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보험금 예금하러 갔는데 ELS 판매···5개 은행 배상비율 30~65%

김지혜 기자 2024. 5. 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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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불완전판매한 5개 은행이 대표 손실사례에 대해 각 투자손실의 30~65%를 배상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ELS 배상 문제로 분쟁 중인 국민·신한·농협·하나·SC제일 등 5개 은행의 대표 손실사례 5건에 대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금감원은 은행별로 1건씩 선정한 5건의 대표사례 모두 불완전판매라고 판단했다. 불완전판매 유형에는 설명의무 위반, 적합성 원칙 위반, 부당권유 금지 위반 등이 속하는데 금감원은 은행별·사례별 위반사항과 투자자 책임을 종합해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H지수 ELS 손실 관련 각 은행별·판매시기별 기본배상비율. 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은 5개 은행 전부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은행들이 판매시스템 차원에서 투자위험에 대한 설명을 누락하거나 왜곡했다는 것이다. ELS 손실위험 분석기간을 20년에서 10년, 15년으로 임의로 줄여 2008년 금융위기 기간을 제외하고, 운용자산설명서에 손실 가능성을 ‘0%’로 기재한 것이 대표적이다.

분조위는 이러한 책임을 물어 2021년 1월1일 이후 모든 판매 건에 대한 5개 은행의 기본배상비율을 최소 20%로 일괄 책정했다.

국민·농협·SC제일은행의 경우 적합성 원칙 위반이 추가로 지적됐다. 투자성향 분석체계를 부실하게 설계·운영해 안정성향 투자자도 ELS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으로 보고, 금소법이 시행된 2021년 3월25일 이후 판매건에 대해 이들 3개 은행의 기본배상비율을 최소 30%로 올렸다.

이번 분조위에서 다뤄진 사례 5건은 전부 2021년 3월24일 전에 판매됐다. 금감원은 사안별로 현장검사와 민원조사를 진행해 부당권유 금지 위반 등이 확인된 경우 은행의 기본배상비율을 최대 40%까지 인정했다.

최종 배상비율은 민원조사를 통해 확인한 개별 투자자의 가산·감산요인을 적용해 결정됐다. 지난 3월 발표된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예·적금 가입목적,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 여부, ELS 투자 경험 등이 최종 배상비율을 높이거나 낮추는 요인이 됐다.

암 보험 진단금을 정기예금에 넣으러 온 고객에게 ELS를 권유한 국민은행의 사례에는 60%의 최종 배상비율이 산정됐다. 가입 서류에 서명 대신 ‘서명’이라는 글자만 기재한 신한은행은 손실액의 55% 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70대 고령자의 신탁 통장 겉면에 확정금리인 듯 ‘2.6%’라고 기재한 농협은행 사례에는 65%의 배상비율이 결정됐다. 투자경험 등 고객에 대한 정보 없이 문자메시지로 ELS 가입을 권유한 하나은행, 투자자가 해피콜에서 투자상품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했음에도 ‘콜백 거절’로 처리한 SC제일은행 사례에는 각각 30%, 55%의 배상책임이 주어졌다.

이번 분쟁조정은 신청인과 판매사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하는 경우 최종 성립하며,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분조위에서 다뤄지지 않은 개별 사례에 대해서는 앞서 발표된 ELS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각 은행과 투자자가 자율적으로 배상비율을 조정한다. 양측의 합의·조정이 결렬되면 남는건 소송 절차를 밟는 것이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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