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수십건 법정소송…갈등조정 뒷짐진 정부·의료계

손지민 기자 2024. 5.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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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로 빚어진 의-정 갈등이 수십 건의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는 법원 판단에 기댄채 갈등을 방치하고 있는 모양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료계가 법적다툼으로 여론전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서 비급여 보고제도(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비용·진료내역 등을 의무로 정부에 보고하는 제도)도 의료계의 헌법소원 등으로 시행이 지연됐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지연 전략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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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정부 고소·고발 9건…취소소송·집행정지 20건 이상
정부는 의협 관계자들 경찰 고발…“정부, 갈등 조정보단 키워”
게티이미지뱅크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로 빚어진 의-정 갈등이 수십 건의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는 법원 판단에 기댄채 갈등을 방치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 정작 필요한 논의는 줄고, 시급한 의료개혁이 늦춰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를 고소·고발한 사건은 최소 9건이다. 의정갈등 초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당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을 중심으로한 단체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모임’이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연락처 무단 수집, 의사를 ‘의새’로 표현, 전공의 사직 방해 등으로 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계자들을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최근에는 전공의들과 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이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의 서울아산병원 전원 논란, 의대 정원 증원 논의 관련 회의록 미작성, 충북도청 공무원의 의대 증원분 배정 참여 등에 대한 고발을 이어갔다. 복지부 역시 지난 2월 전공의 집단행동을 조장했다며 전 의협 간부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 외에도 의료계가 법적 판단을 받겠다며 낸 각종 취소소송,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헌법소원 등도 20건이 넘는다.

법적 다툼은 의-정 갈등 장기화에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법원이 “사법통제를 못 하는 정부의 결정은 있을 수 없다”고 밝히며 정부에 관련 자료를 요구하자 그 판단에 더욱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그전까지는 사법부가 의료계가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에 잇따라 기각·각하 결정을 내려 의료계는 “법원의 정부 편들기”라며 반발했다. 지난 4월30일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의대생·전공의·의대 교수 등 18명이 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리에서 정부에 ‘2천명 증원’ 근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의료계의 사법부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 사법부 판단에 불만을 드러대던 의료계는 서울고법 행정7부에 “의료농단을 사법부가 막아달라”는 뜻을 담아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법적 다툼에 여론이 쏠리는 걸 피하겠단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의 고소·고발 및 행정소송 건수 등 법정 다툼 현황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판 관련 내용을 공개하면 법정 밖에서 의료계 공세에 맞대응해 여론전에 나서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어 경계하는 모양새다.

시민사회는 우리사회의 갈등조정 역량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 역시 법적 다툼으로 치닫으며 의료개혁의 본질에 대한 논의는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료계가 법적다툼으로 여론전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서 비급여 보고제도(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비용·진료내역 등을 의무로 정부에 보고하는 제도)도 의료계의 헌법소원 등으로 시행이 지연됐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지연 전략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우리나라가 갈등조정 능력이 부족한데다, 현 정부가 갈등을 조정하기보단 키우는 방식의 정치활동을 이어 왔던 게 좋지 않은 형태로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왜 우리사회가 의대 증원을 요구하고 추진하려 했는지에 대한 본질은 사라지고, 서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고집만 남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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