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의 새 발견…심부전에 의한 '판막 합병증' 눈에 띄게 좋아져

박정렬 기자 2024. 5. 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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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서울아산병원 강덕현 교수팀, 표준 약물치료+글리플로진 효과 분석
위약보다 1년 후 승모판막 혈액 역류량 33% 줄고 증상도 개선
국제학술지 '서큘레이션' 논문 게재…"심부전 예후 향상 기대"


심부전(Heart failure)은 심장의 기능이 전체적으로 감소해 각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다. 60~79세는 5.5%, 80세 이상은 12%가량이 심부전을 진단받는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연령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심부전 환자도 부쩍 증가하는 추세다. 평소처럼 걸었는데 숨이 차거나 조금만 심하게 움직여도 마치 물에 빠진 것과 같은 호흡곤란을 경험하면 심부전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심장 기능이 떨어져 몸이 붓는 부종, 피로감, 운동기능 저하가 동반되기도 한다.

심부전은 초기 치료하지 않으면 암 만큼 위협적이다. 심부전이 지속되면 혈액을 보내려 심장에 부담이 가해지면서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진다. 이를 심장 비대라고 하는데, 이에 따라 혈액이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승모판 폐쇄부전이 발생해 혈액이 역류할 수 있다. 특히, 심장이 비대해지면서 승모판막이 잘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승모판 폐쇄부전'은 심한 경우 호흡곤란을 유발해 사망까지 이어질 수도 있어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심부전을 조절하는 약물로는 이런 판막질환 합병증을 호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약물이 효과가 없으면 벌어진 승모판 사이를 클립처럼 집어 혈액 역류를 감소시키는 시술을 하기도 하지만, 중증 심부전 환자는 3명 중 2명이 5년 이내에 재입원하거나 사망한다고 알려지는 등 예후가 불량해 효과적인 치료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강덕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승모판 폐쇄부전이 동반된 심부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사진=서울아산병원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기존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던 약제를 심부전에 의한 승모판 폐쇄부전 치료에 적용한 결과, 심부전 증상과 승모판 폐쇄부전이 모두 현저히 호전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 연구팀은 승모판 폐쇄부전이 동반된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당뇨병 치료제인 '글리플로진'을 1년간 처방해 치료한 결과, 당뇨병 유무에 상관없이 승모판 폐쇄부전으로 인한 혈액 역류량이 위약 대조군에 비해 33% 감소했을 뿐 아니라 심부전 증상까지 개선됐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승모판 폐쇄부전이 동반된 심부전 환자 114명을 무작위 배정한 뒤, 표준 약물치료에 더해 당뇨병 치료제인 글리플로진 계열의 약물을 복용한 집단 58명과 표준 약물치료에 더해 가짜 약(위약)을 복용한 집단 56명으로 나누어 1년 뒤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승모판 혈액 역류량은 글리플로진 집단이 -9.1±10.2㎖로 위약 집단(2.1±15.6㎖)보다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위약 집단보다 글리플로진 집단에서 승모판 폐쇄부전으로 인한 혈액 역류량이 약 33%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심부전 중증도를 평가하는 지표인 NYHA(New York Heart Association) 단계가 개선된 비율을 분석한 결과, 글리플로진 집단의 44.8%에서 심부전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위약 집단은 14.3%에서만 심부전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및 사망 등의 중대 사건은 글리플로진 집단의 2%에서 발생해 위약 집단의 9%에 비해 드물게 발생했다. 이외에도 좌심실 기능을 확인하는 스트레인 수치 개선 및 좌심방 확장 감소 효과도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강덕현 교수는 "기존 당뇨병 치료제인 글리플로진 계열 약물로 치료한 환자들에서 승모판 폐쇄부전이 개선됨에 따라 심부전 증상도 더욱 호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향후 심부전 환자들의 약물 치료지침을 더욱 최적화해 예후를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장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최근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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