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기업 포모사의 샌디 왕 회장 “KAIST와 손 잡고 줄기세포 치료제 내놓을 것”

이병철 기자 2024. 5. 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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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사·KAIST, 첨단바이오와 친환경에너지 분야서 연구 협력
아시아 최대 규모 장경기념병원 임상 데이터 활용
대학병원 없는 KAIST의 의과학 연구에 돌파구될 듯
샌디왕 포모사그룹 회장이 13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포모사그룹 산하 장경기념병원이 확보한 방대한 임상데이터와 KAIST의 우수한 연구 역량을 결집해나가겠다"며 "전 세계인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기술 개발이 목표"라고 말했다./한국과학기술원

샌디 왕 대만 포모사그룹 회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모사그룹은 대만을 대표하는 석유화학 기업으로, 플라스틱 산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제약 의료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대만의 10대 기업 중 하나로 ‘국민 기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왕 회장은 지난 13일 대전 KAIST 캠퍼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포모사와 KAIST가 협력하려면 서로 가진 강점은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세계 20위권의 연구 성과를 내는 KAIST는 대만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포모사그룹 산하 병원에서 쌓인 임상 데이터가 KAIST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모사그룹은 산하 대학인 명지과기대, 장경대, 장경기념병원과 KAIST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고 첨단바이오·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 각각 겸임 교수를 임명해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왕 회장은 “우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병원인 장경기념병원을 1971년 설립해 지금까지 수많은 임상 데이터를 축적했다”며 “KAIST와 협력해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제를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와 포모사의 이번 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의과학 분야 연구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KAIST지만, 의과대학이나 병원이 없는 탓에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만 포모사그룹과의 협력은 임상 데이터 확보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KAIST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최근 의대 정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에 묻혀 논의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김대수 KAIST 생명과학기술대학장도 장경기념병원이 보유한 임상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장경기념병원은 1만2000병상의 대규모 시설을 갖췄으며 동남아 네트워크도 갖고 있어 대만을 넘어서 아시아의 지역 허브 역할을 해낼 것”이라며 “KAIST는 부족한 데이터로도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왔던 만큼 데이터가 방대해지면 더 많은 연구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포모사그룹과 KAIST는 연구 협력뿐 아니라 인재 양성을 위한 특화 대학원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줄기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양국의 학생들이 대만과 한국에서 2년씩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왕 회장은 “바이오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초 연구, 임상시험, 인재 육성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며 “KAIST와 협력을 통해 폭발적인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바이오 기술뿐 아니라 친환경에너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협력도 추진된다. 대만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중화학공업이 발전했지만,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거의 없어 친환경에너지 기술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샌디왕 회장의 부친인 포모사 창업주 고(故) 왕융칭 회장은 자동차 산업에 큰 관심을 갖고 한 때 대우자동차의 경차 마티즈를 위탁생산하기도 했다. 대우자동차가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되면서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고 지금은 네덜란드 트럭 회사인 다프트럭의 위탁생산을 맡고 있다.

왕 회장은 “포모사는 2008년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면서 현재는 LFP 셀과 모듈까지 만들고 있다”며 “한국이 강점으로 갖고 있는 리튬삼원계 기술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튬인산철은 저렴하지만 부피가 크고 무거워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주로 쓰인다. 여기에 에너지 효율이 우수한 리튬 삼원계 기술을 적용해 친환경에너지 기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이야기다.

왕 회장은 “포모사는 친환경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앞으로 친환경 소재, AI, 첨단 제조와 같은 미래 기술에서 KAIST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싶다”며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우수한 학교와 협력해 인재를 육성하고 융합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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