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 주식보다 안정적인 투자처"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5. 1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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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리니 아폴로 아태 대표
기관투자자 돈으로 대출 제공
은행보다 조건·담보 문턱 낮아
채권보다 수익률 1~2%P 높아
연기금 등에 좋은 투자 모델
빅테크 등 주식 폭발적 상승
이미 고평가…투자가치 낮아

"지난 30년간은 저금리와 빅테크의 폭발적인 실적 향상으로 주식·채권 투자가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30년도 똑같을까요? 고평가되고 변동성마저 높아진 공모시장(주식·채권) 대신 앞으로 도래할 중금리 시대엔 사모 크레디트(사모 대출)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입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아폴로)의 맷 미켈리니 아시아·태평양 대표(사진)가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밝혔다. 아폴로는 올해 1분기 기준 6710억달러(약 903조원)를 운영 중인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의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다.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투자를 중점으로 하는 다른 사모펀드 회사와 다르게 운용자산 중 75%(5010억달러)를 크레디트로 구성하고 있다.

사모 크레디트란 소수 기관투자자 자금을 모아 기존 제도권 은행에서 하지 못하는 대출을 제공하는 투자 기법이다. 채권 시장을 택하기엔 발행 규모가 크지 않고, 은행 대출을 택하기엔 조건과 담보가 심해 대출이 어려웠던 중소·중견기업이 보통 약 5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모 크레디트를 선택했다.

통상 사모 크레디트는 채권에 비해 가산금리가 1~2%포인트 더 붙는다. 은행 규제가 강화돼 은행이 과거 대비 자금을 제공하는 데 제약이 생겼고, 그 빈틈을 파고든 사모 크레디트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미켈리니 대표는 사모 크레디트가 향후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연기금·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는 바로 회수가 가능한 주식·채권에 60대40 비율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왔다. 그렇게 해야 장기적인 안정성과 적절한 수익률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는 통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상위 10개 기업이 지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일 정도로 특정 섹터(빅테크)에 자금이 몰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가가 과거 30년 동안 보여온 높은 성장성을 앞으로 30년도 지속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아울러 미국 국채를 대량 매수했다가 파산했던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를 봤을 때 채권 투자도 더 이상 안전한 투자라고 볼 수 없다.

반면 사모 크레디트는 투자 리스크는 작으면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 수익률 대비 1~2%포인트를 더 가져갈 수 있다.

사모 크레디트 1위 사업자인 아폴로는 '비유동성' 금융상품, 즉 바로 현금화하기 어려운 금융상품에 주목했다. 자동차 리스, 항공기금융, 부동산금융 등 주식·채권 시장처럼 거래소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 그것이다.

아폴로는 공모 시장에서 거래되지는 않지만 신용도가 높고 안정성이 있는 사모 크레디트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비유동성 리스크를 일부 감내하되, 추가적인 투자 리스크는 감내하지 않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향후 보험사·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에 좋은 투자 모델이 될 수 있다. 연금 수령자 및 보험사로선 단기간에 투자 원금을 회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률이 보장된다면 자산배분 시 낮은 유동성을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폴로는 미국 1위 연금보험 사업자인 아테네를 자회사로 운영 중인데, 아테네의 크레디트 포트폴리오 자산 중 95% 이상이 국제 신용평가 기준 투자 적격등급에 해당하며, 손실률은 다른 투자기관 대비 월등히 낮은 수준이다.

미켈리니 대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사모 크레디트 투자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보험사·연금보험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아테네와의 공동 투자, 보장 수익 상품 제공, 기관투자자의 자산 포트폴리오 최적화' 등을 제시하며 아폴로의 연금보험 솔루션이 국내 연금기관들의 자산 운용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폴로와 함께 조인트벤처 '아폴로벨스타크레딧'을 설립한 EMP벨스타의 이준호 대표는 "아폴로의 크레디트 투자 경쟁력이 한국 크레디트 시장의 선진화·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현준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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