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클래식’ 예견한 혜안···한·일 제자가 말하는 첼로 거장 슈타커

백승찬 기자 2024. 5. 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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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서울과 도쿄에서 탄생 100주년 페스티벌
공동예술감독 쓰쓰미 쓰요시·양성원 회견
야노스 슈타커 탄생 100주년 기념 첼로 페스티벌 공동예술감독을 맡은 쓰쓰미 쓰요시(왼쪽)와 양성원. 롯데문화재단 제공

헝가리 태생의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1924~2013)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연주자의 삶을 사는 동시 인디애나 대학에서 음악도를 가르쳤다. 많은 연주자가 음악 교육자의 삶을 병행하지만, 슈타커는 스스로 “연주자보다 교육자에 더 잘 어울린다”고 할 정도로 교육에 애정을 쏟았다. 슈타커가 편집한 악보와 출간한 교본은 이후 첼리스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가 연주만으로도 명성을 얻은 첼로 거장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였다.

슈타커에게 배운 뒤 전 세계로 흩어진 제자들이 스승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첼로 페스티벌을 연다. 한국 서울 롯데콘서트홀(7월 3~5일)과 일본 도쿄 산토리홀(7월 5~7일)에서 열린다. 5일이 겹치는 이유는 100년 전 이날 슈타커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에선 축제 피날레로 갈라 콘서트, 일본에선 오프닝 무대가 열린다. 20여 년간 산토리홀 대표를 역임 중인 첼리스트 쓰쓰미 쓰요시(82)가 도쿄에서 특별 연설하고, 이는 한국에도 생중계된다.

슈타커의 제자였던 쓰쓰미와 첼리스트 양성원(57)이 이번 페스티벌 공동 예술감독을 맡았다. 두 제자가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첼리스트 쓰쓰미 쓰요시(왼쪽)와 양성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첫 수업에서 ‘이렇게 연주에 바쁘신데 학생까지 가르칠 시간이 있으시냐’고 물었더니 슈타커 선생님은 ‘내게 콘서트와 교육은 자동차의 두 바퀴 축과 같아. 하나라도 없으면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아’라고 말씀하셨어요.”(쓰쓰미)

“선생님은 개인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빨리 파악해 단점을 메우고 장점을 키워주셨습니다. 완벽한 테크닉보다는 음악적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주셨습니다.”(양성원)

이번 페스티벌에는 슈타커의 제자와 그 제자의 제자들이 공연한다. 두 예술감독을 비롯해 게리 호프먼, 미치아키 우에노, 한재민 등 여러 세대의 첼리스트들을 아우른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코다이 무반주 첼로 소나타, 베토벤 첼로 소나타 등 슈타커가 즐겨 연주해 명음반도 남긴 곡들을 들려준다. 쓰쓰미는 “인디애나 블루밍턴에 실내 수영장이 있는 저택이 세 채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슈타커 선생님 댁이었다. 선생님이 농담 삼아 ‘코다이 첼로 소나타 연주하고 이 수영장을 마련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며 웃었다.

슈타커는 세계적인 연주자로는 이례적으로 과거 한국을 자주 찾았다. 정치 상황이 불안정하고 변변한 공연장도 없던 시절이었다. 1967년 11월 13일 임원식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 협연을 시작으로 70대에 이른 1990년대까지 수없이 한국 관객을 만났다. 양성원은 “유럽의 유명한 공연장에서 항상 선생님을 초청하던 때였다”고 설명했다. “슈타커 선생님은 ‘예술가의 삶은 미션’이라고 생각하셨습니다. 졸업하면서 ‘커리어’ 얘기하면 펄쩍 뛰실 정도였어요. 예술가란 진심을 담아 인류의 유산을 표현하는 일이라고 믿으셨기 때문입니다. 미션이 없었다면 당시 한국을 방문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쓰쓰미는 생전 슈타커가 “앞으로 한국을 주목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학생은 열심히 연습하고 부모가 아이에게 헌신하는 한국인을 보고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술가로서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한국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으신 것 같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 연주자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지금 클래식 최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을 보면 선생님의 직감이 놀랍다고 생각합니다.”

생전의 야노스 슈타커(왼쪽)와 양성원. 롯데문화재단 제공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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