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부색 짙은 학생만 말이 없는…초등교과서 속 고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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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국어 국정교과서에 실린 삽화엔 기와집을 짓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 연구는 여성가족부 의뢰로 동아대 산학협력단이 2022년 초등 5·6학년 국어 등 국정교과서 지문·삽화·사진 등을 살펴 다문화 수용에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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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국어 국정교과서에 실린 삽화엔 기와집을 짓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안전모를 쓴 채 건설 현장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하는 4명 가운데 얼굴이 드러난 3명은 같은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다른 인물보다 피부색이 짙다. (위 그림)
초등 6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엔 학생 네 명이 둘러앉아 앞으로 어떤 말을 쓸지 다짐하는 내용의 삽화가 있다. 그중 유독 피부색이 짙은 학생의 말풍선만 비어있다. (아래 그림)
초등 5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엔 세계 문학을 소개하는 지도 그림이 수록돼 있다. 북아메리카와 유럽 대륙 위로 대표적인 문학 작품명(<빨간 머리 앤>, <어린 왕자>)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오세아니아, 아시아 일부 지역에 대해선 작품명을 표기하는 대신 ‘동화’, ‘신화’ 등 문학 갈래만 보여준다. (아래 그림)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 시각물 등에 특정 인종·나라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이 여전히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초등학교 교과서 다문화 수용성 모니터링 연구’를 보면, 2015개정 교육과정을 따른 초등 5·6학년 국어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다른 인종·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을 같은 사회구성원으로 인식하는데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은 109건(긍정적 내용 595건)이었다.
이 연구는 여성가족부 의뢰로 동아대 산학협력단이 2022년 초등 5·6학년 국어 등 국정교과서 지문·삽화·사진 등을 살펴 다문화 수용에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피부색이 다른 학생의 말풍선만 비어있는 삽화에 대해 “다문화(이주배경) 학생은 소극적이며 한국어 능력이 높지 않을 거란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건설현장 삽화에 대해선 “특정 직업군과 피부색·인종이 연계돼 차별적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프리카·오세아니아 지역의 문학 작품을 소개하지 않은 건, 이 지역에 대한 무관심과 서구 중심적 사고를 드러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리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문화에 대한 모호성을 높여 무관심을 부채질하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다문화 수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받은 내용은 올해 초등 5·6학년 국어교과서에도 실려있다. 연구진은 “향후 세계 여러 문화권 학습 자료를 발굴해 교과서에 균형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삽화엔 다문화가정 구성원 중 학생만 등장해 (이주배경을 지닌) 성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적절한 역할을 못 하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어 이들의 모습도 교과서에 반영할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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