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할수록 ‘한동훈 프레임’ 갇히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룰 개정·전대 늦추면 독주할 가능성
당 대표 출마 여부에 친윤·비윤 촉각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계 복귀를 두고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친윤석열(친윤)계 인사들이 총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며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할수록 당내의 차기 권력 구도 논의가 ‘한동훈 프레임’에 갇히는 모양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총선백서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조정훈 특위 위원장에게) 개인의 책임을 추궁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당대표(한 전 위원장)가 사퇴한 것으로 정치적 책임을 봉합하자, 주어를 당으로 해서 당이 이렇게 했는데 이런 문제가 있고 이런 결과가 있었다고 하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의 책임을 백서에 명시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황 위원장은 취임 초기 한 전 위원장의 ‘이(재명)·조(국) 심판론’과 ‘586 운동권 청산론’을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제시했는데, 이러한 책임론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한 전 위원장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특정인을 총선 참패 책임자로 명시할 순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선동 서울시당위원장은 “누구의 책임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부각시키기보다는 우리 당이 이제 지지 않는 선거를 하는 틀을 갖추는 백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동진 서울 강남병 당선인은 “(회의에서) 누가 잘못이라는 얘기는 거의 안 나왔다”고 강조했고 김준호 서울 노원을 조직위원장은 “특정 개개인을 지목해서 비판한 건 없었다”라고 말했다.
조정훈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직설법을 쓰나 은유법을 쓰나 읽는 사람들은 다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총선백서를) 6월 중순 정도에 언론인과 국민에게 공개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직전 백서가 공개되면 한 전 위원장의 책임론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한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차기 대표 선출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변수다. 전당대회 경선 규칙과 개최 시점 등 비대위에서 풀어야 할 쇄신 과제들이 모두 한 전 위원장과 관련돼 있다. 팬덤이 두터운 한 전 위원장은 현행 ‘당심 100%’ 경선 규칙을 적용할 경우 비윤계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 등의 경쟁자를 제치고 독주할 가능성도 있다. 전당대회 시기가 늦춰질수록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책임론은 희미해진다.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대선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당헌도 도마에 올라 있다. 이 규정이 완화되면 한 전 위원장에게 당권에 이어 대권 가도까지 열리게 된다.
한 위원장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만 당내 지지 세력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 ‘친윤 당대표’로 정계에 들어왔지만 지난 총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친윤계 의원들과 충돌을 빚으며 계파색도 옅어진 상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친윤계와 비윤계가 모두 한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찐윤(진짜 친윤)’ 이철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전당대회 직전 백서를 발간하면 당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당원들끼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 대표 후보로 분류되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한동훈 위원장이 왜 선거에 졌냐, 정치를 몰라서 진 것 아닌가”라며 “피부로 (당의 문제를) 못 느끼기 때문에 한 위원장이 당대표가 돼서 이걸 푸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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