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노동법원 이제 필요하다”…노동계 숙원 30년 만에 풀리나

세종=손덕호 기자 2024. 5. 1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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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영국 노동법원 설치…미국·일본은 없어
노동법원서 독일은 3심, 영국은 2심, 프랑스는 1심까지
이재명도 대선 공약…한국노총 “노사 대표 재판에 참여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노동현장'을 주제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노동법원 설치가 이제 필요한 단계가 됐다”며 “임기 중 노동법원 설치에 관한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정부가) 빨리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용·노동·약자보호를 주제로 열린 25번째 민생토론회에서 “해고가 공정했냐 아니냐 같은 노동법 위반 문제만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형법 위반, 민사상 피해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동법원은 노동 관련 민·형사 사건을 종합 처리하는 특별 법원이다. 한국노총이 1989년 노동법원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노동계 숙원 중 하나여서 30여 년 만에 노동법원 설치가 성사될 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한국에서 노동 관련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노동관계 관련 판정·조정 업무를 하는 준사법적 행정위원회인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노동 관련 사건 당사자가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하면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가며, 어느 한 쪽이 판결에 불복하면 1심과 항소심, 상고심까지 총 5단계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민사 소송까지 더하면 총 8단계를 거쳐야 근로자가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노동법원이 설치되면 이 같은 절차가 간소화되는 효과가 있다. 이종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9년 보고서에서 “지노위·중노위에서 판정을 받은 사건이 행정소송을 거치면 최대 5심을 받은 후에야 구제 명령이 확정되고, 사용자가 이행하지 않으면 근로자는 다시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며 “이런 이유로 노동분쟁 해결 기관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노동법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이 2019년 3월 재직 중인 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6%가 “노동법원 설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동사건 전담 재판부 근무 경험이 있는 판사는 84.8%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연구위원은 재직 중인 전국 판사 2609명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그 중 318명(12.2%)이 답변을 보냈다.

해외 주요국은 행정 기관 조정을 우선시하는 국가와 노동법원을 설치한 국가로 나뉜다. 미국은 조정, 중재 등 자율적 분쟁 해결을 중시한다. 법원은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 심판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한다. 일본은 노동법원은 없지만 노동심판제도를 도입해 법원 내에서 노사 양측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사법 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독일·영국은 노동법원이 설치돼 있지만 제도는 조금씩 다르다. 독일은 3심까지 노동법원이 노동사건을 전담한다. 프랑스 노동법원은 1심만 담당하고 항소심·상고심은 일반 법원이 담당한다. 독일은 직업 법관과 비직업법관(노사 대표)이 재판부를 구성하고, 프랑스 재판부는 노사 대표가 동수로 구성된 비직업법관으로만 채워진다. 영국은 노동사건 제소 전 자율적 분쟁 해결을 유도하고, 그 뒤 노동법원으로 넘긴다. 2심까지 노동법원이 담당하고 3심은 대법원이 맡는다. 정부가 노동법원을 설치한다고 결정하면 노동 사건을 어디까지 맡게 할지, 재판부는 어떻게 구성할 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법원 설치 법안을 제출하면 국회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 중 하나가 노동법원 설치다. 지난해 4월 최강욱 당시 민주당 의원은 노동법원을 설치하고 노동 사건 해결 절차를 일원화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이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했고 이달 말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며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18·19·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자동 폐기됐다.

한국노총은 윤 대통령이 노동법원을 설치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모처럼 노동약자 지원과 시스템 구축 메시지가 나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다만 “노동법원의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노동사건의 특수성을 반영해 노사 대표가 재판에 참여하는 참심형 노동법원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며 “이를 위해선 헌법 개정 및 사법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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