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투자 손실 30~65% 배상

김희래 기자 2024. 5. 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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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쟁조정위, 기준 결정
개인별 조건따라 추가로 가감
투기자본감시센터와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KB국민은행 등 홍콩지수 ELS 손실 관련 고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4.03./뉴시스

대규모 원금 손실을 빚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투자자가 입은 손실액의 30~65%를 배상하라는 금융 당국의 결정이 나왔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14일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판매한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의 대표적 손실 사례 5건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배상비율은 은행별 기본배상비율(20~30%)을 정한 뒤 개별 사례별로 가감 비율을 추가해 산정했다.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예금에 돈을 넣으려고 은행을 찾았다가 은행원의 권유로 ELS에 가입했거나, 65세 이상의 고령이거나, 과거 ELS 상품에 가입해 본 경험이 없는 고객은 더 배상을 받는 식이다.

이번 배상비율은 앞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고객과 손실 배상 협상을 할 때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대표 사례보다 은행 잘못이 많을 경우 배상비율이 65%를 넘을 수도 있다.

5개 은행에서 판매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H지수 ELS 물량은 총 11조5800억원이다. 이 중 4월 말까지 5조7400억원이 만기였고, 50%인 2조8800억원의 손실이 확정됐다. 5월부터 연말까지 5조8400억원 규모의 물량이 남아 있다.

그래픽=양인성

금감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에는 불완전 판매의 대표적 사례 5건과 각각에 대한 배상비율이 표시돼 있다. 금감원은 “배상비율과 가감점 기준이 대표 사례와 함께 명확히 공개됨에 따라, 투자자와 금융사 간 자율 조정이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NH농협은행의 사례는 70대 고령자 케이스다. 은행 권유로 지난 2021년 1월과 2월 주택청약저축을 해지한 돈으로 손실을 볼 수 있는 주가연계상품에 가입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농협은행 기본배상비율에 더해, 고객이 금융 취약계층인 만 65세 이상 고령자라는 점(5%포인트 가산), 애초에는 예·적금 가입 목적이었다는 점(10%포인트 가산) 등을 인정해 손실액의 65%를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021년 2월 암 보험 진단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러 은행을 찾았다가 은행 권유로 주가연계신탁(ELT)에 가입한 40대 고객 사례다. 해당 고객은 관련 상품을 한 번도 가입해 본 적이 없고(5%포인트 가산), 애초 은행에 올 때부터 예금을 들려고 했던 점(10%포인트 가산)이 인정돼 손실 중 60%를 은행이 배상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신한은행을 통해 가입한 70대 고령자는 ELS 상품 가입 서류 서명란에 본인의 이름 대신 ‘서명’이라고 적었는데도 은행이 이를 확인하지 않아 5%포인트가 가산돼 총 55%의 배상비율이 결정됐다.

만약 과거 ELS 투자 경험이 많았던 투자자라면 은행으로부터 더 적게 배상받을 수도 있다. 하나은행에서 ELT에 가입한 40대 A씨는 실제로는 은행 지점에서 가입했는데도 은행 측이 모바일로 가입한 것으로 처리해 10%포인트의 배상비율이 가산됐다. 하지만 A씨가 과거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다른 ELT 상품에 가입해 투자금을 잃을 뻔한 경험이 있었고 투자액이 5000만원을 초과했다는 점을 들어 배상배율을 10%포인트 차감했다. 분조위는 결국 D씨의 최종 배상비율을 30%로 제시했다.

분조위는 손실 위험 시나리오의 분석 대상 기간을 과거 20년에서 10~15년으로 줄이는 방법으로 손실 위험을 축소해 투자자들에게 안내하는 행위, 신탁통장 표지에 이율 등을 표시해 확정 금리를 제공하는 안전한 투자라고 오인하게 하는 행위 등을 대표적인 은행들의 설명 의무 위반, 부당 권유 행위로 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분쟁의 여지가 심한 상황에 대해 검토한 결과, 65%까지 배상하라는 조정안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배상비율은 지난 2019년 최대 80%였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때보다 낮다. 투자자들은 분조위의 결정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분조위가 공개한 5개 은행의 기본배상비율 하한선이 너무 낮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자 소송을 대리하는 한 변호사는 “그동안 투자자들은 50% 내외로 기본배상비율이 인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20%가 하한선이 되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많다”라며 “집단소송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ELS(주가연계증권)

특정 주가지수 등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 금융 상품이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일정 범위 내에만 있으면 약속한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주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 폭락하면 원금을 잃을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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