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부쩍 늘어난 '1000원 빵집'… 이렇게 팔아도 남을까?

김가현 기자 2024. 5. 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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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지하철역사에서 '1000원 빵집'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은 이대역 개찰구 앞에 위치한 한 '1000원 빵집'의 모습. /사진= 김가현 기자
"무조건 1000원"

최근 많은 지하철역에서 이 같은 문구의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있다. 200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다가 자취를 감추는 듯했던 이른바 '1000원 빵집'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직접 구워낸 소금빵, 베이글 등 프리미엄 베이커리를 먹기 위해 몇 시간의 '디켓팅'(디저트+티켓팅)도 마다하지 않던 소비자들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봉지빵으로 눈길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1000원 빵집'의 부활, '불경기'의 신호?


프랜차이즈 빵집의 높은 빵값에 '1000원 빵집'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진은 이대역 내에 위치한 '1000원 빵집'의 모습. /사진= 김가현 기자
"한 끼 때우기엔 이만한 게 없어요."

지난 9일 서울 이대역 개찰구 앞에 위치한 '1000원 빵집'에서 만난 박모씨(20대·여)는 "아침 등굣길에 1000원 빵집에 들러 빵과 우유를 하나씩 사먹는다"며 "학식보다 저렴한 빵들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어서 '1000원 빵집'을 평소 애용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박씨는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고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다"며 "친구를 만나는 날에는 3만원은 기본으로 쓴다. 친구들을 만나지 않는 평소에 돈을 아끼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외식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단돈 1000원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에 1000원 빵집에 대한 시민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이대, 신촌 등 대학가는 물론 강남과 종각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사에 1000원 빵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1000원 빵집의 봉지빵이 인기를 끌게 된 이유로는 빵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일명 '빵플레이션'이 꼽힌다. 빵의 주재료인 밀가루와 설탕·소금·원유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지난 2022년부터 급등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베어커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크림빵과 슈크림빵 가격을 전년 대비 각각 21.4%, 11.8% 올렸다. 임차료와 인건비가 높아 원재룟값이 떨어져도 빵값을 내리기 어렵다는 업계 입장이다.

종각역 앞에서 만난 직장인 문모씨(20대·남)는 "빵을 좋아하는데 프랜차이즈나 프리미엄 베이커리에서 사먹기엔 부담된다"며 "'1000원 빵집'에서 파는 빵이 프랜차이즈 빵에 비해 2000원 정도 저렴한 것 같다. 매일 아침을 빵으로 해결하는 사람으로서 한 달에 5만원은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공행진하는 빵값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또한 국내 제빵 산업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공장형 '양산빵'과 직접 구워 파는 '베이커리'로 구분된 산업을 각각 조사해 시장별 유통 구조와 가격 결정 요인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또 제빵 산업 내 경쟁 상황을 분석해 담합 여부도 점검할 방침이다.


단돈 '1000원'…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1000원 빵집'은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와 간단한 유통과정으로 저렴한 빵값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진은 이대역 앞 '1000원 빵집'의 모습. /사진= 김가현 기자
이대역 개찰구 앞에서 1000원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50대·여)는 빵집의 식지 않는 인기에 최근 구로시장 근처에 2호점을 열었다. 3호점인 목동점도 오픈을 앞두고 있다.

최씨는 "완전 박리다매다. 하루에 2000개 정도가 팔린다"며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하루 매출의 30%가 수익으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주로 방문하는 고객층에 대해선 "이대 앞이다 보니 손님 비중의 70%가 이대생"이라며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오가다 빵을 사가기도 하고 어르신들도 빵을 들여오는 시간에 맞춰 방문하신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카스테라는 어르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빵이다. 빵을 매장에 진열하는 즉시 다 팔리기도 한다"며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1000원 빵집의 저렴한 빵값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아껴 가능하다. 지하철역사에서 운영하는 1000원 빵집의 경우 보증금 없이 월세로만 운영이 가능해 초기 창업 부담이 적다. 최씨의 경우도 보증금 없이 월 임대료 400만원을 내고 이대역 내 '1000원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씨는 "간단한 유통 구조 덕분에 빵을 저렴한 값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대형마트에서도 우리가 파는 봉지빵과 동일한 상품을 더 비싼 가격으로 팔고 있다. ('1000원 빵집'은) 유통 과정을 더 간소화하고 빵값을 낮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or 동네 빵집… 당신의 선택은?


프랜차이즈 빵집과 동네 빵집 사이에서 시민들의 선호가 갈리고 있다. 사진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대·중소기업 전국 제과점 상생 경영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사)대한제과협회 회원들. /사진= 뉴스1
하지만 여전히 프랜차이즈를 고집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몇몇 시민들은 너무 저렴한 값에 빵의 품질을 우려하기도 한다.

종각역 앞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50대·남)는 "1000원 빵집에서 파는 봉지빵의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다"고 밝혔다. 김씨는 "싼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국 어느 매장을 가도 맛이 보장돼 있는 프랜차이즈를 주로 이용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1000원 빵집 운영자 최씨는 "많은 손님들이 프랜차이즈와 비교했을 때 품질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우리가 들여오는 브랜드의 빵도 베이커리 명장으로 유명한 분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이어 "본사의 지침을 따라야 하는 프랜차이즈와 달리 '1000원 빵집'의 경우 점주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거래처가 여러 개이기 때문에 가장 잘 나가는 빵만 선별해 판매한다"고 밝혔다.

주로 평일 퇴근 시간대에 1000원 빵집에 들러 빵을 사간다는 직장인 문씨는 "1000원 빵집과 관련한 영상을 유튜브로 본 적이 있다"며 "시설도 깨끗하고 제조 과정도 (프랜차이즈 빵집과) 다를 바 없더라. 유통 과정이 축약돼 가격이 저렴한 것이지 품질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본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김가현 기자 rkdkgudj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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