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세계유산’ 기류 변화?…“제2 군함도 막아야” 반발

강윤서 기자 2024. 5. 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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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 신문 “韓,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태도 변화의 조짐”
日, 7월 유네스코 등재 결정 앞두고 각국 로비 강화
“일본發 국제 여론전에 현명한 대처 필요” 목소리도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사도광산 갱도 ⓒ연합뉴스

정부의 대일외교를 두고 '역사 왜곡'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최근 일본 언론이 조선인 강제동원이 이뤄졌던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반대해온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 조짐'이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줄곧 반대 목소리를 내왔지만 일본 언론이 이러한 내용을 보도한 내막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그동안 반대했던 한국 정부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일본 보도가 나왔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11일 "2022년 5월 한·일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국 쪽 태도에 변화의 조짐이 생겼다"면서 "세계유산위원회의 심의는 보통 만장일치로 결정되는데 초점은 위원국인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이 해석의 근거로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의 발언이 거론됐다.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윤 대사는 지난달 4일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를 만나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동원이 이뤄진 사실을 언급하며 "마이너스(부정적) 역사도 있다.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지 기자들에게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절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으로 협력하고 싶다"고 전했다.

야당은 정부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문재인 정부 등 역대 정부는 강경 대응으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막아왔는데 윤 정부가 이를 묵인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라"고 했다. 이어 "윤 정부가 계속해서 방관한다면 사도광산은 '제2의 군함도'가 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언론 보도를 두고 일본이 국제적 여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홍보 전문가 A 교수는 "세계유산위원회 (세계유산 등재) 심의는 관례적으로 만장일치로 결정되는데, 한국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일본도) 입장이 난처한 상황"이라며 "오는 7월 등재 여부 결정을 앞두고 언론을 활용해 한국의 반응을 살펴보려는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략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국제적 여론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22년 17세기 에도시대에 한해 당시 최대 금광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겠다고 나섰다. 일제 강제동원 시기를 쏙 뺀 것이다. 이에 당시 문 정부는 "(사도광산은)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이라며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매우 개탄스러우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반대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반발에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정식 추천했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일본이 제출한 추천서에 미비점이 있다고 판단해 제출된 서류를 토대로 한 심사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후 일본 정부는 지난해 1월 유네스코가 지적한 미비점을 보완해 다시 추천했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오는 7월 21∼31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21개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 위원국은 심사를 담당하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권고를 바탕으로 통상 만장일치를 통해 등재를 결정한다. 이에 일본 집권 자민당은 등재를 위해 각국에 로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가 4월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 "입장 변화 없다"…'제2 군함도' 우려도

외교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태도 변화가 생겼다는 일본 보도를 즉각 반박했다. 

외교부는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강제동원된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사실을 반영하라는 일관된 요구를 전달해 왔다"고 강조했다. 윤 정부는 일본이 강제동원 시기를 포함한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밝힐 경우 등재를 찬성하겠다며 무조건적인 철회가 아닌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그러나 윤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강제동원 배상 등 일본과의 현안 관련, 한일관계 개선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던 만큼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도 양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2의 군함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일본은 지난 2015년 강제동원의 역사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군함도를 세계산업유산으로 등재했다. 유네스코는 일본에 역사를 정확히 반영할 것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며 공식 부인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국제적 약속을 지키지 않은 가운데 사도광산의 등재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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