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문신, 의료인이 안 하면 위해 발생" 미용업자 국민참여재판 '유죄'

대구CBS 류연정 기자 2024. 5. 1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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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위생 관리, 판례 등 근거…"의료인이 행해야만"
배심원 7명 중 4명 유죄로 평결
류연정 기자


눈썹 문신 시술을 한 비의료인에 대한 재판이 전국 최초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가운데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어재원)는 14일 공중위생관리법,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24)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부터 약 2년간 대구 중구의 피부미용업소에서 손님들에게 약 400회에 걸쳐 눈썹 문신 시술을 해주고 5천여만원을 벌어들인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A씨는 눈썹 문신은 반영구 화장으로 의료행위보다는 미용행위로 봐야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아울러 변화하는 사회 문화와 정서를 현행법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불법인지 여부를 국민참여재판으로 가려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의 핵심 쟁점은 '눈썹 문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였다.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로 수익을 올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눈썹 문신을 의료행위로 보면 A씨를 처벌해야 하고 의료행위로 보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피부과 전문의 B씨는 진피층까지 침습이 이뤄지므로 문신을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료법은 의료행위인지를 따질 때 '의료인이 하지 않을 경우 사람의 생명, 신체, 공중위생에 큰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B씨는 "의료인이 한다고 해서 완벽히 안전하다고 볼 수 없지만 비의료인이 하는 것보다 발생할 위해가 현저히 적다"고 밝혔다. B씨는 미용업소에서는 병원 수준의 멸균 등 감염 예방 관리를 할 수 없고 문제가 있는 피부 상태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문신사중앙회 제공

반면 피고인측 증인으로 나선 보건학 박사 C씨는 "눈썹 문신을 의료행위라고 보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실제 시술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작용으로 감염이 일어난 경우는 2.8%에 그쳤다고 반박했다. C씨는 또 "아무나, 누구나 하면 위험할 수 있지만 A씨는 교육받고 훈련받은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피고인측 증인인 성형외과 의사 D씨는 눈썹 문신를 의료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눈썹 문신 시술시 세균 감염 문제는 거의 없고 염료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있을 수 있는데 의사나 미용업자나 똑같은 염료를 쓴다. (부작용이 안 생기려면) 염료 관리를 잘해야 하는거지 누가 하는가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사가 눈썹 문신 시술을 직접 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A씨측 변호인 역시 "눈썹 문신 시술은 대부분 비의료인에게 받는다"며 현실과 법감정이 다소 동떨어져 있음을 비판했다. 또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판결에서 눈썹 문신을 불법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1992년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변화한 기술과 문신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또다른 쟁점은 눈썹 문신이 '공중위생관리법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지'였다.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은 "미용업자가 점빼기·귓볼뚫기·쌍꺼풀수술·문신·박피술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의료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명확히 문신을 금지한 조항이라고 주장했고, A씨측 변호인은 "문신을 의료행위라고 전제했을 때 규정된 문언이고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경우 과도한 해석"이라고 맞섰다.

이틀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이날 오후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의 문언 해석, 부작용과 관리상의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증인들의 진술, 문신 시술에 대한 체계적이고 통일적인 교육 시스템이 정립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헌법재판소의 최근 판단 등을 근거로 A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며 "눈썹 문신 시술은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하고 공중위생관리법에서 금지하는 문신에도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눈썹 문신 시술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국민의 시각이 주요했던 이 사건에서는 배심원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국민참여재판 결과 배심원 7명 중 4명은 A씨에 대해 유죄로 평결했다. 다만 배심원들은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떠나 관련 법령의 제개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했다.

A씨는 재판이 끝난 뒤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를 지지한 대한문신사중앙회도 이번 판결에 아쉬움을 표하며 문신 합법화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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