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대주주, 무책임경영 비판 끝 '정상화' 합의 "손 뗄 때까지 싸울 것"

김예리 기자 2024. 5. 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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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구성원, 석가탄신일 전날 서초 능인선원 상경투쟁…매각 요구
'지광스님, 독단 경영 끝에 경영난, 임금체불 반복 이르러도 책임 회피'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석가탄신일을 하루 앞둔 14일 낮 2시, 언론노조와 국제신문지부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능인선원을 찾아 매각을 촉구하는 상경집회를 열었다. 사진=국제신문지부 제공

“(이정섭 회장은) 부산 언론, 지역 저널리즘에 관심 없이 부동산에만 혈안이었다. 새 대주주는 부산의 언론을 위하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우리 노조는 이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이것은 우리만의 투쟁이 아니다.”(김승주 전국언론노동조합 국제신문지부장)

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가 국제신문 대주주인 재단법인 능인불교선양원(능인선원)에 국제신문 매각을 요구하며 전 조합원 상경집회를 열었다. 능인선원 측은 이날 국제신문지부와 면담 끝에 '경영 정상화'와 자금 지원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14일 국제신문지부에 따르면 능인선원은 지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경영 정상화'와 정상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임금 지급 등 자금 지원을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능인선원 측은 지부가 요구해왔던 비조합원(부장급 이상 임직원) 임금 지급과 책임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재단 명의의 서면합의 직인'에도 합의했다.

부산·경남 지역의 대표적 일간지 중 하나인 국제신문은 수년간 만성 적자 구조 속에 부채가 늘어나는 경영난을 겪어왔다. 국제신문 구성원들은 대주주의 경영 무능과 책임 회피에 따라 임금체불 피해가 반복되고, 회사가 존립 위기에 이르렀다며 매각을 요구해왔다.

국제신문지부는 능인선원 측이 윤전사업을 독단으로 결정하는 등 경영 오판으로 적자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경영난에 따라 임금 체불 사태가 일어나자 체불액의 일부를 '대여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퇴직금 미지급 책임은 지지 않는 등 경영자로 책임은 회피해왔다고 밝혔다. 국제신문 주주는 이정섭 회장(77.4%, 능인선원 원장인 지광스님)을 비롯한 능인선원 관계 지분이 100%다.

석가탄신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2시, 언론노조와 국제신문지부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능인선원을 찾아 매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주주의 경영 정상화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석가탄신일을 하루 앞둔 14일 낮 2시, 언론노조와 국제신문지부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능인선원을 찾아 매각을 촉구하는 상경집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계 위기의 장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 국제신문이다. 몇 년간 대주주의 언어도단과 경영 무능과 파탄, 임금체불을 겪어왔다”며 “지광과 능인선원이 국제신문에서 완전히 손 떼고 체불임금 제대로 지급하고 경영정상화 이루는 순간까지 싸움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무자격 자본, 무능력 대주주가 다시는 국제신문을 망치지 못하도록 부산 시민사회와 독자의 힘과 뜻을 모아 경영 정상화의 마침표까지 찍어야 한다”고 했다.

국제신문지부 조합원들은 대주주가 합의를 이행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호정 국제신문 기자협회장은 “부처는 걸어가는 길에 연꽃이 피었다는데, 국제신문은 지광스님이 차승민이란 사람을 사장으로 불러올 때부터 가시밭길이 됐다”며 “경영난 끝에 광고 기사까지 쓰면서 '이러려고 기자가 됐나' 생각이 든다. 국제신문이 버팀목이 되는 새 주인을 찾도록 같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가탄신일을 하루 앞둔 14일 낮 2시, 언론노조와 국제신문지부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능인선원을 찾아 매각을 촉구하는 상경집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차승민 전 국제신문 사장은 능인선원 주도로 선임돼 국제신문 윤전 사업을 벌였다. 출판부 김동건 조합원은 “능인선원 무능한 경영과 인사로 인해 땀 흘려 일해도 월급날 돌아오면 불안해했다. 상여금 밀리겠지 하는 말이 당연해졌다”며 “지광스님은 경영 정상화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즉각 매각을 추진하라”고 말했다.

편집국 문화부 정인덕 조합원은 “2022년 4월 회사에 부푼 꿈을 안고 입사했다. 입사 이후에 회사 사정이 날이 갈수록 나빠져만 갔다. 처음엔 선배들이 빠져나가시더니 월급까지 밀린다고 한다”며 “어느 누가 이렇게 미래 어두운 회사에서 열정 갖고 일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능인선원은 매각 건도 비공개 진행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동어반복만 몇 년째”라며 “작년 이맘때 이곳에 와 투쟁하던 때가 기억난다. 그땐 (경영난에 지원하겠다는) 허황된 약속에 속아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이제는 원하는 바를 꼭 이루자”고 말했다.

국제신문지부 집행부와 면담한 능인선원 측 관계자(능인선원 파견 국제신문 지배인)는 이날 집회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노동조합의 이야기를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방법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국제신문지부는 대주주의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의미로 석가탄신일인 15일에도 능인선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능인선원. 사진=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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