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양대노총 미가입 '노동약자' 본격 지원…공제회 등 급물살

고홍주 기자 2024. 5. 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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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제25차 민생토론회서 법 제정 지시
미조직·비정규직 위한 공제회와 노동법원 설치 언급
고용부, 내달 10일 미조직근로자지원과 출범 본격화
양대노총 "조직·미조직 편가르기 안돼…노조 필요"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 주제로 열린 스물다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5.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플랫폼 노동자 등 기존 제도권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약자'에 대해 공제회 신설, 노동법원 설치 등 본격적인 지원에 나선다.

노동계에서는 대책 발표에 환영하면서도 "조직노동과 미조직노동을 강자와 약자로 구분하는 편가르기식 정책 추진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오전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25번째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노동약자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전반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미조직 근로자들의 경우 노동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도 하소연 할 곳조차 찾기 어려워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노동약자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제회·분쟁조정협의회 신설…고용부, 내달 미조직근로자지원과 출범

윤 대통령이 언급한 노동약자들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에 가입돼 있지 않는 미조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특고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등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고용노동부에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 법은 노동약자들이 질병, 상해, 실업을 겪었을 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제회 설치를 지원하고,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고 제대로 보호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분쟁조정협의회 설치를 담고 있다"며 "노동약자들을 위한 표준계약서도 법의 틀 안에서 마련될 것이고 미조직 근로자 권익보호와 증진을 위한 정부재정지원사업 법적 근거도 담길 예정"이라고 했다.

법안 마련 주체는 내달 10일 설치될 고용부 미조직근로자지원과다. 미조직근로자지원과는 지난달 4일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직접 신설을 지시했다. 이에 앞서 고용부는 행정안전부와 과 신설에 관한 협의를 마칠 때까지 관련 업무를 담당할 '미조직근로자TF'를 지난달 11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아직 법안 내용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미조직근로자지원과는 향후 미조직 근로자들의 경제적 도움을 위한 공제회 신설,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미조직 근로자 권익 보호와 증진을 위한 정부재정 지원 근거 등을 담아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사건 등을 전담으로 다룰 노동법원 설치도 주문했다. 예컨대 현행법상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밀린 임금은 사업주 처벌과는 별도로 민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이를 한번에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현행법상 형사에서도 민사적인 피해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체불임금 등 노동자들의 피해 이슈가 종합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노동법원 설치를 적극 검토할 단계가 됐다고 본다"며 "고용부와 법무부가 사법부와 협의를 해서 임기 중에 노동법원 설치에 관한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지시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해 4월 21일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입구에서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고용노동부의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는 모습. 2023.04.21. mangusta@newsis.com

양대노총 "지원책은 환영하지만…조직·비조직 노동 편가르기 안 된다" 경계

노동계는 우선 지원책 발표에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다소 미묘한 시선이 엇갈린다. 이번 지원책에서 양대노총이 제외된 데다, 윤 대통령이 직접 노동약자들을 '거대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노정관계는 이번 정부 들어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고용부는 양대노총과 노동자 지원 사업을 함께 펼쳐왔으나, 이례적으로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를 위한 44억 상당의 국고 보조금을 편성하지 않았다. 대신 올해 34억 상당의 '취약 근로자 커뮤니티 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산하 기관인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직접 운영할 방침을 밝혔다.

또 조합원 1000인 이상의 대형노조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으면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게 하는 등 법을 개정해 양대노총이 '노조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토론회 직후 "모처럼 대통령에게서 노동 혐오와 배제가 아닌 노동약자 지원과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메시지가 나온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조직노동과 미조직노동을 강자와 약자로 구분하는 편가르기식 정책 추진으로 귀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미조직노동자 보호를 위한 공제회,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등에도 동의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을 통한 '노조할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며 "근로자 개념 확대를 통해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이 노동법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통해 다양한 노무제공자들이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끝까지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여전한 노조 적대주의"라며 "기존 노조를 '거대 노조'로 표현하며 노동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 양 선동하는데, 대통령의 목적은 한국에서 노조 힘을 빼고 기업의 이윤만 챙기는 데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노조 때리기에 빠져 이중구조 그 자체에 천착할 문제가 아니고 양극화를 부추기는 불안정 노동의 확산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며 "일하는 모든 사람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불안정 노동의 확산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약자의 권익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미조직 노동자, 권리 취약 노동자의 조건 향상은 노조 가입 및 결성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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