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가근 韓가원” “수사 못해 교체” 검찰 인사 와글와글

이슬비 기자 2024. 5.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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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검찰 내부
이원석 검찰총장이 2024년 5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디올 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한 지 11일 만에 김 여사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이 모두 교체된 것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용산 대통령실 주도로 김 여사 관련 수사를 막기 위해 단행한 방탄용 인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반면, “이원석 검찰이 지금껏 시간만 끌며 정치적 논란만 키우고 있어, 제대로 수사를 해보려고 인사를 낸 것”이라는 반응이 엇갈린다.

◇김 여사 수사, 어떻게 되나

이 총장은 14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서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며 “우리 검사들을, 수사팀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로 김 여사 관련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단호하게 수사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디올 백 수수 의혹’ 수사팀은 지난 13일 재미 교포 최재영 목사를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오는 20일 유튜브 ‘서울의소리’ 관계자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래픽=이철원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우려가 더 큰 분위기다. 법무부는 이날 대검 참모로 신규 보임된 검사장들에게 차장·부장검사 추천을 받고, 검찰 내부망에 ‘2024년 고검 검사급 검사 인사 관련 공모 직위 및 파견 검사 공모’ 게시글을 올렸다. 검사장 인사 하루 만에 차장·부장검사에 대한 후속 인사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후속 인사에서 김 여사 관련 수사팀이 얼마만큼 교체되는지에 따라 이번 인사에 대한 평가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총장과 신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마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한 관계자는 “지금 수사팀이 상당 부분 바뀔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이 총장 때 이성윤 중앙지검장과 갈등을 빚었던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 제대로 하려는 인사”

이번 인사에서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장으로 승진해 수원고검 차장으로 발령 난 고형곤 4차장검사는 작년 인사 때 한 차례 유임된 만큼 시기상으로도 “바꿀 때가 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검사장은 “때가 돼서 한 인사로 보인다”며 “정치적으로 보면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할 만한 인사였다”고 했다.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김 여사 방탄용이 아니라 오히려 공격용 인사”라는 말도 나왔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특혜 취업 의혹 등에 대해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진용을 새로 짜서 여러 논란 사건들을 제대로 수사해 보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이 총장 지휘로 진행돼 온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측면도 없진 않다. 이재명 대표 부부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私的) 사용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총선 전 이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가 국회의원 부인들에게 식사비로 쓴 10만4000원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을 뿐이다. 또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부지사였던 이화영씨가 기소되고 1년 6개월이 넘도록 이 대표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수사도 마찬가지다. 한 전직 검사장은 “검찰은 (김 여사 사건에 대해) 기소를 하든, 불기소를 하든 빨리 결정했어야 한다. 질질 끌다가 논란만 키운 꼴”이라고 말했다.

◇총장 패싱? 뒤숭숭한 검찰

인사 직후 검찰 내부에선 “총장과 협의도 없이 인사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른바 ‘총장 패싱설’이었다. 지난 11일 이 총장이 박성재 법무장관을 만나 인사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지만, “시기를 늦춰달라”는 이 총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이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의사를 물어, 이 총장은 “조금 더 이따가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갑자기 인사가 났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인사 직후 법무부 참모들과 만나 “이번 인사는 검찰총장과 협의하에 내가 주도해서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민정수석실 등 용산 대통령실의 개입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는 뒤숭숭했다. 한 부장검사는 “결국 일방적으로 총장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인사를 내버린 것 아니냐”며 “지난 정부 때 추미애 전 장관이 당시 총장이던 윤 대통령을 패싱한 채 수사팀을 와해시킨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재경 지검 한 부장검사는 “김 여사 수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수사 라인을 전부 교체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러면 원칙대로 수사를 해서 결과가 나와도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를 아무리 수사해도 처벌 규정이 없어서 처벌도 못 할 텐데 왜 이런 분란을 일으키면서 인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된 것을 두고는 ‘윤가근 한가원’(尹可近 韓可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 차장검사는 “‘윤 대통령과는 가깝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는 먼 사람’을 발탁한 것이 이번 인사의 특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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