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세금 혜택에 보조금도 퍼드립니다”...‘이 나라’에 기업들 몰려든다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5. 1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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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스 프랑스 150억유로 유치···역대최대
“전세계 물색 끝에 프랑스 선택” 호평
유럽서 FDI 유치건수 5년 연속 1위
제조업 포기해 저성장 늪 빠졌던 佛
대규모 투자 유치로 산업 재도약 시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 = 연합뉴스]
“최근 프랑스만큼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려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렵다.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마르쿠스 빌리그 볼트 CEO)

“세제 혜택과 정부 보조금 등이 파격적이다. 프랑스 정부는 기대 이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새 공장 부지를 위해 전세계 각지를 물색한 끝에 공장 건설지로 프랑스를 낙점했다.” (얀 괴츠 IQM CEO)“

지난 13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베르사유 궁에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7월 하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껏 들뜬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대적인 국가 세일즈에 나섰다. 매일경제는 베르사유 궁에서 개최된 연례 투자 행사 ‘2024 추스 프랑스 서밋(Choose France Summit)’ 현장을 단독취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CEO들은 프랑스를 선택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줬다. 투자 배경은 각기 달랐지만, 다들 입모아 말하는 것은 “프랑스가 달라졌다”였다. 한때 탈산업화 움직임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졌던 프랑스가 마크롱 정부 이후 친기업 정책 기조로 전환하면서 기업 환경도 전에 비해 달라졌다는 요지다.

올해 5년 차를 맞는 추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의 야심작이다. 이번에도 150억 유로(약 22조1200억 원)를 끌어모으며 역대최고 기록을 썼다. 엘리제궁은 약 56개의 투자 프로젝트는 유치해 1만개 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는 130억유로를 유치한 바 있다.

프랑스에 1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이날 발표한 에스토니아의 택시어플 ‘볼트’의 마르쿠스 빌리그 CEO는 규제 완화를 위한 프랑스의 노력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빌리티 업계의 최대 장애물은 규제다. 프랑스는 최근 몇 년간 관련 규제들을 현대화하고 완화하는 데 많은 진전을 보여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과거 프랑스는 여느 유럽 국가처럼 관료제적인 비효율성이 많았다”면서도 “다만 마크롱 정부가 들어선 후엔 친기업적인 개혁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과거 프랑스 특유의 경직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인도 항공우주 기업 모더슨 에어로스페이스의 쿠날 바지 CEO는 “프랑스 정부가 친기업적으로 돌아선 만큼 급성장하는 기업들은 프랑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기업들은 눈을 크게 뜨고 프랑스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마크롱 정부 이후 프랑스는 글로벌 기업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이고 있다. 5년 연속 유럽 내 FDI 1위가 그 성적표다. 지난 2일 어니스트 앤 영 (EY) 발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 신공장을 설립하거나 설비 확장을 위한 FDI 프로젝트 건수는 1194건으로, 각각 985건과 733건을 기록한 영국과 독일을 상회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프랑스가 10년만에 유럽에서 가장 투자 매력도가 높은 국가로 올라선 것”이라며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가 기업들의 ‘자석’으로 탈바꿈한 데에는 친기업적 규제 개혁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가 출신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법인세율을 33%에서 25%로 낮췄고, 노동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해고 기준을 간소화해 고용유연성을 높였다. 기업 관련 인허가의 행정 처리 소요 기간은 5년 새 평균 17개월에서 9개월로 단축됐다.

베테랑 기업 출신 관료들을 정부 곳곳에 배치한 점도 호평을 얻고 있다. 양자컴퓨터 기업 IQM의 얀 괴츠 CEO는 “정부의 투자 지원 시스템이 매우 잘 조직돼있다. 정부관료들은 기업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 뿐더러 여러 부처들도 서로 간의 업무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정부는 출범 직후 추스 프랑스를 매년 개최해 해외 투자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프랑스의 새로운 국가 의제가 된 ‘재산업화(reindustrialisation)’ 때문이다. 친기업 정책을 적극 펼치며 프랑스 내 제조시설을 유치하는 ‘메이드 인 프랑스’ 리쇼어링 정책에 적극 나섰다. 저성장 국면에 빠진 프랑스에 제조업·친환경 설비 투자를 적극 유치해 신성장동력을 공급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엘리제궁에 따르면 이번 추스 프랑스 기간 여러 ‘빅딜’이 다수 성사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프랑스에 40억 유로(약 6조원)를 투입해 데이터 센터를 짓고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아마존은 프랑스에 12억 유로(1조8000억 원)를 추가로 투자해 3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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