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손실 30~65% 배상”… 투자자 만족할까

안승진 2024. 5. 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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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조위, 은행별 대표사례 공개
기본배상비율 하나·신한 20% 산정
‘적합성 위반’ 국민·농협·SC는 30%
가입기관·방법 따라 3~10%P 가중
투자 경험 등 따져 최대 45%P 가감
일부 투자자 반발… 6월 집단訴 추진
은행선 “자율 배상안 판단 기준 기대”
70대 A씨는 2021년 1월과 2월 농협은행에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신탁(ELT) 2건에 가입하면서 5000만원을 입금했다. 당시 농협은행은 고위험 상품인 ELT 가입을 유도하면서도 투자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A씨를 ‘공격적 투자자’로 분류했다. 손실 위험 시나리오도 20년간 자료로 설명해야 하지만 기간을 축소한 채 A씨에게 안내했다.
사진=뉴시스
ELT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이지만 통장 겉면에는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까지 기재됐다. A씨는 계약서 서명란에 서명 대신 ‘서명하세요’라고 적었는데, 은행은 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13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어 국민·신한·농협·하나·SC제일 등 5개 판매 은행과 고객 간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ELT, 주가연계펀드(ELF) 불완전 판매 분쟁 사안 중 대표 사례에 대해 투자 손실 배상비율을 30∼65%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분조위는 농협은행이 A씨의 홍콩H지수 하락에 따른 ELT 손실액 65%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은행 측이 적합성 원칙(투자자의 상황, 특성에 맞는 투자 권유), 설명의무 및 부당권유 금지를 모두 위반해 손해액의 40%가 기본배상비율로 인정됐고, 금융취약계층(만 65세 이상) 상대 판매와 모니터링콜 부실 등 투자자별 요인 25%포인트가 가산된 결과다.

금감원은 홍콩H지수 기초 ELS, ELT, ELF로 발생한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5개 판매 은행별 분쟁조정 결과를 공개했는데, 이들 은행과 고객 간 자율배상 협상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도우려는 취지다. 다만 몇몇 투자자는 100% 배상을 고집하고 있어 법정 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난 3월 홍콩H지수 분쟁조정 기준을 발표했는데 분조위는 이에 따라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먼저 2021년 1월1일∼3월24일 판매된 ELS 상품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설명의무만 위반했다고 보고 20%의 기본배상비율을 적용했다. 단 농협은행은 법인 고객 대상으로 적합성 원칙까지 위반한 것으로 나타나 30%로 산정했다.
2021년 3월25일 이후 판매된 ELS 상품에선 신한·하나은행은 적합성 원칙을 지켜 기본배상비율이 20%로 산정됐지만, 국민·농협·SC제일은행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모두 위반해 30%로 높아졌다.

기본배상비율에 더해 판매 금융사가 증권인지 은행인지, 가입 방법이 대면인지 비대면인지에 따라 배상비율이 3~10%포인트 가중된다. 더불어 손실 고객이 본래 예·적금 가입 목적이었는지, 금융취약계층인지 등에 따라 최대 45%포인트 가산될 수 있다. 반대로 과거 ELS 투자 경험, 수익 규모 등에 따라 역시 45%포인트까지 차감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타 조정을 통해 최대 10%포인트 가감 후 최종 배상비율이 결정된다.

금감원이 발표한 다른 대표 사례를 보면 2021년 2월 국민은행에 암보험 진단비를 정기예금으로 예치하러 왔다가 ELT에 가입한 40대 고객은 기본배상비율 30%에 예·적금 가입 목적(10%포인트), ELS 최초 투자(5%포인트) 등 30%포인트가 가산돼 최종 60%로 결정됐다. 분쟁 조정은 당사자가 20일 내 수락하면 성립한다.

분조위 결정에도 손실액 100% 배상을 주장하는 이들은 다음달 중 판매 은행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길성주 홍콩H지수 ELS피해자모임 위원장은 “피해자 600여명이 모여 증거를 취합하고 있다”며 “현재 법무법인을 선임했고 준비 절차를 거치면 내달 중 소송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자들과 자율 협상을 진행 중인 은행은 대표 사례 발표를 반기는 모양새다. 한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들의 자율 배상안을 받더라도 금감원의 배상안보다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기준이 없었는데, 이번 분쟁조정 결정으로 자신이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승진·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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