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소비자가 외면한 전기차 디자인 손본다

김동진 2024. 5. 1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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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동진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전용 브랜드 ‘EQ’의 운영을 종료하고, 전기차 사업 전략을 수정한다. 내연기관과 확연하게 다른 전기차 디자인을 적용한 EQ 시리즈가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출시한 G클래스 전동화 모델의 이름도 당초 계획했던 EQG가 아닌 내연기관 네이밍인 G580으로 바꿔 출시했다.

벤츠 EQS SUV / 출처=벤츠코리아

내연기관차와 완전히 다른 전기차 디자인 적용 EQ 시리즈…소비자는 외면

벤츠는 지난 2016년 파리 모터쇼에서 ‘EQ 브랜드’와 콘셉트카 ‘콘셉트 EQ’를 처음 선보였다. 2년 뒤에는 EQ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더 뉴 EQC’를 최초로 공개하며 전동화 대열에 합류했다.

벤츠는 전동화에 따른 변화상을 EQ 시리즈 디자인에 반영하며 내연기관과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예컨대 S클래스와 EQS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벤츠 S클래스(왼쪽)와 EQS의 모습 / 출처=벤츠코리아

내연기관인 S클래스는 긴 후드와 뒤로 빠진 캐빈 등 기존 벤츠 내연기관 디자인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다. 반면, EQS는 블랙 패널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함께 긴 휠 베이스(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 바닥에 길게 배치한 배터리, 조종석이 앞으로 향해 있는 캡 포워드(Cab-forward) 디자인을 적용, 내연기관과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출시됐다.

벤츠는 이처럼 경쟁사와 달리 내연기관과 전기차 디자인에 차이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급격한 변화 대신 기존 차량과 전기차의 조화를 택한 제조사와 다른 행보다. 예컨대 BMW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사이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브랜드 상징인 키드니(신장) 모양의 그릴을 전기차에도 그대로 구현했다. 현대차 또한 벌집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전기차에 새겼다. 전기차는 엔진과 차량 내부 부품의 냉각 기능이 필요하지 않아 라디에이터 그릴을 장착하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라디에이터 그릴은 멀리서도 브랜드를 인식하도록 돕는 부품이었으므로, 급격한 변화 대신 기존 차량과 전기차의 조화를 택한 제조사도 많았다.

전기차를 두고 각기 다른 디자인 전략을 취한 제조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벤츠는 그간 국내 시장에 EQA, EQB, EQC, EQS 등의 차량을 출시했지만, 판매가 부진했다. 특히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이질감이 강한 EQ 라인 디자인과 짧은 주행가능 거리 등 부족한 상품성이 더해져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에 따르면 EQC 400 4MATIC은 2019년 출시 첫해 24대, 이듬해인 2020년 608대, 2021년 341대, 2022년 92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에 벤츠는 2019년 출시한 EQC를 4년 만인 2023년 단종하기에 이른다.

벤츠 EQC / 출처=벤츠코리아

EQ브랜드 전략 수정…G클래스 첫 전동화 모델도 내연기관 네이밍 사용

상황이 이렇자, 벤츠는 전기차 디자인 실패를 인정하고 전략 수정에 나섰다. EQ 브랜드 운영을 접고 새로운 전기차 마케팅 전략을 고심하며 내연기관과 이질감 없는 디자인 적용에 나설 전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벤츠가 공개한 G클래스의 첫 전동화 모델 네이밍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벤츠는 당초 G클래스의 첫 전동화 모델 또한 EQ라인업에 편입하기 위해 ‘EQG’라는 차명으로 출시할 계획을 세웠으나, 전략을 수정해 내연기관 네이밍인 G580으로 차량을 선보였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벤츠는 그간 내연기관 차량의 성능과 소음 및 진동 관리 등에서 명성을 얻으며 명차 이미지를 쌓아왔다. 전기차에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것은 기존 명성을 활용할 기회보다는 모험을 택한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디자인으로 혹평도 받았지만, EQ라인 상품성도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이대로 EQ 브랜드를 운영하면 내연기관차의 명성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 전기차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전기차 캐즘까지 겹쳐 벤츠의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새로운 전략으로 반전을 시도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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