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영향 여기까지? 1250년 역사 지닌 日의 禁女 행사 관행 깨졌다

정미하 기자 2024. 5. 15.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日 알몸 축제인 하다카 마쓰리
저출산으로 남성 참여 인원 줄자
남성만 참여 원칙깨고 올해 여성 참가
CNN “저출산이 남성 중심 日 전통 변화시켜”

일본인은 모든 것에 신이 머문다고 믿는다. 이에 일본에선 일 년 내내 신에게 지내는 제사인 ‘마쓰리’가 열린다. 마쓰리 중에서도 외국인에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른바 알몸 축제인 ‘하다카 마쓰리’. 매년 2월 일본 아이치현에 위치한 신사에서 열리는 하다카 마쓰리에는 수천 명의 남성들이 훈도시(일본 전통 남성용 속옷)만 입고 참여한다. 이들은 신사 본당 마루에 있는 목제 부적을 가장 먼저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가장 먼저 목제 부적을 차지하는 사람은 한 해 동안 엄청난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 미신 때문이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1250년의 역사를 가진 하다카 마쓰리에 올해 변화가 생겼다. 지난 2월 22일 고노미야 신사에서 열린 하다카 마쓰리에 41명의 여성이 최초로 참가한 것. 이같은 변화는 일본의 저출산으로 인한 참가자 감소 때문에 벌어졌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남성만이 순수하다고 간주했고, 일반적으로 전통 행사에 여성을 배제했다. 이에 하다카 마쓰리에는 여성이 참여할 수 없었으나, 기존 전통이 깨졌다. CNN은 “여성의 하다카 마쓰리 참여는 저출산이 남성 중심의 일본 전통을 변화시키고 있는 사례”라고 평했다.

지난 2월 22일 일본 고노미야 신사에서 열린 하다카 마쓰리에서 전통 축제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대나무 제물을 운반하고 있다. 여성이 하다카 마쓰리에 참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 로이터

지난해 하다카 마쓰리 참가자는 1700명으로, 팬데믹 이전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이에 여성들을 참여시켰다. 다만 여성들은 남성들과 달리 옷을 입고 참가했고, 참가자끼리 몸을 부대끼는 주요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엔유카이’로 알려진 여성 참가자 그룹은 축제 기간 대나무 제물을 운반하는 역할을 맡았다. 엔유카시 부사장인 스즈키 아야카(36)는 “이번 사건은 성평등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호세이대 젠더 정치학 전공인 에토 미키코 명예교수는 “전통 축제에 여성의 참여를 허용한 한 가지 이유는 남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청년이 줄어들고 남성 참가자가 부족하기에 여성은 환영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저출산에 직면해 있다. 일본 후생성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출생아 수는 8년 연속 감소했다.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5.1% 급감하면서 사상 최저치인 75만8631명을 기록했다. 여기다 일본은 최근 몇 년간 출산율이 1.3명 안팎에 머물면서 안정적인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 2.1명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노동력은 외국인을 포함해 총 6600만 명이다. 그러나 OECD는 일본의 출산율이 계속해서 정체되면 2100년대에 들어가 절반 아래로 감소한 약 3200만 명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듯 인구 감소는 전통문화를 넘어 일본 경제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에토 교수는 “고령화 사회에서는 더 많은 능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출산이 여성의 성평등을 달성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선 일하는 사람, 활동적인 사람이 더 필요하다. 여성이 노동 시장에 참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월 22일 일본 고노미야 신사에서 열린 알몸 축제인 하다카 마쓰리에 훈토시(일본 전통 속옷)만 입은 남성들이 모여있다. / 로이터

일본 정부는 가사 노동 분담을 균등하게 하기 위해 2030년까지 남성 근로자의 85%가 육아 휴직을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것을 포함한 저출산 극복 계획을 지난해 3월 도입했다. 당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앞으로 6~7년이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일본의 성평등 수준은 아직 미약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은 세계 성 격차 지수 보고서에서 일본 순위가 독일, 영국, 미국 등 다른 주요 7개국(G7) 국가보다 훨씬 낮은 125위라고 발표했다. 이는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몇 단계 앞선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글로벌 젠더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후미오 내각 인사 20명 중 5명 만이 여성이다. 2023년 기준 일본 기업의 고위직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3% 미만이다. 호세이대학교 사회과학과 카타다 카오리 부교수는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지만, 편견과 고정관념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여성은 대부분 하급직이나 유치원 보육, 간호 등 돌봄 업무에 국한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급여도 적다”고 지적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