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금·주택청약까지 헐어 홍콩ELS 가입 유도…“손실의 65%까지 배상”
은행 배상책임 하한 20~30%
당국 “사례별로 달라질 수 있어”
투자자 “집단소송 하자”
대규모 원금 손실을 빚은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 금융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 5곳의 대표 피해 사례에 대해 투자 손실액의 30~65%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판매한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의 은행별 대표 사례 5건에 대한 분조위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배상비율은 은행별 기본배상배율에 투자사안별 배상배율을 합해 결정된다.
이날 금감원이 밝힌 사례를 보면 시중 은행들은 암 보험 진단금을 주가연계상품에 넣도록 권하거나, 투자성향을 분석해 주며 은행 직원이 알려주는 대로 답변하도록 해 위험성이 높은 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021년 1월과 2월 70대 고령자 A씨의 주택청약저축을 해지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 주가연계상품에 가입하게 하면서 통장 겉면에 2.6%라는 수치를 적시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농협은행의 기본배상비율 최고수준인 40%에 더해, A씨가 금융취약계층인 만 65세이상 고령자라는 점, 애초에는 예·적금 가입목적이었다는 점 등을 인정해 추가로 25% 더 배상, 총 투자 손실분의 65%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KB국민은행은 암 보험 진담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러 온 고객에게 손실 가능한 주가연계신탁(ELT) 상품에 가입하게 해 손해배상비율이 60%로 결정됐다.
하나은행에서 ELT에 가입한 B씨는 하나은행의 기본배상비율 30%에, 모바일을 통해 가입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지점에 방문해 가입한 것으로 인정돼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 등을 물어 10% 배상비율이 더해져 총 40%의 배상비율이 인정됐다. 하지만 B씨가 과거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다른 ELT 상품에 가입해 투자금을 잃을 뻔한 경험이 있었고 투자액이 5000만원을 초과했다는 점을 들어 10%포인트 차감했다. 분조위는 결국 D씨의 최종 배상비율을 최종 30%로 제시했다.
70대 고령자의 투자성향을 분석해 주며 직원이 알려주는 대로 답변하게 하고, 서류상 가입인의 성명과 서명을 누락하고, 녹취제도를 잘 운영하지 않은 신한은행 관련 상품 가입자는 55%의 배상비율이 결정됐다.
SC제일은행의 경우 과거 원금보장 상품으로만 자금을 운용해 온 가입자의 저축성 보험을 해지하고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가입하도록 한 점, 왜곡된 자료를 이용해 손실 위험을 오인하게 한 점이 인정돼 55%의 손실배상비율이 인정됐다.
분조위는 손실위험 시나리오 분석대상기간을 20년에서 10~15년으로 줄여 손실위험을 축소해 투자자들에게 안내하는 행위, 신탁통장 표지에 이율 등을 표시해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안전한 투자라고 오인하게 하는 행위 등을 대표적인 은행들의 부당권유 행위로 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분쟁의 여지가 심한 상황에 대해 검토한 결과 65%까지 배상하라는 조정안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배상비율은 지난 2019년 배상비율이 최대 80%였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때보다 낮은 가이드라인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배상비율은 앞으로 사례에 따라 65%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또 “이번 분쟁조정은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성립하게 된다”며 “은행과 금융소비자 간 자율조정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 ELS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분조위 결정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날 분조위는 5개 은행의 기본배상비율을 밝혔는데, 은행의 배상책임 하한선이 20~30%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온라인 카페 ‘홍콩지수ELS 가입자’에는 분조위 결정을 성토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한 카페 가입자는 “기본 20% 배상으로 결론이 났다”며 “그 이상은 기대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했다. 다른 가입자는 “기본 20% 배상에서 차감요인 등을 반영하면 0~5%대”라고 적었다. 또 “집단소송에 참여하고 싶다. 방법을 알려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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