) 수교 75년을 맞은 해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탈냉전 직후인 1994년 ‘건설적 동반자 관계’로 출발한 뒤 차츰 수위가 높아져 2019년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푸틴 방중을 계기로 중-러 관계의 현주소를 이해하기 위한 다섯 가지 포인트를 5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시진핑 만나면 책 선물하겠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면 단행본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선물하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러시아 산업·기업인연맹 회의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한 참석자가 시 주석의 생일인 1953년 6월 15일 도서관에 들어온 책이라며 "이 책을 선물할 의향이 있냐"고 물은데 대한 대답이다.

이 책은 러시아의 혁명가이자 철학자인 니콜라이 체르니셉스키(1828∼1889)의 소설이다. 러시아 혁명의 주역 블라디미르 레닌은 같은 제목으로 자신의 혁명 철학을 담은 저작을 냈다.

시 주석에게 이 책을 선물하는 것은 생일 날짜까지 챙기는 친밀감을 보여주는 것이자 사회주의의 기본 정신을 공유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시진핑 주석이 2013년 국가주석에 처음 취임한 뒤 10여년간 양국 관계는 두 정상의 개인적인 친분을 나타내는 ‘시-푸 브로맨스’를 빼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40여 차례 만난 두 정상…시진핑, ‘전범’ 푸틴 만나러 가기도

2013년 3월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오른 뒤 첫 해외 방문이 러시아였다. 그 후 두 정상의 만남은 줄잡아 40여차례에 이른다. 시 주석이 2019년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가 러시아이고 가장 많이 만난 정상이 푸틴”이라고 했다.

두 정상 관계를 ‘브로맨스(남성간의 끈끈한 우정)’라고 한 것은 만남의 횟수 때문만은 아니다.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시 주석이 모스크바에 도착하기 3일 전 푸틴에 대해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최소 수백 명의 우크라이나 아동을 납치해 러시아로 강제이주시킨 혐의 등이다.

ICC가 시 주석에게 ‘푸틴이 전범이라는 것을 알고 만나라’는 메시지로도 해석됐다.

푸틴은 시 주석 도착 하루 전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 기고에서 논어 학이(學而)편에 나오는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를 인용했다.

ICC 체포령으로 외국행 발이 묶인 푸틴의 심정을 더없이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도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한 나라(미국)가 결정하면 그만인 국제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70년의 비바람을 겪은 중-러 관계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깊이 느낀다”고 했다. 미국 주도의 패권질서에서 함께 맞서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방이 외면한 전승절에 ‘품앗이 참석’

2015년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2차 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은 ‘반쪽’ 행사였다.

한 해 전 3월 이뤄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침공에 항의해 2차 대전 당시 연합국으로 러시아와 함께 싸웠던 서방 국가들이 행사를 보이콧했다.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참석해 푸틴의 체면을 세워줬다.

그해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서방 국가들은 대사와 외교사절만 보낸 반면 푸틴은 ‘품앗이 참석’을 했다.

이 행사에 자유 진영 국가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하게 톈안먼 성루에 올라 푸틴 다음 자리에 섰다.

시 주석은 2018년 개헌으로 국가주석 3연임 제한을 없앤 뒤 2023년 3월 세 번째 주석직에 오른 직후 러시아를 찾았다.

푸틴이 2020년 헌법을 바꾼 뒤 올 3월 선거에서 다섯 번째 대통령에 오른 뒤 사실상 종신집권 길을 연 뒤 처음 찾는 곳도 중국이다.

장기집권에 따른 논란을 불식하고 보란 듯이 외교를 계속하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를 서로 제공하는 것이다.

역대 올림픽과 러시아 전쟁의 함수 관계는?

2022년 2월 4일 동계올림픽 개막식 직전 베이징 국빈관 댜오위타이에서 만난 시 주석과 푸틴은 양국간 ‘무제한 협력관계’를 선언했다.

협력 범위를 ‘무제한’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이례적이었다. 러시아는 올림픽이 끝난 뒤 4일 후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격적으로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침공했다.

올림픽 잔치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 개전을 미뤄 달라는 시 주석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관측이 많다.

2008년 8월 8일 29회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을 때 중앙아시아 그루지아에서는 러시아가 남오세티아에 전차와 야전포를 앞세운 지상군 진입 작전을 개시했다.

중국이 ‘중화부흥’을 기치로 야심차게 준비한 잔치날에 러시아는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과 함께 참가한 푸틴은 개막식이 끝나갈 무렵 부시에게 다가가 군사 작전 개시를 알렸고 부시가 깜짝 놀라는 장면이 그대로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시 푸틴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 자리를 잠시 넘겨주고 실세 총리로 있었다.

2014년 3월 1일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전격 침공한 것은 그해 2월 23일 소치 동계 올림픽이 끝나고 1주일 가량이 지나서였다. 올림픽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군사작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 주석은 지난 6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파리 올림픽 기간(7월 26일∼8월 11일) ‘올림픽 휴전’을 제안했다. 2년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에 푸틴이 화답할지 관심이다.

푸틴이 한 살 많은 비슷한 연배의 두 정상은 각자 상대의 모교 대학인 칭화대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서 각각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올해 수교 75년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신년 축전도 교환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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