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공세에 수세 몰린 미얀마군, 반군 위치 대라며 민간인 30여명 사살
반군 공세로 위기에 몰린 미얀마군이 마을을 습격해 민간인 30여명을 살해하는 등 무차별 보복을 자행하고 있다.
14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지난 11일 미얀마 북부 사가잉 지역 민무 타운십(구)의 한 마을을 습격해 민간인 최소 33명을 살해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지역 관리와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미얀마군과 용병을 포함한 100~200명이 지난 11일 오전 5시쯤 마을을 습격했다. 이에 주민 100여명은 총을 쏘는 군인들을 피해 마을 인근의 불교 사원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사원으로 들이닥친 군인들이 남성 30여명을 사원 밖으로 끌어내 한 줄로 앉히고 반군 지도자들의 은신처를 대라며 신문을 시작했다.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신문 과정에서 여성 1명을 포함해 20여명 이상을 사살했다 사살된 이들은 모두 머리에 총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에는 17세 청소년 3명과 노인 2명도 포함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얀마군은 가옥 170∼200여채와 사원 두 곳을 불태우고 마을을 떠났다.
한 생존자는 이웃 주민 한 명이 총을 여러 발 맞고 자신의 몸 위로 쓰러졌으며 미얀마군 지휘관이 부하들에게 주민들이 죽을 때까지 총을 쏘라고 지시하는 것을 들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사가잉은 미얀마 반군 저항 세력의 거점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미얀마군은 지난해 10월 말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으로 구성된 ‘형제 동맹’이 합동 공세를 시작한 이후 여러 기지와 마을을 반군에 내주는 등 수세에 몰리자 반군을 지지하거나 지원할 가능성이 있는 마을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사흘 동안 미얀마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80명 이상이 사망했다. 지난 9일 만달레이 지역 밍옌 타운십에서는 주민 최소 32명이 미얀마군 포격으로 사망했다. 같은 날 중부 마궤 지역에서는 미얀마군이 사원을 공습해 최소 16명이 사망했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압승하자 이듬해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군정에 반대하는 범민주세력이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무장투쟁을 전개하면서 내전이 이어져 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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