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식인의 품격

홍인석 기자 2024. 5. 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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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업계 '댓글 조작'을 폭로한 수학강사 '삽자루' 우형철씨가 지난 13일 별세했다.

생전에 그는 자신과 계약을 맺은 이투스교육(이투스)이 "댓글 알바를 고용해 경쟁 학원이나 강사를 깎아내리는 글을 작성하고 검색 순위를 조작하는 마케팅을 한다"고 주장한 뒤 다른 학원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투스 측의 불법 댓글 조작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 배상액을 1심보다 약 50억원 줄여줬지만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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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업계 ‘댓글 조작’을 폭로한 수학강사 ‘삽자루’ 우형철씨가 지난 13일 별세했다. 생전에 그는 자신과 계약을 맺은 이투스교육(이투스)이 “댓글 알바를 고용해 경쟁 학원이나 강사를 깎아내리는 글을 작성하고 검색 순위를 조작하는 마케팅을 한다”고 주장한 뒤 다른 학원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후 관련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졌지만, 우씨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서울고법은 2018년 11월 전속계약 위반 책임이 있다며 약 76억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이투스 측의 불법 댓글 조작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 배상액을 1심보다 약 50억원 줄여줬지만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우씨는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강사 생활을 하면서 수험생에게 큰 인기를 끈 ‘1타 강사’였다. 그는 입시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면서 자신도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길을 택했다. 결국 스트레스로 건강을 잃고 59세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우씨는 법원 판결에 대해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사법부를 포함해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해 그릇된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벌이고 있는 의료계는 이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의협회 회장은 의사 면허 정지 3개월 처분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이 서울행정법원에서 기각되자 “정부의 푸들 노릇을 자처한 김순원 판사는 지금 당장 법복을 벗고 정치에 나서라”며 “사법부 판사란 자가 보건복지부 하수인 역할을 자처한 것에 대해 분노를 넘어 실소가 나온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의사들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사회적 책임이 있는 지식인들인데 이런 의사들의 대표가 과도한 용어를 동원해 특정 판사를 비난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판단에 대해서는 사법 절차에 따라 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다퉈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주 의대 증원 여부에 대한 서울고법의 판단이 나올 예정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단이 나올 경우 대법원에 다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비난 대신 적법 절차에 따라 정해진 결론에 승복해야 할 것이다. 의사들에게서 ‘국내 최고 지식인’의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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