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진료’‘의료쇼핑’ 개선하려면···시민들이 바라는 개선된 의료시스템은

김향미 기자 2024. 5. 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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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 공청회’에서 시민 원고 공모전 수상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김향미 기자

“환자들은 ‘3분 진료’에 불만이 많은데 담당 의사가 진료 전후에 환자에 필요한 의학 정보 영상이나 글을 추천해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병원 안에서 의사 처방에 대한 다른 의료진의 더블 체크가 의무화 되면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서울 동작구에 사는 임성은씨는 14일 오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개최한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공청회’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임씨는 비대위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에서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의 윈윈 전략’이라는 원고로 대상을 받았다.

임씨는 “지금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지역에서 병원에 자주 다니셨는데 그때 경험에서 어떻게 하면 적절한 진료를 잘 받을 수 있을까란 고민을 많이 했고 공부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의 과잉 진료, 중복 검사, 중복 처방 등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환자에 적정 의료를 지원할 주치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이용을 줄이기 위해 감기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올리고 1·2차 병원에서 상급종합병원 진료의뢰 검토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교수와 전공의 간 상호 평가 제도도 제안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온 최우수·우수상 수상자들은 현 의·정갈등 상황에서 정부가 의사 수 증원보다는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소송 부담 완화 등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광주에 거주 중이라는 최우수상 수상자는 “인구 절벽인 지금 상황에 지방 병원이 매출을 담보하려면 소도시 의원의 수가를 도시에 비해 많이 준다거나 새로운 형태의 국가 주도 병원 형태 등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오주환 서울대 의대 의학과 교수는 이번 공모에 들어온 60편의 원고들에 대해 “시민 원고를 보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 충분한 소통시간이 필요하다는 가장 많았다”고 소개했다. 오 교수는 “주치의 제도라 할 수 있는데 나의 질환을 잘 알고 체계적으로 진료해줄 전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많았고, 여러 분들이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셨다”고 했다. 오 교수는 “그간 의사 중심성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보다 환자 중심성이 높은, 지금보다 효율성이 높은, 지역격차가 줄어든, 필수의료 의사가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의 의료서비스를 환자들이 원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났다”고 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서울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이날 비대위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과도한 의료이용은 진료실에서의 의료진의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며 의료체계 문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정부, 의료계가 상설기구 협의체를 통해 환자들이 함께 원하는 의료개혁을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를 향해서도 “자정 능력을 갖추고 진정한 전문가가 되자”고 했다.

이번 공모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가 3분만 진료해 질문을 할 시간도 없고 불친절함을 경험했던 분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며 “현재 저수가 때문이긴 하지만 ‘3분 진료’를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리 시스템을 개선해도 환자들의 불만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지금 의정갈등 문제보다 더 치명적인 게 환자와 의사 간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환자와 의사 신뢰관계가 높을 때는 의료의 결과가 좋은 반면 반목할 때는 그 결과가 다 좋기는 어렵다. 의사·환자가 원팀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4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공청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선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환영사에서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병원들의 도산 위기, 의대생·전공의의 이탈로 인한 의사양성 차질, 내년도 의학교육 어려움 등을 언급하면서 “해법은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협의체를 만들어 내년 이후의 증원 규모를 합의해나가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환영사에서 “1977년 의료체계(건강보험 체계)가 만들어져 수십년이 지나면서 여러 모순이 나타났다”며 “정부가 그걸 고치기 위해 의대 정원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를 (내놨지만) 의료현장을 잘 아는 현장 전문가인 의사들과 제대로 상의하지 않고 내놔서 지금의 의료현장 혼란이 빚어진 것 같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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