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에 친정부 MC 강요? KBS 언론노조 "배후 누구인가"

박정선 기자 2024. 5. 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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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낙하산 MC 논란 긴급 기자회견.
KBS가 1TV 교양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에 친정부 인사를 낙하산 MC로 앉히려 했다는 의혹에 KBS 언론노조와 KBS PD협회가 "배후가 누구인지 밝히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KBS PD협회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서 진행된 '역사저널 그날' 낙하산 MC 의혹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낙하산 MC 추진 후, 프로그램 무기한 보류 결정. 책임자는 누구인가'라는 성명을 냈다.

당초 유명 배우 A씨를 섭외해 개편 후 새롭게 제작을 준비하고 있던 제작진은 첫 녹화 3일 전에 A씨가 아닌 KBS 전 아나운서 조수빈을 MC로 출연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수빈은 대통령직속국민통합위 미디어특위 위원 등을 지낸 바 있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협회는 "4월 30일로 예정된 개편 첫 방송 녹화를 3일(업무일 기준) 앞둔 4월 25일 저녁 18시 30분경, 이제원제작1본부장이이상헌시사교양2국장을 통해 조수빈을 '낙하산 MC'로 앉힐 것을 최종 통보했다고 한다. 이미 MC와 패널, 전문가 섭외 및 대본까지 준비를 마치고 유명 배우를 섭외해 코너 촬영도 끝낸 시점이었다. 첫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을 그때, 본부장이 비상식적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후 녹화는 2주째 연기됐고 이제원 본부장은 지난주 금요일(10일) 마침내 무기한 잠정 중단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또한, KBS PD협회는 "낙하산 MC인 조수빈을 제작진이 거부하자 프로그램이 사실상 폐지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조수빈이 출연을 고사했으니 이제 문제없는 것이 아니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이제원 본부장은 '조직 기강이 흔들렸다'며 '회사의 결정은 프로그램 무기한 보류'라고 통보했다. 프로그램을 없앨 정도의 힘이 있는 출연자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며, 과연 이 결정이 이제원 본부장의 개인 의견인지, 아니면 박민 사장, 훅은 더 윗선의 결정인지 제작진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새 시즌을 준비해 온 3개월간의 많은 노고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계약취소, 기집행된 비용 등 관련 비용은 억 단위에 이를 것이라는 예촉도 있다. 또, 해당 프로그램을 믿고 진행된 2억여 원의 협찬이 사실상 무산되는 등 프로그램과 관련된 많은 물적. 인적 자원이 낭비되었다"면서 이 정도면 배임 수준이 아닌가 묻고 싶다. 좋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서비스해야 하는 KBS의 소중한 수신료가 특정 개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다시 한번 낭비되었다"고 지적했다.
조수빈, 이미지나인컴즈 제공

낙하산 MC 논란이 커지자 조수빈 측은 "진행자 섭외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 또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 선정과 관련해 KBS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라는 입장을 낸 상황.

협회는 조수빈 측의 입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제작진이 여러 가지 상황을 수습하던 사이, 조수빈 측으로부터 스케줄이 안된다며 '역사저널 그날' 부장에게 연락해 왔다. 공식 섭외를 받은 적 없다며 유감을 표명한 조수빈 씨에게 묻고 싶다. 왜 섭외를 받지도 않은 프로그램에 일정을 핑계로 돌연 불가 통보를 했는가. 이는 스스로 낙하산 MC임을 인정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훈석 언론노조KBS본부시사교양 중앙위원은 더욱 강한 어조로 사측을 비판했다. 기훈석 중앙위원은 "의문이 들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조수빈을 꽂았나는 거다. 누구의 부탁이나 청탁 지시가 있었냐는 거다. 이렇게 강하게 말하는 건, 너무 예외적이기 때문이다"라며 "지금까지 10년 넘게 방송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없던 '역사저녁 그날'이다. 현 제작진 중에 노조는 없다. MC를 바꾸려면 최소한 한 달 전엔해야 하는 거다. 이런 지시를 왜 했는가. 이유가 없다. 유명 배우와 조수빈의 차이는 다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소한의 이유도 밝히지 않는다. 그냥 조직의 기강이라는 말만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KBS 시사교양국 내에 이같은 일이 처음은 아니라는 조애진 언론노조KBS본부 수석부위원장은 "밖에서는 KBS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사교양국 CP들은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받고 있다, 평 PD들은 거부도 하다가 체념도 하면서 버티고 싸우고 있다"면서 "이런 짓을 6~7년마다 되풀이하고 있다. KBS는 국민의 방송인데, 왜 이렇게 숟가락 얹는 사람이 많나. 이 프로그램은 누군가의 것이 아니다. 밖에 나가서 프로그램 팔고 다니지 말고, 할 말이 있으면 제작 논리로 이야기하라. 이 민주적 제작 방식이 공영방송 존재의 이유다. 민주 사회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번 사태가 대중에게 알려진 이상, 이같은 지시를 내린 이가 누구인지 밝혀내겠다는 것이 KBS PD협회와방송노조KBS본부 측의 입장이다.

기훈석 언론노조KBS본부시사교양 중앙위원은 "도대체 누구의 지시가 있었기에 이런 무리수를 두는가. 조수빈이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면 그대로 가면 되는데, 그냥 폐지됐다. 왜 특정 아나운서가 하지 않으면 폐지돼야 하나. 누가 그분을밀어 넣은 건지, 누구의 부탁을 받은 건지 의문"이라면서 "세월호 다큐 불방에 이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BS는 "사측이 폐지를 통보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제작) 잠정 보류일 뿐이다"라면서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해 제작을 재개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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