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만 12편… 브로드웨이 되살아났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4. 5.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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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공연, 팬데믹 前 90%까지 회복… 부활하는 세계 최고의 무대
지난달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막 올린 뮤지컬 ‘더 위즈(The Wiz)’의 한 장면.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출연진 전원이 흑인 배우다. 코로나로 침체됐던 미국 브로드웨이 극장가가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유색 인종과 가족 관람객이 증가한 덕이 크다. /더 위즈 홈페이지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마르퀴스 극장 앞은 요즘 매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뮤지컬 ‘더 위즈(The Wiz)’를 보려는 관객들이다. 말쑥한 차림의 뉴요커와 외국 관광객들은 극장 포스터와 화려한 네온사인을 배경으로 연신 ‘셀카’를 찍었다. 객석을 가득 채운 1600여 관객은 2시간 반 공연이 끝나고도 돌아가지 않고 극장 앞에서 배우들의 퇴근을 기다렸다.

‘더 위즈’는 노래 ‘오버 더 레인보’로 친숙한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를 흑인 관점에서 재해석해 등장인물을 모두 흑인 배우로 바꾼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 초연 50주년 기념으로 치러졌다. 지난달 17일 공식 개막 행사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 장관 등 거물들이 참석했다. 인근 거슈윈 극장에선 오즈의 마법사의 선악(善惡) 구도를 비틀어 변주한 또 다른 뮤지컬 ‘위키드’가 장기 공연 중이다. 같은 작품을 원작으로 한 두 뮤지컬이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지난 달 17일부터 25일까지 9일 동안 ‘더 위즈’를 비롯해 지난달 열두편의 신작 뮤지컬·연극이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다. 미 언론들은 이런 장면을 전하며 “브로드웨이가 비로소 코로나 후유증에서 벗어나 예전의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브로드웨이는 노래와 춤, 관객의 열정이 섞인 축제의 중심에 있다”고 했다.

지난달 17일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마르퀴스 극장에서 열린 ‘The Wiz’ 오프닝. /로이터 뉴스1

신작들은 형식과 내용 모두 다양하다. 주크박스 뮤지컬(유명 팝스타의 음악과 일대기를 엮은 뮤지컬)이 특히 인기다. 80년대 인기 록 밴드 ‘휴이 루이스 앤드 더 뉴스’의 노래로 만든 ‘더 하트 오브 로큰롤(제임스 얼 존스 극장)’, 여성 R&B 가수 얼리샤 키스의 자전적 이야기를 노래와 버무린 ‘헬스 키친(슈버트 극장)’ 등이 인기다.

진중한 주제를 다룬 작품도 있다. ‘서프스(뮤직박스 극장)’는 참정권을 얻으려 분투하던 20세기 초반 여성들을 다룬 뮤지컬이다. ‘메리제인(새뮤얼 프리드먼 극장)’은 장애가 있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싱글맘의 삶을 담아낸 연극이다. 고전들도 리바이벌 무대로 관객들과 만난다. 전후(戰後) 세기말적 풍경을 음울하게 그려낸 브로드웨이 히트작 ‘카바레(오거스트 윌슨 극장)’, 사실주의 비극의 대가인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희곡을 무대에 올린 ‘바냐 아저씨(비비언 보몬트 극장)’ 등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하에서 급성장한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의 부상과 몰락을 다룬 연극 ‘애국자들(베리모어 극장)’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주목받는다.

브로드웨이에 이렇게까지 요즘 신작이 쏟아지는 것은 ‘토니상’ 때문이기도 하다. 매년 6월에 열리는 토니상은 그해 4월 25일까지 공식 개막한 작품만 후보가 될 수 있다. 토니상은 수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상 후보에 선정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음으로써 흥행몰이에 성공할 수 있다.

브로드웨이 극장가는 그간 코로나로 인해 지난 2020년부터 1년 반가량 공연이 중단된 바 있다. 배우와 스태프는 생계를 잃고 부업을 뛰어야 했고, 공연가 주변 식당가들도 줄줄이 폐업을 겪어야 했다. 폐쇄됐던 브로드웨이 극장가는 이제 비로소 새로운 활기를 얻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브로드웨이 극장과 제작자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에 따르면 2022~2023 시즌 관람객은 약 1230만명으로 역대 최다였던 2018~2019 시즌(1477만명)의 83% 수준까지 따라왔다. 팬데믹 직후인 2021~2022 시즌 673만명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빠른 회복세다. 작품 성격 못지않게 관객들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특히 유색 인종 관람객의 비율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지난 2022~2023 시즌 전체 관람객 중 유색 인종 비율은 29%에 달한다. 역대 최고치다. ‘더 위즈’가 최근 인기리에 무대에 오른 데는 유색 인종 관람객 증가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관객층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2018~2019 시즌 관람객 평균 나이는 42.3세였으나, 2022~2023 시즌엔 40.4세로 낮아졌다. 최근 들어 가장 젊은 관객들이 브로드웨이를 찾은 것이다.

다만 브로드웨이의 흥행 성적이 과거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까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NYT는 “재택근무로 인해 맨해튼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OTT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뮤지컬 관람객도 계속해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1일 기준으로 2023~2024 시즌의 관객 수는 1110만명을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8~2019 시즌의 같은 기간보다 약 18% 감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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