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산업도 철학이 필요하다 [생명과 공존]

2024. 5. 1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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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산업의 양적 팽창과 수익 증대에 대한 기대를 빌미로 모호한 개념과 비과학적인 방법을 나열하는 수준의 정책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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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2004년 세계야생동물보전기구가 제안한 하나의 세계, 하나의 건강(One World One Health)은 인간과 동물 그리고 에코시스템의 건강이 서로 연계돼 있기 때문에 인간 중심적인 기존의 보건 프레임으로는 닥쳐올 위험을 막기 어렵다는 자각을 반영한다. 이후 이런 움직임은 '원 웰페어'(One Welfare), 즉 하나의 복지라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인간과 동물은 신종 감염병과 폭력, 재해와 같은 위험을 공유하는 존재로 동물의 안녕과 복지를 살피는 것은 인간의 의무임과 동시에 인간의 안녕을 위해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올해 초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이 발표됐다. 놀랍게도 원 웰페어란 용어가 눈에 띈다.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새로운 개념을 정책에 적용했다. 그런데 본래의 개념이 강조하는 바와는 사뭇 다르다. '반려동물 실증종합 인프라'라는 일종의 '유기동물 보호시설'을 세우고 이들을 대상으로 펫푸드, 펫헬스케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호성과 상품성을 실험(실증)하고 제품 개발과 산업화에 도움을 주겠다는 아이디어이다. 현재 약 400억 원 규모의 이른바 '원 웰페어 밸리'를 공모하고 있다. 국가가 유기동물을 이용해 만든 펫산업 시험장인 셈이다.

해당 육성대책에서도 벤치마킹한 '월섬 반려동물 돌봄 과학센터'(Waltham Petcare Science Institute)를 보면 이 시험장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월섬센터는 사료회사인 로얄 캐닌의 모기업 마스가 세운 연구기관이다. 센터는 1960년대부터 동물의 영양과 건강, 인간동물관계, 동물복지 연구를 위해 과학자 그룹을 두고 있으며, 관련 대학기관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근거에 기반한 반려동물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궁극적인 목적은 '반려동물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실현'하는 것이다.

최근 이와 같은 연구에 참여하는 반려동물은 가정에서 살고 있으며 보호자의 동의하에 연구 프로그램에 등록된다. 연구자는 인간과 동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 윤리심사를 받아야 한다. 반려동물 상품은 단순히 기호성이 아닌 가족의 생활 속 돌봄 패턴과 함께 연구돼야 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산업의 양적 팽창과 수익 증대에 대한 기대를 빌미로 모호한 개념과 비과학적인 방법을 나열하는 수준의 정책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철학도, 가치도, 과학도 없는 산업이 성공할 수는 없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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