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노동 약자’ 더 책임진다… 공제회 만들고, 노동법원 추진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열린 25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노동계 약자인 노동조합 미조직 근로자를 위해 ‘노동 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미조직 근로자는 노조 가입이 어려운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 대리 운전 기사, 배달 운전자 등을 말한다.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외된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을 제도화, 법률화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조직 근로자에 대해 “노동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이라며 “이들이 질병, 상해, 실업을 겪었을 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제회 설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제회는 가입자가 납부한 회비 등을 기반으로 다른 가입자를 돕는 일종의 복지 단체다. 미조직 근로자인 프리랜서 근로자들도 2021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등과 달리 법적 운영 근거가 미약해 투자 사업 등을 벌일 수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 약자 지원·보호법에 관련 내용을 담아 미조직 근로자 공제회도 투자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노사 간 분쟁을 줄이기 위한 분쟁조정협의회를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프리랜서, 비정규직 등 미조직 근로자는 노사 분쟁 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불이익을 겪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이날 참석한 근로자들도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불합리한 계약을 맺었던 사례를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무료 노동 법률 상담 등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는 있지만, 분쟁 조정 기관을 별도로 설립해 피해 구제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직종별 표준 계약서를 만들어 부당한 계약을 줄이고, 미조직 근로자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공동근로복지기금을 늘리며, 배달 운전자를 위한 시간제 보험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노동계의 오랜 숙원으로 꼽혀온 ‘노동법원’ 설치를 임기 내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도 노동법원 설치를 적극 검토할 단계가 됐다”며 “임기 중 관련 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노동 사건 재판은 지방노동위원회부터 시작해 중앙노동위,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쳐야 한다. 3심제가 아닌 5심제로 진행돼 사건이 장기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잡한 사안 탓에 전문성도 요구돼 이를 전담할 노동법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윤 대통령은 “기업이 멀쩡하게 돌아가거나, 기업이 망했는데 자기 재산만 따로 챙기고 근로자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것은 반국가적 사범”이라며 “노동법 위반뿐 아니라 민사상 손해까지 원 트랙으로 같이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 사안은 고용노동부와 법무부뿐 아니라 사법부 등과도 연계돼 있어 조만간 부처 간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자 개인 역량 향상을 위해 기술 특성화 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에 대한 재정 투입도 강조됐다. 윤 대통령은 “기술의 진보가 노동의 형태를 바꿔 가는데 고용정보센터를 통해 단순히 일자리 정보를 알선해주고 끝나선 안 된다”며 “기본 교육을 단기간이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에 40개 캠퍼스를 운영 중인 한국폴리텍대의 올해 예산은 4635억원인데, 이를 더 늘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그 전까지 노동 약자 지원·보호 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업무는 다음 달 10일 고용노동부에 설치되는 ‘미조직 근로자 지원과’에서 주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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