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어두운 침묵' 송경호 '담담한 안녕'... 기습인사 당한 '검찰 빅2' 반응

강지수 2024. 5. 1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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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적인 검찰 고위직 인사를 마주한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무거운 심경을 드러냈다.

이 총장은 14일 출근길에서 검찰 고위직 인사 단행에 관해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검찰 인사를 두고 법무부와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곧바로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는."이라고 운을 뗐지만, 이내 말을 멈췄다.

이번 인사에선 검찰총장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총장 패싱' 의혹으로 해석될 수 있는 한 대목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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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총장 "'패싱설' 드릴 말씀 없어"
지방 출장→중도 복귀... '항의' 해석도
송경호 중앙지검장, 이임식서 '무덤덤'
이원석 검찰총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전날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기습적인 검찰 고위직 인사를 마주한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무거운 심경을 드러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어두운 침묵'으로 불편한 기색을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냈으며,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임사에서 담담하게 안녕을 고했다.

이 총장은 14일 출근길에서 검찰 고위직 인사 단행에 관해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평소 기자들 앞에서 할 말은 하던 이 총장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됐으나, 그는 뭔가를 말하려다 침묵을 선택했다. 그는 '검찰 인사를 두고 법무부와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곧바로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는…."이라고 운을 뗐지만, 이내 말을 멈췄다. 7초간 굳은 표정으로 침묵한 뒤에야 "이에 대해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의 갈등설이나 '인사 패싱설' 등 의혹에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모두 피해 갔지만, 그의 굳은 표정이 대답을 대신했다. 이 총장의 출근길을 지켜본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총장의 이렇게 어두운 표정은 처음 본다"며 "심기가 좋지 않은 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선 검찰총장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총장 패싱' 의혹으로 해석될 수 있는 한 대목도 있었다. 이 총장은 11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인사 단행 사실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시기를 늦춰달라"고 이 총장이 건의했지만, 이튿날 법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일선 검찰청 검사장들에게 전화를 돌려 '그동안 고생했다'며 사실상 '검찰을 떠나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인사 대상인 검사장 일부도 법무부가 13일 인사를 전격 발표하기 전까진 자기 인사 여부를 알지 못했다. 외견상으론 이 총장 의사와 무관하게 법무부가 인사를 강행한 셈이다.

이 총장이 예정된 지방출장을 중간에 취소하고 돌아온 점도 '패싱 의혹'을 설명해주는 대목일 수 있다. 그는 13일 오전부터 영월·원주지청을 시작으로 한 1박 2일 지방검찰청 격려 일정을 강행했지만, 이날 인사가 발표되자 이틀째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발령일이 16일이고 15일은 휴일이라서, 사실상 이 총장에게 남은 날짜가 14일 하루밖에 없었던 것이 출장 취소의 배경인 것으로 해석된다. 인사 시점이 이 총장의 뜻과 달랐다는 점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이를 두고 한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총장이 남은 임기(4개월) 동안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급하게 떠나게 됐지만 차분하고 무덤덤하게 대응했다. 그는 이날 이임식에서 "지난 2년은 제 검사 생활 중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보람찬 시간이었다"며 "어려운 시기에도 각자 자리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한 모든 분들의 노고와 헌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이임식에 참석한 한 부장검사는 "(송 지검장이) 특별하게 표정이 나쁘진 않았고 직원들과 무던하게 인사했다"고 말했다.

송 지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부산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외관상 승진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수사 라인을 교체해 대통령실에서 키를 쥐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좌천성 승진'이란 분석이 많다. 다만 이미 지난해 말부터 경질설이 불거진 터라, 송 지검장이 별다른 불편함까진 표출하진 않고 담담하게 동료들에게 작별인사를 전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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