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사찰식(寺刹食)이죠"…식품업계의 '화두'

전다윗 2024. 5.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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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신세계·오뚜기 등 앞다퉈 사찰식 시장 공략 나서
채식 트렌드 맞춰 재미까지 가미…성장 잠재력 주목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식품기업들이 사찰음식에 주목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 등 특정 시점을 겨냥한 일회성 제품을 넘어, 사시사철 판매할 라인업을 갖추는 방향까지 고민한다. 채식, 비건식 등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생긴 변화다.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층이 주요 소비권력으로 부상하며 사찰음식의 잠재력은 날로 더 높이 평가 받는 분위기다.

CJ제일제당 사찰식 팥죽. [사진=CJ제일제당]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대한불교조계종과 함께 사찰식 신제품을 출시했다. 사찰식은 절에서 먹는 스님들이 먹는 수행식이다. 육식을 배제하기에 일반적으로 채식을 떠올리기 쉽지만, 향과 맛이 자극적인 일부 채소도 금하기에 좀 더 좁은 개념에 가깝다. 오신채로 불리는 마늘, 파, 부추, 달래, 아위가 대표적인 금지 식품이다. 오신채는 날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고 익혀 먹으면 음심(淫心)을 일으켜 수행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제일제당이 이번에 내놓은 사찰식 신제품은 조계종 사업지주회사 도반HC와 공동 개발한 '사찰식 팥죽', '꽈리고추 식물성 장조림'이다. 사찰식 팥죽은 일반적인 팥죽과 다르게 오곡(팥·현미·수수·찰보리쌀·차좁쌀)을 담은 사찰식 죽이다. 불교에서 복을 부르고 액운을 물리치는 팥의 문화적 의미는 물론, 스님들의 조언을 받아 곡물 본연의 고소한 맛과 팥의 향, 다채로운 식감까지 살렸다. 또한, 설탕을 넣지 않아 슴슴하고 담백한 맛으로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꽈리고추 식물성 장조림은 식물성 원료로 만든 콩고기 장조림으로, 불교의 생명 존중 정신을 담아 CJ제일제당의 독자 개발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고기 맛과 탄력 있는 식감을 구현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에도 도반HC와 함께 '사찰식 왕교자'를 선보인 바 있다. 고기와 오신채를 넣지 않고 양배추와 숙주나물, 무, 청양고추 등 채소들을 큼직하게 썰어 넣어 씹는 식감을 살리고, 채즙과 소금, 후추, 참기름만을 사용해 만들었다. 2년 연속 사찰식 신제품을 내놓은 CJ제일제당은 올해 죽, 다과 제품 등을 선물세트형으로 선보이며 사찰식 라인업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불교의 공양 문화 및 템플스테이의 굿즈 등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채널도 다양화한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신세계푸드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출시한 '연잎찰파이'와 '연꽃단팥빵' 등 사찰식 베이커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 역시 지난해에 이어 사찰식 베이커리를 선보였다. 전국 이마트 내 베이커리 매장인 '블랑제리'와 'E베이커리'에서 사찰식 베이커리 신제품 '연잎찰파이'를 판매한다.

연잎찰파이는 연잎쌈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찰파이다.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연잎가루를 넣고 아몬드 슬라이스와 호박씨를 토핑해 은은한 연잎향과 바삭한 견과류의 식감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지난해 부처님오신날에 맞춰 출시했던 '연꽃단팥빵'도 재출시하기로 했다. 연꽃단팥빵은 백년초 가루와 연잎가루 등 천연 색소로 색을 내고 연꽃의 씨앗인 연자를 갈아 넣어 단팥의 담백한 맛을 살린 사찰식 베이커리다. 우유, 버터, 계란 등 동물성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출시하자마자 매장별로 준비한 물량이 완판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두수고방 컵밥·죽 8종. [사진=오뚜기]

오뚜기는 사찰음식 전문 레스토랑과 손잡고 간편식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지난 2022년 출시한 '두수고방 컵밥·죽' 시리즈다. 두수고방은 사찰식을 기반으로 한 전통 채식 레스토랑으로, 사찰식 대가인 '정관스님'의 제자 오경순 셰프가 운영하고 있다. 밀키트, 장류, 면류 등 추가 제품 출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식품업계는 사찰식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신념, 건강 등을 위해 채식을 하는 인구가 꾸준히 우상향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수는 지난 2019년 150만명에서 올해 250만명으로 늘었다. 이색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도 사찰식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절에서만 먹을 수 있는 사찰식을 식당, 집에서 경험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채식이 주목받는 분위기지만, 해외 시장은 훨씬 크다. 채식의 상품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사찰식 역시 단순 불자 고객 잡기를 넘어 채식 카테고리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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