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에 은행권 ‘벌벌’ 떠는데 증권가는 ‘방긋’?

조문희 기자 2024. 5. 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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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홍콩 ELS 대부분 온라인 판매…‘불완전 판매’ 논란 비껴나
H지수 반등 틈 타 증권사 ELS 판매액은 오히려 ‘증가’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올해 초부터 금융권을 강타한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문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을 맞았다. 전체 판매액의 80%를 차지하는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이 선제적으로 자율 배상에 돌입했으며,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도 나왔다. 소비자가 분쟁 조정안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지만, 홍콩 ELS 사태 관련 은행권의 대응에 속도가 붙은 흐름이다.

다만 증권사는 홍콩 ELS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모습이다. 증권사 홍콩 ELS 판매는 대부분 온라인 방식에 집중됐다. 덕분에 증권사를 상대로 한 민원 사례도 1000건 미만으로 적은 편이다. 오히려 증권사에선 최근 문제의 홍콩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 판매액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완전 판매책임에서 다소 비껴난 증권사들이 '틈새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 1월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증권사 홍콩 ELS 판매액 중 87%는 '고객 스스로' 온라인 가입

14일 금융감독원은 홍콩 ELS 불완전판매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 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분쟁조정위는 소비자와 금융사 간 분쟁이 소송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합의를 유도하기 위한 기구다. 그 결과, 당국은 기본 배상비율에 가입자별 가산 요인을 적용해, 5개 사례에 대한 배상비율을 30~65%로 결정했다. 향후 은행은 이 같은 범위 하에서 8000건에 달하는 홍콩 ELS 분쟁 사례의 배상비율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ELS 문제 관련 초점은 대부분 은행권에 쏠려있다. 전체 ELS 계좌 39만6000개 가운데 60% 이상인 24만3000개가 은행에서 판매됐다. 은행권 판매액은 18조8000억원 중 82%인 15조4000억원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다. 은행권은 지난 3월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이후 선제적 배상 절차에 돌입했으며, 지난달까지 50건에 대한 배상을 마친 상태다.

반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홍콩 ELS 관련 배상에 나섰다는 곳은 없다. 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키움·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에서 판매된 홍콩 ELS 판매 규모는 총 3조4000억원이다. 은행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고객 민원 사례도 1000건 미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다 보니 금감원도 증권사에 대한 분쟁조정위 개최는 추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사가 불완전 판매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비껴나 있는 것은 '비대면 위주' 영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증권사 특성상 영업점 직원의 권유보다 고객 스스로 온라인 채널로 ELS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홍콩 ELS 증권사 판매분 가운데 87%가량이 온라인에서 팔렸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배상금 총액도 은행권은 최소 1조5000억원에 달하지만, 증권업은 2000억원대일 것으로 전망된다.

H지수 올해 들어 30% '쑥'…관련 ELS도 '급증'

최근 들어 증권사들은 오히려 ELS 발행을 늘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10개 증권사가 총 2978개, 5조7652억원어치의 ELS 상품을 발행했다. 발행금액 순으로 하나증권(9070억원), NH투자증권(7282억원), 신한투자증권(7180억원) 등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홍콩 ELS 사태를 겪은 주요 은행들이 올해 ELS 판매를 전면 중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의 홍콩 H지수를 단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지수형 ELS 상품의 월별 발행액도 증가세다. 지난 1월 21억원대이던 발행액은 2월 38억원, 3월 27억원대를 보이다, 지난 달 630억원대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 홍콩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자, 덩달아 관련 ELS 상품 판매가 증가한 것이다.

H지수는 연초 5000선에서 현재 6900선까지 30% 넘게 올랐다. 중국 정부의 잇따른 경기 부양책 발표와 함께 중국 내수 경기 회복 기대감이 맞물리면서다. 홍콩 ELS 만기 도래액을 고려할 때, H지수가 이달 말까지 6500선 이상을 유지한다면 손실 금액은 1조원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ELS 상품은 원금을 보장받을 수 없는 고위험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 특히 중국 경기에 대한 변동성이 커진 만큼 투자에 신중하란 조언이 이어진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와 관련해 "지난해에도 리오프닝 기대로 홍콩증시가 지금처럼 급등했지만 결국 경기가 둔화하며 증시는 하락했다"며 "아직 중국의 경제지표가 반등을 뒷받침할 정도로 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홍콩증시의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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