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홍콩 ELS 손실 최대 65% 배상하라”

2024. 5. 14. 11: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판매 5개은행별 30~65% 결정
DLF때보다 최고 배상비율 하락
은행자율배상 속도...“조정 지원”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빚은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를 판매한 KB국민은행 등 5개 은행에 투자 손실액의 30~65%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배상비율이 최대 80%였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때보다 낮아진 배상 가이드라인 덕분에 판매 은행들의 자율배상 절차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분쟁조정위원회는 전날 5개(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판매 은행별 대표사례에 대한 분조위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분조위에 회부된 5건은 금감원이 3월에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5개 은행의 분쟁 사안 중 대표사례로 선정된 사례들이다.

금감원은 이들 5개 사례를 모두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판단했다. 우선 판매직원이 투자권유 단계에서 투자성향 분석을 형식적으로 진행해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한 것을 개별 적합성 원칙 위반으로 봤다.

또 손실위험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대상기간을 20년에서 10~15년으로 줄여 손실위험을 축소 안내하는 등 투자위험의 누락·왜곡을 발생시킨 점에 대해서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일부 판매직원이 신탁통장 표지에 금액, 이율 등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기재하는 등 부당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금감원은 이들 5건에 대한 배상비율을 손실액의 30~65%로 결정했다. ELS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설명의무, 적합성 원칙 등 위반에 따른 기본배상비율 30~40%에 예적금 가입목적, 금융취약계층 등 가산 요인과 ELS 투자경험, 매입·수익규모 등 차감 요인을 적용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사안별로 보면 2021년 2월 암 보험 진단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러 온 국민은행 40대 고객 A씨는 은행의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에 따라 기본배상비율이 30%로, 최종 배상비율은 60%로 정해졌다.

국민은행은 이 사례에서 투자목적,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 정보를 형식적으로 파악해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 여기에 ▷대면가입(10%포인트) ▷예·적금 가입목적 인정(10%포인트) ▷투자자정보확인서 상 금융취약계층(5%포인트) ▷ELS 최초투자(5%포인트) 등 가산요인이 합쳐졌다.

70대 고령자가 투자성향 분석 시 직원이 알려주는 대로 답변하게 유도하고, 통장 겉면에 확정금리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한 신한은행 사례의 경우 적합성 원칙, 부당권유 금지를 추가로 위반해 기본배상비율이 40%로 정해졌다.

여기에 ▷대면가입(10%포인트) ▷만 65세 이상 고령자(5%포인트) ▷서류상 가입인 성명·서명 누락(5%포인트) ▷녹취제도 운영 미흡(5%포인트) 등 가산 요인과 과거 주가연계신탁(ELT)에서 지연상황 경험(5%포인트), 특정금전신탁 매입규모 5000만원 초과(5%포인트) 등 차감 요인을 합쳐 최종 배상비율이 55%로 결정됐다.

농협은행은 70대 고객의 투자성향을 부실하게 파악해 공격투자자로 분류하고 손실 위험을 왜곡해서 설명했다. 통장 겉면에 확정금리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했고, 고령자 보호기준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농협은행의 기본배상비율은 40%로 인정됐다. ▷대면가입(10%포인트) ▷고령자(5%포인트) ▷모니터링콜 부실(5%포인트) ▷고령자 보호기준 미준수(5%포인트) ▷서명 누락(5%포인트) 등 가산요인과 과거 ELT 지연상환 경험(5%포인트) 등 차감요인을 반영해 최종 손해배상비율은 65%로 결정됐다.

농협은행은 사전확인 결재를 올린 뒤 약 5시간 30분이 지난 후 관리책임자가 결재하는 등 고령자에 대해 사전확인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았고, 가입서류 중 확인란에 본인의 실제 서명 대신 ‘서명하세요’라고 기재했는데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40대 고객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을 실질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문자로 ELT 가입을 권유하고 손실위험을 누락해 설명한 하나은행 사례의 경우 적합성 원칙 추가 위반으로 기본배상비율이 30%로 산정됐다.

이 고객은 모바일을 통해 가입했지만 지점에 방문해 가입한 경우여서 대면가입으로 10%포인트 가산 요인을 인정받았다. 다만 ELT에서 지연상환 경험이 있고(5%포인트), 매입규모가 5000만원을 초과(5%포인트)해 최종 배상비율은 30%로 결정됐다.

앞서 금감원이 내놓은 분쟁조정기준안은 기본배상비율 20~40%에 항목별로 45%포인트를 가감해 원칙적으로 손실액에 대해 0~100%까지 배상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번 대표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대부분은 30~65% 수준에서 배상액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해외금리연계 DLF 때는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79세 치매환자에 대한 분조위의 배상비율이 80%까지 나왔는데, 이보다 배상비율이 낮아짐에 따라 은행들도 빠르게 결과를 수용하고 자율배상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분쟁조정 결과는 신청인과 판매사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하면 성립된다. 나머지 조정 대상에 대해서는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조정 방식으로 처리된다.

금감원은 “금번 분조위 결정을 통해 각 은행별·판매기간별 기본배상비율이 명확하게 공개됨에 따라, 금융소비자와의 자율조정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향후 은행과 금융소비자 간의 자율조정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