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건 전문성 높이고 근로자 보호 강화 공감대…'노동법원' 급물살?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법원 설치를 공식화했다. 이에따라 법원과 노동위원회로 이원화된 근로자 구제 절차 간소화, 강제집행력 등의 제도 변화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을 주제로 열린 스물다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마무리발언에서 참모들을 향해 "임기 중에 노동법원의 설치에 관련된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빨리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간 노동 관련 재판을 두고 노동사건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적잖게 제기돼 왔다. 법관의 순환보직으로 인해 노동사건에 대한 전문성과 특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노동 분쟁 해결 절차의 이원화 문제도 오래된 숙제다. 해고 등 불이익 처분과 관련 근로자는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 등을 통해 절차를 진행한다. 사용자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사실상 '서울지방노동위원회 → 중앙노동위원회 → 법원 3심제' 등의 5심제 구조가 된다. 이같은 이원적 절차의 복잡성과 권리구제의 지연이 문제로 부각됐다. 특히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등에서 근로자 구제가 확정되더라도 강제 집행력이 없어 해고기간 중 임금액수 등을 두고 근로자가 또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2003년 노사관계 전문가 15인으로 구성된 노사관계제도선진화 연구위원회는 노동부에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 최종보고서'를 제출하며 "원칙적으로 해고분쟁은 근로관계 존부에 관련된 법적 분쟁사항으로서 법원이 관할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궁극적으로는 노동법원의 신설이 바람직하다"며 "노동법원과 같은 전문법원의 신설이 어렵다면 일반법원에 노동사건 전담부를 운영하되 노동소송절차상의 특별한 규율(신속하고 경제적 분쟁해결과 관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을 달았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2004년 12월 최종건의문에서 '하급심 강화'의 내용으로 노동전문법원과 전문 재판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법개혁위원회는 "장기적으로 노동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효율적·전문적인 노동분쟁처리기구로서 전문법원 또는 전문재판부가 설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를 위하여 노동분쟁의 추이 및 노동사건의 동향, 노동위원회의 역할, 노동사건을 통일적·총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특별절차, 노동사건재판에 대한 사법참여제도의 도입 등에 관하여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법개혁위원회 후속 기구로 출범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2006년 1심 단계의 준참심형 노동법원 도입을 위한 노동법원법(안)을 포함한 '노동분쟁 해결제도의 개선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정책자료로 채택했다.
가장 최근인 2019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가 법원행정처와 맺은 단체협약의 내용에도 "노동사건의 전문화와 신속한 노동분쟁의 해소를 위해 노동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의 설치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0년 이후 국회에서도 노동법원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18대 국회에서 당시 민주당 소속 조배숙 의원이, 19대 국회에서는 당시 민주당 소속 최원식 의원이,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전문적인 노동법원 설치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한편 유럽 각국에서는 노동법원을 설치해 운영해 오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노동분쟁 해결 절차로 1심 지방노동법원 → 2심 주노동법원 → 3심 연방노동법원 절차를 밟는다. 프랑스는 1심은 노동법원에서, 2심과 3심은 일반법원에서 다룬다.
고용노동부는 법무부, 법원행정처 등 사법부와 협의를 거쳐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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