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만 7개, 논문 190편…게임하듯 학위 딴다는 ‘공부열반’ 자현스님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4. 5. 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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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학위를 따는 것이 누군가에겐 필생의 과업이지만, 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다.

최근 펴낸 '열반경'과 관련해선 "가장 중요한 대승 경전을 하나씩 역사적 맥락과 사상 측면에서 정리하려고 한다"며 "열반의 의미는 불을 끄는 것이고 그것은 번뇌를 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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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흔들릴 때 열반경 공부’ 출간한 자현스님
철학·사학·교육학·미술학 등
곧 심리상담 박사 따면 8개
유튜브 채널 3개도 운영해
게임처럼 취미생활이 공부
젊은이들 달콤한 위로보다
현실 직시해야 문제가 풀려
자현스님이 13일 서울 인사동 찻집에서 최근 출간한 ‘인생이 흔들릴 때 열반경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향휘 기자]
박사 학위를 따는 것이 누군가에겐 필생의 과업이지만, 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다. 하나도 아니고 무려 7개를 땄다. 국내 최다 보유자다. 논문은 또 어떤가. 190여 편의 논문을 한국연구재단에 등재했으며 이 속도대로라면 500개도 무리는 아니다. ‘논문의 신’ ‘논문제조기’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다.

주인공은 자현 스님(53·중앙승가대 불교학부 교수)이다. 최근엔 단행본 책 한권을 더 냈다. ‘인생이 흔들릴 때 열반경 공부’(불광출판사)다. 공부를 인생의 반려로 삼은 그를 13일 늦은 시간 서울 인사동 찻집에서 만났다.

인터뷰에 바퀴 달린 가방을 끌고 온 스님은 “사람들이 오래 살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정신적인 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에 운동과 건강 보조식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지가 돼 있어요. 하지만 50세 안팎이 되면 자기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또 다른 공부가 필요합니다. 행복도 공부를 해야 하지요.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공부를, 종교나 철학 공부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장 사람이 가장 멋진 사람입니다.”

그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통도사에서 출가했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율장), 고려대 철학과(선불교), 동국대 미술사학과(건축)·역사교육학과(한국 고대사)·국어교육학과(불교 교육)·미술학과(고려불화)·부디스트비즈니스학과에서 각각 박사학위를 받았다. 심리상담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 내년엔 학위가 8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1년에 4~5권씩 책을 내고, 수시로 논문을 쓰며, 유튜브 채널 3개도 운영한다. 이게 다 가능한건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현스님이 100세 시대 공부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불광출판사]
“취미 생활이라고 하니 힘들지 않아요. 게임하고 똑같아요. 어쩌다 하면 버벅대고, 매일 하면 계속 느는 것처럼. 책하고 논문을 마라톤처럼 꾸준히 쓰니까 수업 준비할 것도 법문 준비할 것도 따로 준비할 게 없어요.”

최근 펴낸 ‘열반경’과 관련해선 “가장 중요한 대승 경전을 하나씩 역사적 맥락과 사상 측면에서 정리하려고 한다”며 “열반의 의미는 불을 끄는 것이고 그것은 번뇌를 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달콤한 위로가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꼬집는다.

“전 젊은 층에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해요.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성적순이 아니라면 그런 말이 있을 수가 있을까요. 성적순이 아니라면 왜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그렇게 막대한 사교육비를 퍼붓고 있을까요. 성적순이라는 걸 인지하고, 성적이 좋지 않다면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거죠.”

뼈때리는 현실 조언이다. 스트레스를 낮추는 명상 열풍에 대해서도 “스타벅스처럼 시끄러운 곳에서 고요함을 찾는 것이 현실을 관통하는 명상”이라고 했다. “무상하다는 것은 좋은 말도 나쁜 말도 아니에요. 고정된 방식으로 살면 충돌하게 됩니다. 보드를 가지고 파도타기를 하듯이 그때그때 계속 움직여야 해요. 고통을 타고 갈 수 있으면 행복한 거죠. 나를 중심으로 우주를 돌릴 수가 있어야 해요.”

학위가 많은 그지만 정작 운전면허가 없다. 일주일에 울산과 대전, 평창, 김포 네 곳을 돌아다니는데도 말이다. “불편한 줄을 몰라요. 차가 있다가 없으면 불편하겠지만 늘 이러고 다녀요.”

스님은 “인간은 모두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성을 가진 존재”라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니까 괴로운 것이다.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는 다 다른색으로 죽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야기가 끝나자 스님은 밤기차가 기다리고 있는 서울역을 향해 여행용 캐리어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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