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아용인’ 예견된 분열?···“소신파 느낌만 낸다” vs “혁신 실패해 떠난 분”

조문희 기자 2024. 5. 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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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1일 (오른쪽부터) 허은아 당시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허 의원의 지역 사무실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중심으로 뭉쳤던 ‘천아용인’이 분열 양상을 띄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경기 포천·가평 당선인)에 대해 “소신파 느낌적인 느낌만 낸다”며 저격하면서다. 김 비대위원이 국민의힘 잔류를 선택한 시점부터 예견된 갈등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비대위원은 14일 CBS 라디오에서 천 당선인을 겨냥해 “그 분은 당(국민의힘) 혁신에 실패해서 떠난 분”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천 당선인이 13일 SBS 라디오에서 “(김 비대위원은) 소신파 느낌적인 느낌만 내는 것 같다. 최근 스탠스를 보면 채 상병 특검이나 대부분 이슈에서 소신 있는 느낌을 주면서도 결국은 주류를 거스르지 않는 결론을 낸다”고 비판하자 맞대응한 것이다. 천 당선인은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고위층이 최근 김 비대위원을 지도부 일원으로 고른 것을 두고도 “젊고 소신파 느낌나는 김용태 당선인을 넣어서 실제 쓴소리를 할 것 같은 김재섭 당선인이나 낙선자들은 뺀 것”이라고 비꼬았다.

4·10 총선 직후 천 당선인이 “국민의힘에서 그나마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 김재섭·김용태 같은 소장파 초선의원을 배출한 것”이라며 추켜세웠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들이 지난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앞서 허은아 전 의원·이기인 전 경기도의원과 함께 ‘천아용인’으로 불리며 비윤계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로 나섰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다른 세 사람은 지난해 말 이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한 전후로 기존 당을 떠나 개혁신당에 합류했으나 김 비대위원은 국민의힘 잔류를 선택했다.

천 당선인은 김 비대위원이 기대만큼 국민의힘에 ‘쓴소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채 상병 특검법이 한 예다. 김 비대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 발표, 국민의힘 의원들의 고민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장의 특검엔 반대하는 미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검을 검토할 사안”이라고 밝힌 지난해 9월과 달라진 스탠스다. 이에 대해 천 당선인은 “(김 비대위원이) 첫 번째는 천아용인 출신이기 때문에 더더욱 주류들의 미움받는 쪽으로 가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김 비대위원의) 지역구 특성이 사실상 영남에 가깝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김 비대위원 입장에선 부당한 비판으로 비칠 수 있다. 친윤계 중심으로 구성된 현 비대위에서 김 비대위원은 현행 ‘당원 100% 투표’ 방식인 전당대회 규칙을 당원 70, 일반 여론조사 30 비율 내지 50대 50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등 소수파를 자임하고 있다. 천 당선인을 비롯한 개혁신당 인사들이 반윤석열 개혁 성향을 드러내는 디딤돌로 일부 사안에서 비친 김 비대위원의 소극적 면모를 이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비대위원은 천 당선인 공격이 가시화되기 전부터 “(개혁신당이) 공격을 위한 공격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발언하는 등 개혁신당과 결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다만 김 비대위원이 국민의힘에 머물기로 한 이상 큰 틀의 당론에서 엇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개혁 성향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왔던 김 비대위원이 숙제를 받아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 비대위원은 “(천 당선인은) 누군가를 조롱하고 비난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계신 것 같아서 그것이 혹시 그분들이 말하는 개혁은 아닐까, 그런 안타까움도 있다”며 “그분이 비판하는 친윤하고 그분은 실제로 싸워보기나하고 그런 말씀 하시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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