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규범 경쟁, 한국 리더십 키워야 한다[시평]
미국-EU-중국 서로 다른 접근
다음 주 AI 서울 정상회의 개최
디지털 강국 위상 보여줄 기회
유럽은 안전 강조한 AI법 마련
美는 혁신, 中은 체제 안전 중시
한국은 복합 프레임 제시해야
올해 서울에서는 인공지능(AI) 규범과 관련한 큰 국제회의가 여러 개 열린다. 오는 21∼22일에는 ‘AI 서울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며, 22일에는 ‘AI 글로벌 포럼’도 개최된다. 오는 9월 9∼10일에는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가 열린다. 지난 3월에는 ‘AI·디지털 기술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가 개최된 바 있다. 영국, 네덜란드, 미국 등에 이어 AI의 안전성과 군사안보 그리고 민주주의를 주제로 내건 큼직한 국제회의를 개최해 디지털 강국이자 글로벌 중견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여줄 기회다.
최근 개별 국가나 정부 간의 협의체뿐만 아니라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유네스코(UNESCO) 등 국제기구 차원에서 AI 규범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AI 규범의 필요성에 대한 포괄적 공감대는 있지만 아직 그 내용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는 상태여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새로운 규범에 반영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AI 규범 경쟁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 간의 비대칭적 대립 구도와 안보 프레임의 다양성을 읽어내고 우리의 AI 규범 전략을 수립할 과제가 제기된다.
AI 규범 경쟁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건 EU다. 지난 3월 유럽의회는 ‘EU AI법’을 승인했다. 미국에의 기술 종속을 우려하고 AI의 ‘사회 안전’을 강조하며 AI 규제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행보다. 이와 달리 미국은 대통령 행정명령 등을 통해 AI 기업의 기술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부작용을 완화하려는 안전장치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도 EU와 미국의 규제는 모두 자국 AI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AI 규제의 정량 기준’을 제시하는 교묘함을 잃지 않고 있다.
미국은 AI 규범을 논하더라도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중국의 기술 추격을 견제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AI 반도체, 안면인식 AI, 클라우드, 틱톡 등 AI 관련 분야에서 대중(對中) 수출입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AI 관련 중국의 정책이나 정치체제의 성격을 문제시한다. 중국 또한 미국과 AI 기술 경쟁을 벌이면서도 AI 규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다. 특히, 중국에서 선행적으로 마련한 AI 규범을 대외적으로 전파해 미국에 대항하는 국제적 연대를 구축하려고 한다.
이러한 중국의 AI 관련 행보는 서방 진영과의 갈등 소지를 안고 있다. 중국 정부의 AI 단속지침에는 국가안보와 사회적 공익, 특히 ‘체제 안정’을 위협하는 ‘불순한’ 데이터의 활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는 EU가 제시하는 AI 규범과 결을 달리한다. 특히, ‘EU AI법’이 제시한 조항 가운데 생체인식 기술에서 AI 사용 금지라든지 개인의 특성과 행동 데이터로 점수를 매기는 ‘소셜 스코어링’ 금지 등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장차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진영 사이에서 발생할 AI 규범 마찰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첨단 기술 경쟁이 군사 분야로 확장되면서 ‘군사안보’ 관련 AI 규범도 큰 논란거리다. ‘킬러로봇’으로 상징되는 자율살상무기체계(LAWS)의 도입이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리라는 ‘인간안보’의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일찌감치 글로벌 사회운동 차원에서 경종을 울려 왔던 논제이기도 하다. AI 기반 무기체계 개발에 책임을 부과하자는 명제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민·군 겸용의 성격이 강한 AI 기술의 혁신에 재갈을 물릴지 모를 AI 규범의 구체적 내용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최근 국내에서 AI 규범전략의 옵션으로 ‘규제 위주의 유럽 모델’을 넘어서는 ‘혁신-규제의 균형 모델’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우리의 전략은 이러한 평면적인 단순 프레임을 넘어서 좀 더 입체적인 복합 프레임을 바탕으로 짜여야 한다. 최근 AI 규범 경쟁이 사회안전, 경제안보, 체제안정, 군사안보, 인간안보 등 다양한 안보 프레임이 경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올해 개최되는 AI 규범 관련 국제회의들을 우리의 규범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이를 실천할 중견국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탈모인 성지된 ‘이 나라’…한해 외국인 100만 명 온다
- “내연녀만 19명”…‘난봉꾼 남편’ 둔 트로트가수
- ‘서울시 최초’ 해고된 공무원 나왔다…이유 봤더니
- 교차로 진입 전 황색신호 켜졌을때…대법원 “정지 안하면 신호위반”
- “아내랑 꽃 구분 안돼” 뉴스 인터뷰 중 달달멘트에 아내 표정은?
- “산지 5년도 안돼”… 절벽에 매달린 집 철거
- “젖먹던 힘까지 다해 아저씨를 붙잡았다”…투신 남성 구한 여고생
- 김수현 아버지가 ‘복면가왕’ 왜 나와…김충훈 “새로운 시작”
- ‘명품백 전달’ 검찰 소환된 최 목사 “김 여사 국정농단”
- “순혈만 취급”… ‘日여성 한국 원정 성매매’ 알선업 성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