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판 ‘선재 업고 튀어’, ‘멀티버스’ 예능 뜬다[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5. 1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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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예능 ‘눈떠보니 OOO’ 포스터. 사진 ENA



요즘 TV를 켜면 어디든 ‘멀티버스’가 가득하다. ‘멀티버스’는 ‘다중우주’를 뜻하는 우주학의 이론으로, 이를테면 ‘다른 차원의 내가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마블스튜디오의 세계관에서 본격적으로 대중문화에 이식된 ‘멀티버스’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꽃피고 있다.

드라마들은 이러한 ‘멀티버스’ 이론에 기인한 ‘회귀물’이 인기다. tvN 월화극 ‘선재 업고 튀어’는 주인공 임솔(김혜윤)이 시계를 매개로 10여 년이 넘는 시간을 오가고,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역시 죽었던 주인공이 10여 년 전 살아있던 당시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드라마 저작물의 원작이 되는 웹툰이나 웹소설 역시 이러한 ‘회귀물’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다. 이렇게 드라마에서 번성하고 있는 ‘멀티버스’는 이제 예능으로 이식됐다.

최근 ENA에서 방송되고 있는 ‘눈떠보니 OOO’이 대표적이다. tvN ‘코미디빅리그’를 연출한 안제민PD와 ‘대탈출’에서 세계관 구축에 특화된 능력을 보였던 김정선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JTBC에서 다음 달 방송되는 예능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출연자들. 왼쪽부터 데프콘, 강민경, 이해리, 박보검, 박명수. 사진 JTBC



첫 방송을 마친 프로그램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스타가 어느 날 잠을 잔 후 갑자기 이역만리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잠을 깨는 설정을 하고 있다. 격투기 선수 출신 방송인 김동현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력거꾼으로 변신했고, ‘워터밤 여신’으로 인기를 얻었던 가수 권은비는 대만 타이베이의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여고생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의 재미는 정말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의사소통을 해 하루를 이어나가야 하는 주인공들이 분투다. 비록 권은비의 경우에는 학교생활을 해야 해 한국어가 가능한 동급생이 존재했지만, 김동현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한다. 안제민PD는 “이들 출연자들이 어떻게 생활을 이어가는지 보는 일이 재미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느낌의 기획이 JTBC에서도 진행된다. 김태호PD가 수장으로 있는 콘텐츠 제작사 TEO에서 만든 ‘마이 네임 이즈(MY NAME IS) 가브리엘’이다. 이 프로그램은 데프콘, 이해리, 강민경의 진행으로 박명수, 홍진경, 염혜란, 지창욱, 박보검 등이 출연한다.

tvN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 포스터. 사진 tvN



이 프로그램은 과거 김태호PD가 MBC ‘무한도전’에서 보였던 ‘타인의 삶’ 특집을 연상하는 기획으로 출연자가 역시 이역만리 모르는 곳에서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타인의 삶을 체험한다는 기획이다. 이 역시 같은 존재가 서로 다른 장소에 존재한다는 ‘멀티버스’ 이론을 따랐다.

6월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공개 이후 ‘눈떠보니 OOO’과의 비교가 예상된다. 생존이나 생활에 중점을 둔 ‘눈떠보니 OOO’과 관계성에 주목하는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은 결국 ‘멀티버스’의 예능화 가장 최전선에 위치한 것이다.

이에 앞서 나영석PD가 연출했던 ‘뿅뿅 지구오락실’에서도 ‘멀티버스’의 개념을 도입해 옷장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멤버들이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세계관을 만들어갔다. 티빙에서 방송된 ‘크라임씬 리턴즈’와 여고추리반‘, tvN ‘아파트 404’ 등과 같은 추리예능 역시 세계관을 구축해놓고 출연자를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 ‘멀티버스’의 설정을 쓰고 있다.

‘회귀물’의 재미는 마치 게임처럼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의 불가역성을 무너뜨려 삶을 다시 설계하는 쾌감을 주는 데 있었다. 이러한 설정을 예능으로까지 확장하면 훨씬 다양해진 부캐릭터의 활약과 세계관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멀티버스’는 이제 예능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돼가고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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