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에 라인 경영권 넘겼던 네이버의 '차선' [마켓톡톡]

한정연 기자 2024. 5. 1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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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실패로 2018년 라인 적자
페이싸움서 밀린 게 결정적 요인
결국 소프트뱅크에 경영권 넘겨
네이버-소뱅 AI 등 제휴 사실상 종료
외인 日 상장사 지분 매입 대폭 축소
네이버 차선은 라인야후 지분 보호

네이버는 2019년 라인의 실적 악화로 경영권을 사실상 소프트뱅크에 넘겨줬다. 두 회사의 기술협력도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느슨해졌다.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의 AI 기술에 투자하는 대신 ARM 등에 10조엔대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네이버의 선택지를 알아봤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지분을 놓고 협상중이라고 지난 5월 10일 밝혔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일본 총무성은 2023년 11월에 발생한 네이버 클라우드 서버의 라인 이용자 정보 유출을 이유로 올해 3월 행정지도를 내렸다. "라인야후 모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보안 체제 구축"이 주요 요구 사항이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4월 2차 행정지도에서는 "(네이버와의) 자본 지배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의 한국 기업 지분 탈취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일본 총무성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4월 말 네이버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CEO는 지난 9일 "소프트뱅크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네이버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도 지난 10일 이를 시인했다.

■ 라인과 소뱅의 합병 과정=네이버는 2016년 라인을 뉴욕과 됴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라인 주가는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주당 3000~4000엔대를 오가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네이버는 2019년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Z홀딩스(야후재팬)와 라인의 합병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라인의 잔여 지분을 매입 후 소각했다. 라인은 2020년 12월 29일 뉴욕과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이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회사 A홀딩스가 Z홀딩스와 라인을 합친 '라인야후'라는 회사의 지분 64.4%를 갖고, A홀딩스는 소프트뱅크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A홀딩스는 소프트뱅크가 지분 50.0%를 갖고, 네이버가 42.25%, 네이버의 100% 자회사 네이버허브가 지분 7.75%를 보유했다.

■ 라인 경영권 넘긴 이유=네이버는 이미 2019년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Z홀딩스(야후재팬)를 합병하면서 라인 경영권을 소프트뱅크에 넘긴 셈이다. 2020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합작회사 A홀딩스의 이사회 초대 의장을 맡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실제로는 소프트뱅크의 미야우치 겐이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A홀딩스 이사회 구성원 5명 중에서 3명 자리가 소프트뱅크 측으로 돌아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한 만큼 주주총회를 통해서 이사회를 장악할 수도 없다.

네이버가 경영권을 넘긴 이유는 라인 경영실패에 있다. 라인은 2018년 적자 전환했다. 라인은 2019년 매출 2조4000억원에 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라인이 소프트뱅크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페이에 밀리면서 적자가 발생했다.

네이버는 2018년 라인 핀테크 사업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7500억원을 투자하면서 페이페이의 현금 살포 마케팅에 대응했지만, 결국 시장 2위에 그쳤다. 무료 대화가 기본인 메신저 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은 큰 문제다. 카카오톡도 간편결제인 카카오페이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 차선의 차선=이번 사태는 네이버의 보안 문제에서 시작됐다. 네이버 경영진은 라인야후 이사회를 소프트뱅크에 넘겨준 상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협력 관계도 약해졌다. 네이버, 라인, 소프트뱅크는 이미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네이버페이와 라인페이는 지난해 6월 기술제휴 4년 2개월 만에 협력 관계를 종료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7월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술인 '하이퍼클로바X' 대신 오픈AI와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5월 12일 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영국 ARM을 통해서 AI 사업에 10조엔대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50% 매입 의지를 밝혔다. 도쿄의 소프트뱅크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앞으로 우리 기업이 일본 상장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일이 어렵게 된 것도 네이버가 고려할 만한 사항이다. 일본 재무부는 2019년 '외국환 및 외국 무역법'을 개정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상장사 지분을 취득할 때 사전신고 대상이 되는 기준을 기존 10%에서 1%로 강화했다. 2020년 기준 일본 전체 상장사의 56.5% 이상이 사전신고 대상이었다. 2023년에는 사전신고 대상 업종에 반도체, 2차전지 등 9개 업종을 추가했다.

네이버의 선택은 어때야 할까. 프랑스 자동차회사 르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닛산은 2018년 일본 검찰이 카를로스 곤 회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하는 등 프랑스의 르노로부터 독립을 시도했다.

르노가 1999년 매입한 닛산 지분의 의결권 43%를 15%로 낮춰 닛산의 르노 보유 지분과 동일하게 맞추는 데만 5년이 걸렸다. 더구나 르노는 닛산 지분 28.4%를 팔지 않고, 프랑스의 신탁회사로 옮겨 의결권만 조정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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