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야구'는 KBO리그를 살찌우는 자양분인가

박정욱 기자 2024. 5. 1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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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정욱 기자]
'최강야구' 출신 신인 내야수 황영묵. /사진=한화 이글스
배우 조인성이 2014년 9월 1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KIA 타이거즈 전에 앞서 시구 행사를 가졌다. /사진=OSEN
배우 조인성과 차태현은 야구광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프로야구(KBO리그) 한화 이글스의 '찐팬'이다. 두 배우는 유재석의 유튜브채널 '핑계고'에 나와 야구와 한화 사랑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고, 한화 경기를 함께 직관하는 모습이 야구 중계화면에 잡혀 화제를 낳기도 했다. 조인성은 한화 유니폼을 차려입고 시구에 나선 적이 있고, 차태현은 야구에 '인생을 걸고 사는 찐팬들의 처절한 응원기'를 보여주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찐팬구역'에 배우 인교진, 가수 이장원 등과 함께 한화 팬으로 출연하고 있다.

조인성은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면 허탈"하다는 말조차 서슴없이 한다.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의 토미 라 소다 전 감독이 말한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라는 야구 명언을 떠올리게 한다. 야구 관전 외 별다른 취미가 없는 조인성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KBO리그와 함께 하고,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의 빈자리에는 스포츠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를 즐긴다. 그는 "'최강야구' 덕분에 일주일 내내 야구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최강야구. /제공=JTBC '최강야구'
ENA, 채널십오야 '찐팬구역'./사진=ENA
'최강야구'도, '찐팬구역'도 월요일에 본방송을 편성해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날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월요일 오후 7시 시작하는 '진팬구역'에서 예열을 한 뒤 오후 10시 30분부터 '최강 몬스터즈' 응원에 들어가면 된다. 치맥(치킨+맥주)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최강야구'에 푹 빠진 이는 조인성만이 아니다. '대세 배우' 손석구, '최강야구' 시즌2의 OST에 작사가로 참여한 김이나 등도 '최강야구'의 열혈팬이다. '최강야구'는 평소 야구에 큰 관심을 두지 않던 일반 시청자들까지 야구 팬으로 끌어들이는 유인 효과까지 낳고 있다. '최강야구'를 통해 야구 팬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최강야구와 KBO리그가 공생하고 있는 격이다. 최강야구가 어떤 면에서는 KBO리그를 살찌우는 자양분의 역할을 하면서 흥행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최강야구. /사진=JTBC '최강야구'
'최강야구'는 이대호 정근우 박용택 정성훈 이택근 송승준 김문호 장원삼 유희관 서동욱 정의윤 이대은 신재영 이홍구 등 은퇴한 스타선수들만의 무대가 아니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간절하게 꿈을 좇고 희망을 키우는 곳이기도 하다.

'최강야구'를 통해 성장한 선수와 지도자가 KBO리그에 자리를 잡고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최강야구를 통해 레전드 선배들과 함께 뛰며 실력을 키워 KBO리그의 문턱을 넘어서고 이제는 당당한 프로선수로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신인 내야수 황영묵(25)과 키움 히어로즈의 신인 내야수 고영우(23)가 '최강야구'를 거쳐 KBO리그 구단에 입단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다.

한화 황영묵이 4월 1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원정경기 7회초 2사 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1루에서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영묵은 '최강야구' 출신으로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한화에 지명 받으며 화제를 불러왔다. 충훈고 시절 유격수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왜소한 체격 탓에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중앙대에 입학한 뒤 곧 중퇴하고 독립야구단 성남 블루팬더스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2021년부터 다시 독립야구단 스코어본 하이에나들과 연천 미라클에서 계속 뛰었다. 2022년에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청춘야구단: 아직은 낫아웃'에 출연했고, 2023년에는 트라이아웃을 거쳐 '최강야구'에 합류해 인지도를 높이며 프로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대학 졸업연도에 맞춰 프로에 입단해야 하는 대학 중퇴자의 제한 규정에 묶여 뒤늦게 프로 무대에 들어선 올해, 3월 23일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고 사라졌다가 4월 9일 1군에 다시 올라와 곧바로 잠실 두산전에서 대수비로 나서 데뷔전을 치르고 11일에는 대주자로 출전했다. 이어 4월 12일 대전 KIA전에서 8회초 대수비로 투입된 뒤 8회말 처음으로 타석에 나서 우익수쪽 2루타를 날려 첫 안타를 신고했다. 2타수 1안타 1득점. 4월 14일 KIA전에서도 7회초 대수비로 나선 뒤 8회 좌전안타를 터뜨렸다.

황영묵의 2루와 유격수를 오가는 안정된 수비뿐 아니라 타격 재능도 확인한 한화 코칭스태프는 4월 16일 창원 NC전부터 선발 출장의 기회를 줬다. 8번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황영묵은 4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다음 날에는 첫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지난달 12일 KIA전 첫 안타부터 멈추지 않고 15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며 4월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3일 수원 KT전에서는 데뷔 첫 홈런도 폭발했다. 그는 어느새 부상으로 이탈한 하주석을 대신해 한화의 새로운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았다.

그의 안타 행진은 지난 1일 대전 SSG전에서 첫 3안타 경기까지 16경기째 이어졌다. 다저스의 유격수로 활약하는 '슈퍼스타' 무키 베츠의 이름에서 가져온 '묵이 베츠'라는 멋진 별명까지 얻었다. 잠깐 쉬어가던 안타 생산은 지난 9일 사직 롯데전부터 12일 대전 키움전까지 4경기째 다시 이어지고 있다. 그는 규정타석에는 모자라지만 팀 내 1위인 시즌 타율 0.333(78타수 26안타)에 1홈런 9타점 11득점 1도루로 맹활약하며 일찌감치 신인왕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고영우. /사진=키움 히어로즈
고영우. /사진=키움 히어로즈
고영우도 황영묵에 이어 '최강야구' 출신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경남고-성균관대를 거쳐 2024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황영묵보다 8번 뒤인 전체 39순위로 지명받아 키움에 입단했다. 지난해 최강야구에서 주전 유격수로 뛰던 황영묵이 부상 결장할 때 합류해 그 공백을 메운 인연이 있다.

고영우는 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다저스와 '서울 시리즈' 경기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무키 베츠의 첫 타구를 처리했고, 7회 다저스 마무리 에반 필립스를 상대로 안타도 때려내며 기대를 모았다. 이어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돼 첫 시즌을 맞았다. 3월 23일 KIA와 광주 개막전에서 유격수 대수비로 출전했고, 3월 29일 고척 LG전에서도 3루수 대수비로 잠깐 모습을 내비쳤다.

첫 타석은 3월 31일 LG전에서 7회말 최주환의 3루 대주자로 나선 데 이어 8회초 3루수 수비에 들어간 뒤 8-0으로 앞선 8회말 무사 1루에서 4번타자 자리에서 경험했다. 그는 첫 타격 기회에서 중전안타로 기분좋은 데뷔 안타를 신고했다.

고영우는 4월 11일 문학 SSG전에서 7번타자·2루수로 처음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 뒤 점점 기회를 넓혀가 주전으로 도약했다. 내야 어느 자리를 맡겨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수비 능력뿐 아니라 시즌 타율 0.375(64타수 24안타) 7타점 7득점의 타격 실력도 뽐내고 있다. 역시 규정타석 미달이지만 팀내 타격 1위다. 지난 2일 롯데전부터 11일 한화전까지 6경기 연속 안타, 9일 두산전부터 11일 한화전까지는 3경기 연속 멀티히트로 7안타를 몰아쳤다. '수비형 선수'로 알려졌던 고영우의 대반전이다. 그 역시 황영묵, LG 트윈스의 입단 2년생 '범바우' 김범석(20)과 함께 타자 신인왕 후보 가운데 유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두산 윤준호.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윤준호가 5월 12일 KT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대수비로 교체 출전해 프로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또 한 명의 '최강야구' 출신인 두산 베어스 포수 윤준호(24)는 지난 12일 KT와 잠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프로야구 입단 2년째에 뒤늦은 데뷔전을 치렀다. 더블헤더 특별엔트리로 1군 기회를 잡은 그는 1차전 8회초 대수비로 포수 마스크를 써 이영하, 이교훈과 8, 9회 호흡을 맞춰 12-4 승리를 마무리했다. 8회말 공격 때는 무사 2, 3루에서 데뷔 타석에 나서 3루수 오윤석이 몸을 날려 잡아낸 땅볼 타구를 날려 첫 타점을 올렸다. 그는 다음달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어 이날 출전이 올해 마지막 1군 무대가 될 수도 있다. 그의 눈은 미래를 향하고 있다.

경남고-동의대를 졸업한 윤준호는 2022년 '최강야구'에 출연해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뒤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49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72경기에 나서 타율 0.230(148타수 34안타) 2홈런 22타점 17득점 2도루를 기록했고, 올해는 퓨처스리그 12경기에서 타율 0.400(10타수 4안타)로 맹타를 휘두르며 이승엽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최강야구' 출연 선수들이 처음 나온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윤준호와 함께 진흥고-단국대 출신의 내야수 류현인(24·KT)도 지명을 받았다. 류현인은 7라운드 전체 70순위로 KT에 입단해 지난해 1군 무대에서 17경기 출장에 타율 0.130(23타수 3안타) 3타점 6득점의 성적을 남겼고, 올해는 아직 1군 무대에 서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15경기에서 타율 0.421(19타수 8안타)의 좋은 타격에 3타점 4득점 1도루를 더해 1군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그 역시 다음달 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다.

윤준호를 1군에 불러올린 이승엽 두산 감독도 '최강야구' 출신이다. 2022년 말 두산 사령탑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최강야구' 감독을 지냈다. 감독 수업을 '최강야구'에서 쌓은 셈이다. 윤준호와는 최강야구에서 맺은 사제 인연을 두산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또 오주원 키움 투수코치도 지난해까지 '최강 몬스터즈'의 마운드를 지키던 '최강야구' 출신이다.

이승엽 감독(가운데)이 사령탑을 맡고 있을 당시의 최강 몬스터즈. /사진=JTBC '최강야구'

박정욱 기자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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